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할 것을 제의한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데 두 강의 가운데는 조령의 해발 1백40m 고지에 20.5km의 터널을 뚫어 연결하게 되면 경부운하가 건설될 것이다. 그리고 수문과 적당한 댐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하면 바지선이 부산을 거쳐 인천까지 갈 수가 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경부운하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이명박 서울시장(MB)의 ‘필승 카드’로 또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근, MB측 사람들은 ‘경부운하’라는 단어 대신 ‘남북운하’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를 만들어 놓고 말 것이다.” 90년대 중반 다소 무모하게 보이기까지 했던 MB의 ‘대운하’ 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는지 살펴봤다.
MB측 인사들이 ‘경부운하’ 대신 ‘남북운하’로 부르는 이유는 이 사업을 전 국토의 재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강조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순히 서울과 부산을 잇는 물류 통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균형적인 발전 계획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이 시장은 97년 대정부 질문에서 “(경부운하 건설 등) 4대강을 잘 이용하게 되면 경부권 뿐만 아니라 중부권 호남권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운하건설이야말로 1백년 후를 대비하는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경부운하 건설 효과로 ▲물류 유통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고 ▲유지·보수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여기에 ▲관광과 레저 산업 활용 ▲수자원 활용이라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정부 부처와 대다수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는 ‘경부운하’ 건설이 사실상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얼마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시점에서 10년전 구상인 ‘운하’를 다시 한 번 꺼내들고 나왔다. 본인은 이와 관련, 지난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부운하에 대해 찬성이 30몇%, 반대가 60몇%라고 하는데 나는 찬성 30%대가 더 놀랍다”며 “처음 나온 얘긴데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건 ‘이명박이가 하는 일이니까 될 것이다’는 기대감이 있어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지난 2002년 서울시장선거 때도 청계천 복원사업 가지고 얼마나 말들이 많았냐”면서 “이 시장 성격상 운하 문제는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들고 말 것”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장의 ‘운하’ 구상은 아직까지 정밀하게 토대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구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있다고 한다.
지난 96년 당시 세종연구원(주명건 이사장)이 내 놓은 <물류혁명과 국토개조전략>이 그 것이다. 이는 ‘경부운하’ 건설 구상이 단순한 물류 연결 통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토를 재개발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원은 이 시장이 국회에서 연설을 하기 약 1년 전인 1995년 8월경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물류혁명과 국토개조 전략>은 9개의 내륙운하체계를 개발해 전국 6대 도시를 운하로 연결하는 광대한 구상을 담고 있다. 이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경북운하’ 역시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여기에는 경평, 경전, 경안, 경인, 광평, 경춘운하 등 수도권 운하와 충청권의 대청운하, 호남권의 광주운하 등 전방위적인 구상이 담겨 있어 향후 이 시장의 대선 공약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총길이 5백38.5km의 경부운하를 통해 내륙운하의 경제적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다는 게 연구소측의 주장이다.
세종연구원은 경부운하 구상과 관련,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이 산악국가이므로 내륙운하는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낙동강과 한강상류의 해발고도차가 1백40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이보다 더 높은 표고차(독일 RMD운하의 경우 4백6m)를 극복하고 운하를 건설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 이사장이 제안한 경부운하의 핵심은 표고 1백30m~1백40m 수준에서 20.5km의 터널을 통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자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인천에서 부산까지 관통해 바다와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낙동강을 준설하고 3개의 댐을 건설해 낙차를 해결해야 하며 조령에 터널을 만들어 한강에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소백산맥에 남한강과 낙동강 상류를 연결하는 터널을 뚫어 최신 공법에 따라 댐과 갑문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엄청난 건설 비용
골재 판매 수입으로(?)
세종연구원의 경부운하 건설계획은 구체적으로 남한강 하류인 팔당댐을 기점으로 양평, 여주지역과 충주댐을 거쳐 낙동강을 연결한 문경, 점촌, 창령군, 밀양군 지역을 경유해 부산항까지 이르는 4백64.5km를 공사구간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준설공사 구간 2백60km, 절개공사 17.6km, 터널공사 20.5km를 주요 공사 구간으로 삼았으며, 운하용 댐은 기존 댐 3개소를 포함 신설댐 6개소를 설치해야만 한다. 여기에 용수용댐 8개소가 설치돼야 하고 제방보강공사 10km로 추가 공사돼야 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운하의 규모는 2천4백톤급 바지선(길이 1백10m, 폭 11.5m)이 왕복통행할 수 있도록 폭 50m, 깊이 5m로 구상됐다.
