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감독 원호연/ 2021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은 잔잔한 울림이 있는 다큐 영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특이하다. 얼굴 보고 이름 짓는다는 말도 있지만 누가 지었는지 참 괜찮은 제목이다. 제목처럼 선녀가 나온다.
올해 68세 된 임선녀 할머니다. 강원도 삼척 첩첩산중에서 혼자 농사와 소를 키우며 산다. 평생 동안 산 하나 넘은 것 빼고는 줄곧 이 산중에서 살았다고 한다.
혼자 사는데 무슨 할 일이 있겠냐 하겠지만 잠시도 한가할 틈이 없다. 새벽부터 네 마리 소를 돌보고 자급자족을 해야 하니 철마다 나물거리도 지붕에 널어 말려야 한다.
남은 시간에 산에서 내려와 한글 공부를 한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았던 할머니가 모처럼 활기를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녀가 글을 배우게 된 계기는 남편 때문이다.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을 아내에게 글을 배우라고 권했다. 모든 일을 남편이 알아서 했기에 산중에서 글을 몰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남은 아내가 글을 몰라서 겪게 될 세상 풍파를 걱정한 남편이다. 할머니가 글을 배우려면 산중에서 내려 와야 하는데 워낙 오지라서 버스가 다니지 않아 택시를 부른다.
공부는 공짜지만 택시비 3만 원을 내고 가야 하는 학교다. 돌아오는 길은 걷는다. 광부처럼 이마에 전등을 켜고 걷는 산중길이 한없이 고되지만 그녀는 배움이 즐겁다.
캄캄한 밤에 산중길을 홀로 비추는 선녀씨의 전등불이 그녀에게는 희망의 불빛이다. 영화를 보는 이에게도 꿈을 갖게 하는 이 얼마나 거룩한 불빛인가.
어느 날 할머니는 오랜 기간 살았던 집을 떠나 새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명절에 네 명의 자식들이 손주들 데리고 오면 머물 곳이 없어 몹시 난처했던 선녀씨다.
임선녀 할머니의 4년 간의 일상을 담은 영화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덤으로 강원도의 풍경을 보여준다.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보는 이를 숨막히게 한다.
이 영화를 만든 원호연 감독은 휴먼다큐를 찍었던 PD 출신이다. 눈물 많은 소년처럼 평범한 사람의 맑은 영혼을 화면에 담을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
임선녀 할머니는 처음엔 꿈이 없다고 했다. "그저 하루 하루 사는 거지 뭔 꿈이 있겠어." 했던 할머니가 글을 배우면서 바꼈다. "꿈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습니다."
꿈! 원호연 감독의 데뷰작인 <강선장>에서도 꿈 이야기가 나온다. 두 다리를 잃고 거친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실제 어부 이야기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아버지 때문에 내가 이 모냥으로 사네요.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원망하면서 함께 산다. 원망과 다툼 속에 부자 간의 사랑이 담겨 있다.
그 영화에서 강선장이 그랬다. <살다 보니까 좋은 일이 있으면 꿈이라 생각해도 깨지를 말았으면 좋겠고, 나쁜 일이 있을 때 꿈이라면 빨리 깼으면 좋겠고,,>
어부의 혼잣말 속에 시가 들어 있고 이 영화 할머니 말에도 시가 수두룩하다. 소박한 꿈을 찾아 가는 한 할머니의 아름다운 일상이 내게 많은 자극을 줬다. 좋은 영화다.
평생 황소처럼 일만 하고 산 임선녀 할머니의 손이다. 장작개비처럼 거친 손으로 한글 공부를 한다.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손이 어디 있으랴. 오래 들여다 보며 내 누이를 생각했다. 어쩌면 다음은 이 할머니처럼 문맹인 내 누이 이야기다.
첫댓글 유익한 해설에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유현덕님의 소개글 입니다 ㅎ
기다려 지는 시간이 되네요^^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영화를
절반은 보신 셈입니다.^^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데
대추처럼 달콤한 향내 나는 봄날되기를,, ㅎ
선녀님 할머니께 덧셈빨셈,
구구단을 가르쳐드리고 싶으다~
수학의 수재였던 우리 남동생이
우리집 가까이 살고 있으면
나도 숫자공부는 배우고 싶은데,
남동생은
멀리 살고 있어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
나는 다른 과목에는
한 개도~ 전혀~ 관심이 없다.
선녀님이 70세가
훨신 넘은 할머니인지 알았더니..?
68세 라고 써 있네~
나는 67세니까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할미잖아~
동기 부여를 받은 피케티 님이시군요.^^
실제로 이 할머니가 영화에서 덧셈 뺄셈을 공부합니다.
선녀라는 토속적인 이름처럼 아주 순박하데요.
이런 영화가 때론 선생이 되기도 합니다.
@유현덕
아~
영화에서는
덧셈뺄셈 공부도 하는가요...
나는 산수 공부는
국민학교 때 충분하게 배웠어요.
