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 달라’ 배고픈 노인들이 대거 관공서에 몰리는 소동 발생 혜산市 거주 할머니의 항의 "(김정은) 원수님이 인민들 굶어 죽을 때까지 식량공급도 못하게 놔둘 수가 없는데 중간에서 간부들이 다 뜯어먹고…" 전성준·강지원(아시아프레스)
(참고사진) 노상에서 식품을 파는 노인. 눈을 부릅뜬 표정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 2013년 6월 양강도 혜산시에서 촬영 "민들레"(아시아프레스) 지난 3월 말, 양강도 혜산시에서 관공서로 노인들이 몰려들어 쌀을 달라고 소동을 일으켜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갑작스러운 소요에 현지 당국은 수습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현지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 생활난으로 한계에 몰린 할머니가 사건의 시작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3월 29일. 그 전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시작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할머니의 과감한 행동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할머니가) 동사무소 가서 ‘(김정은) 원수님이 인민들 굶어 죽을 때까지 식량공급도 못하게 놔둘 수가 없는데, 중간에서 간부들이 다 뜯어먹고 식량을 안 주는 거 아니냐, 지금 나 먹을 게 없으니 당장 식량을 내놓아라’고 했대요.” 할머니의 태도가 당당한 데다 ‘원수님’까지 들먹이니 동사무소에서 상황을 적당히 넘기려고 할머니에게 쌀을 조금 주어 돌려보냈다. 그 상황이 주위에 삽시간에 퍼져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측에서 촬영한 혜산시 전경. 압록강 건너편으로 혜산시 중심 시가지가 보인다. 2014년 7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사태 수습 위해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 부모들 데려가라며 자식들 추궁 “이게 소문이 퍼져서 늙은이들이 너도나도 동사무소나 시당, 인민위원회, 량곡판매소를 찾아가 식량 달라고 소리치고 난리가 났어요. 사태가 커지니까 당국이 자식들 호출해서 부모를 데려가도록 하는 등 소란스러웠어요” 동사무소를 찾는 노인이 끊이지 않고 나중에는 식량이 떨어진 사람들까지 합세하자 안전국(경찰) 기동대까지 파견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저지했다고 협력자는 말했다. ◆ 당국은 소문 확산을 원인으로 지목, 유포자를 반사회주의분자로 규정 (참고사진) 주택가에 모여서 얘기하는 여자들. 입소문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의 유통 방식이다. 2013년 8월 혜산시 촬영 아시아프레스 상황이 일단락된 후, 당국은 사건의 발단이 된 할머니를 유언비어를 퍼뜨린 ‘노망난 늙은이’로 몰아가며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에 혼란을 준 사건’으로 규정하고, 주민 사이에서 소문을 퍼트리는 행위를 철저히 경계하고 단속하는 모양새다. “4월부터 유언비어 단속과 여러 사건 사고에 대해서 말을 나르거나 정책을 비난하는 늙은이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통보가 되었어요.” 이와 함께 당국이 해당 사건의 소문을 퍼뜨린 자를 색출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전국이 최초 유포자를 반사회주의 분자로 낙인찍고 당일에 거기를 지나간 사람들을 다 조사하고 누가 유포했는지 확인하러 다니고 했어요. 일단 누가 그랬는지는 확인이 안됐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유언비어나 간부들 비난하고 당 정책 비난하는 행위들을 반사회주의 행위로 처벌한다고 통보했어요.”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주민 생활이 보다 어려워지면서 불안과 동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사건의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