건설의 핵심 이라 할 수 있는 터널의 폭은 바지선의 일방통행이 가능한 폭 16m로 하고 중원군 승계에서 문경군 봉명까지 20.5km 구간으로 계획됐다.
연구소는 여기서 몇 가지 제약 사항을 소개하고 있는데 “하천수로는 육상 연결 통로와는 다른 만큼 적절한 구배, 수심, 상류에서의 충분한 용수공급과 같은 조건이 필요해 댐이나 갑문 및 터널 설치가 요구된다”고 명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유역의 하상구배는 지장이 없을 만큼 완만하지만 지형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선 20.5km의 길이에 직경 16m, 상부 원통, 하부 4각형 형태로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
그럼, 경부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원은 과연 얼마나 될까. 96년 당시 세종연구원은 이에 대해 총공사비가 7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생산되는 골재판매수입도 증가할 것이므로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이로써 충당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당시 예상된 공사비는 ▲준설공사 약 1조1천억원 ▲준절개공사 약 3천억원 ▲터널 약 1조8천억원 ▲갑문 약 5천억원 ▲운하용댐 약 4천3백억원 ▲제방보강 약 2천3백억원 ▲부대비용 약 1조3천억원 등 모두 7조4천억원이었다.
연구소는 이와 관련, “1989년도 수자원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남한강에서 생산 가능한 골재는 6억6천5백만㎥로 이 판매수입과 매립토지의 판매수입을 합하면 약 1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오히려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한국자원연구소는 이와 관련, ‘건설비 8조7천억원’이라는 액수를 산출해 내기도 했으며 대체로 50개 정도의 건설사가 일거에 투입될 경우 3년 안에 완공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
“건설 실익 없다” 지적도
그러나, 이 시장이 ‘경부운하’ 또는 ‘남북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데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두관 대통령 정치특보가, “(이 시장의) 경부운하 거론은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을 정도로 여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건설비용 또한 이 시장이나 세종연구원의 그 것과는 다를 수 있다. 1996년 8월 당시 이태형 수자원공사 사장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운하건설사업에만 2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당시 건교부도 세종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용수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운하는 물낭비가 심하고, 내륙 주운 건설의 실익이 없다”면서 “소요사업비가 연구원의 추정보다 크게 증가해 경제적 타당성이 적다”고 일축했었다.
이외에도 ‘경부운하’ 구상을 놓고선 홍수 침수 및 배수의 역류 문제, 대대적인 환경 침해와 생태 파괴 문제 등도 누차 지적돼 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부운하’가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그 구상의 주체가 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새롭게 연 이 시장이 ‘조령’을 뚫고 대권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현 기자
첫댓글 맞습니다.
민주주의 보다는 경제발전이 중요하다는게 국민여론입니다. ‘경부운하’가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그 구상의 주체가 이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이면 해 낼 수 있다는겁니다. 청계천 얼매나 반대가 많았습니까. 지금은 어떻습니까? 서울시민이 만족하고있습니다.
남과 북을 잇는 운하...넘 멋진구상이구요.
이명박 서울시장이라면 해 낸다는걸 국민이 믿어요. 믿는게 중요합니다.
뜻이 있음 길도 있겟져..물류비 절감에 전국토 재개발이라 ..!! 그런데 가능한 도전인지!?
남북운하는 북방까지 잇는 운하가 될 가능성도 있고, 통일대비 물류의 숨통도 트이게하는 효과도 있고. 가능한 도전인지의 궁금은 이명박이라면 해 낼수있다는것, 이게 중요사안!! 청계천보다 쉬운 정책사업일것.
운하에 대한 국민적 합의만 있다면 시장님은 해내고 맙니다. 실없이 말뿌릴 시장님이 아니십니다.
이명박 서울시장님은 운하건설을 차질없이 해낼 것입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이해를 시켜나가면 됩니다. "운하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전혀 사전정보가 없기에 지금은 막연함 감으로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