나는 산수공부가 아니라,
남동생에게 수학을 배우고 싶은데,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배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한 것은
운선 언니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이야기입니다.)
@T 피케티 네, 알고 있는데 이런 설명 댓글 주시니
더욱 이해가 팍팍 되어 좋네요.^^
글구, 운선님 공부 소식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분은 뭐든 잘 할 거예유.ㅎ
이게 여자의 손가락입니까?
거친 사내였고, 농부였던 제 손가락보다 더 때가 끼었군요.
농사 짓고, 가축 키우고, 거친 일을 하는 사내의 손보다도 더 거칠군요.
그래도 이런 손가락, 손으로 샤프펜을 쥐고서 한글을 배우며, 글자를 쓰는 할머니인 임선녀 님을 존경합니다.
사랑해야겠습니다.
뒤늦게나마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미래를 향해서 걸어가는 임선녀 님에 대한 글 고맙습니다.
엄지 척! 하면서....
선녀라는 이름이 촌스럽다고 부끄러워하면서도
평생 정직한 노동으로 산 그녀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가면을 쓸 필요가 없으니 손인들 가꿀 생각을 했겠는지요.
공부하는 선녀 할머니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네요.
겨우 우리 또래인데 이런 세상을 살아낸 할머니 아니 여자가 있었네요.
소나무 등껍질 같은 저 손은 그의 삶의 역사군요.
비록 글을 배우지 못했더라도 불편 없이 살았고
남편이라는 울타리에서 자녀까지 두었으니 그래도 선녀님은 행복하시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뒤늦게 깨우치는 글이 또 얼마나 재미날까요,
또 꿈까지 생겼다니....
영화에서 선녀 할머니 외모는 80 가까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해 소처럼 일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그녀의 눈과 심성은 열여덟 살 소녀처럼 느껴집니다.
한꺼번에 늙었으니 이제는 좀 천천히 늙겠지요.
현덕님이 보신것 느낀 것은 모두 감명을 줍니다 덕분에 .. 고맙습니다
운선님이 맑은 눈으로
곱게 보시니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오는 봄을 시샘하는지 미세 먼지가 기승이네요.
모쪼록 건강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네~~평생 풀어요
네, 그러는 모양입니다.ㅎ
한창나이 임선녀님 빨강 구찌베니 바르고 학사모 쓰신 모습이 참 이쁘시네요~^^
지도 좀 이뻐질랑가 꿈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좋은영화소개 감사합니다
연실님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셨군요.^^
선녀 할머니가 손을 거칠지만 마음은 한없이 풍요로운 분입니다.
꿈을 찾은 사람의 노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모쪼록 연실님도 이뻐지는 꿈을 찾길 바랍니다.ㅎ
독립 영화 중에서도 다큐였나 봅니다.
선녀 할머니의 삶 속에서 진정함이 엿보입니다.
고된 배움의 길에 서도 자녀들을 위해 집도 다시 지으시고요.
유현덕님의 문학적 기질은 참 대단하십니다.
항상 감동적이어서 숙연해 지네요.
네, 제가 영화를 좋아하지만
유독 집중하는 분야가 독립다큐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일수록 혼자 보기 아까워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혼자 간직하고 말지 글까지 쓰나 했다가도
김포인님 댓글 보니 글 쓰기를 잘했네요.ㅎ
제일 힘든 일 농사짓는거라 했어요
손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움 입니다
얼마나 세상과 단절하며 고단하게
삶을 살았을까요
출간 책 표지 삽화
아름다우면서도 슬픕니다
참신한 감독
독립 영화 대박나길 빕니다
워낭 소리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선녀님 책 영화 파이팅! ! !
농사일이 힘든 것은 시골 출신인 제가 잘 알지요.
목장갑이라도 끼고 하면 덜할 텐데
답답해서 그러는 모양이더라구요.
영화 포스터는 선녀 할머니가 지붕에서
도루묵을 말리는 모습이랍니다.
글구 공작새 님이 언급하신
워낭소리 참 좋은 영화입니다.
독립영화의 고전이랄 수 있지요.ㅎ
글이 말갛게 느껴집니다
저도 영화를 자주 봅니다만
다큐는 보지않았는데
보고 싶어지네요
배움을 향해서 어두운 길을 밝히며 걷는 길이
희망으로 꿈으로 가득하리라 합니다
고단한 삶을 사신 선녀님
꼭 꿈 이루소서~♡♡
영화 좋아하는 분이라 그런가요?
정아님 댓글도 참 말갛게 다가옵니다.
선녀 할머니가 가슴에만 품고 있던 꿈을 실천하는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운 마음 정아님도 늘 건강하소서.
임선녀님의 삶은 그과정이 어떠했든 상상이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ᆢ그러나 아름다운미소가 그삶의 가치를 감동하게 합니다 소개글 감사합니다
네, 저도 감동이 컸습니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피는 이름 없는 들꽃처럼
묵묵히 향내를 풍기며 사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유진님도 늘 좋은 날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