안녕하세요.
요즘 날씨를 보면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것이라는 예측이 틀리지 않을듯 합니다.
그래도 한낮은 좀 따스할지도 모릅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평소보다 사람을 참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을 주고 받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겠죠?
그런데, 이 말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ㅇㅇㅇ이 있냐면서 핏대를 세우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소맵니다.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지만...)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는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