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에 하늘나라 부름을 받은 여동생이 생각났다.
암으로 40 중반에 세상을 등진 여동생은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했으나
흑석동에 있는 대학 작곡과에 차석으로 입학을 했었다.
피아노를 계속 전공하기엔 손이 좀 작아 과를 옮겨 지원한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매달 사형제가 용돈을 받았음에도 대학 다닐 때부터 피아노 레슨 알바를 했으니
여동생은 늘 우리 형제들보다 넉넉했다.
겉치레에는 관심이 없어 늘 긴 머리에 청바지와 티 또는 남방차림이어서
내가 동생옷을 사서 입기를 강요하기도 했었다.
여동생 대학2학년 어느 날 TV에서 텔렌트 최불암이 보육원 아이들 후원을 독려하는 방송을 했는데
동생은 방송국에서 연결해준 동두천의 보육원에 한 여자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6살 때 스님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는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여동생이 후원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이의 할머니가 오셔서 데리고 가시곤 다른 10살 여자아이를 소개받아 후원이 이어졌는데,
여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29살 늦은 결혼을 하고 제부와 독일 유학을 가면서
막냇동생에게 후원을 계속해 줄 것을 부탁하고 갔었다.
막내 또한 착한 심성이라 흔쾌히 그러마 했고 여동생이 없기에 남동생 둘이는
어린이날이나 생일엔 데리고 나와 놀아주며 선물도 사주고,
크리스마스나 명절엔 과일과 먹거리를 사서 동두천 보육원을 찾아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남동생의 후원이 이어지다가 여동생이 독일서 돌아와서는 다시 여동생이 후원을 넘겨받았다.
어느덧 여자아이는 고교 졸업을 하고 보육원을 나와야 되기에
여동생은 제부의 변리사 사무실 직원으로 취업부탁을 했고
여동생 아파트의 가까운 빌라원룸을 새를 얻어서 방울 꾸며 주었는데,
그땐 나도 동생 근처로 이사를 했었기에 나와 막냇동생까지 동원해서 막내는 도배를
나와 여동생은 세간살이를 사서 넣어주며 방을 이쁘게 꾸며주기도 했었다.
아들만 둘인 여동생은 "언니 딸을 시집보내면 이런 기분일까?"
라며 그 시절 여동생은 무척 들뜬 마음으로 그 방을 꾸며주었던 일들이 눈에 선하다.
동생은 반찬이며 김치며 수시로 가져다주기도 했고
때론 엄마처럼 잔소리 아닌 이런저런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월급 받으면 꼭 저축해라".
"함부로 연애하지 말고 남자는 천천히 신중히 만나야 한다".
"아껴 써야 된다". 등등...
그 당시는 삐삐가 보편적이었고 핸드폰은 소수만 가졌던 시절이었는데,
핸드폰을 붙들고 밤마다 나와서 길게 통화를 한다는 이야길
빌라 이웃에게 들은 여동생은 그 아이에게 그럼 안된다고 했으나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동생은 많이 걱정을 했다. 아직은 연애보단 열심히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기를.
이 아이는 그때부터 동생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고
동생은 나무라기도 했었지만 어느 날 회사도 그만두고 사라졌다.
동생은 한참 동안 상심했었지만 수소문 끝에 사귄 남자가
내가 잠시 다닌 교회에서 몇 번 본 청년 었고 직장을 다니는 건실하다는 평도 있어서 동생은 안심을 했는데,
아이를 낳았고 그래서 결혼도 했다는 소리를 풍문으로 듣게 되었다.
동생은 그 아이의 결혼식까지 보고 싶어 했으나
그 아이는 동생과의 10년의 인연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로부터 수년 후 동생은 암으로 투병 중에도 제부의 사보에 나온
불우가정의 남자아이의 사연에 또 제부와 이것저것 사서 찾아간 모양이었다.
그러나 사보에 사연이 나온 후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먹거리를 냉장고나 방안에 가득 두고 갔는데,
그냥 돈으로 후원해 주지 뭘 사 오느냐고 하면서 아이의 아버지는 반기지를 않더라고 했다.
오늘 기사에 보육원의 아이들이 고교 졸업을 하면 무작정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을 해야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정착금으로 사회에 내몰리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정글 같은 세상에 던저지는 것과
같기에 믿을 만한 어른이 그 아이들에겐 필요하다는 기사였다.
그러나 든든한 언덕이 되어 주려했던 동생은 도리어 외면 받았던 것이다.
본인에게는 아끼지만 타인에게는 늘 넉넉한 동생의 심성이기에
언니인 내게나 내 아이들에게도 늘 넉넉한 사랑을 주었다.
그렇게 심성 곱고 재주 많은 동생은 늘 아깝단 생각을 한다,
'동생 대신 세상에 오래 살아도 그리 쓸모도 없는 나를 차라리 데려가시지' 하는 원망도 했었다.
내게는 동생이 아니라 언니 같고 친구 같았던 여동생
'엄마보다 언니가 더 좋아' 라고 부족한 언니를 사랑해 주었던 동생이 오늘따라 많이 그리운 날이다.
결혼 전 여동생과 내 딸
암투병 중이라 많이 여윈 모습의 여동생과 막냇동생
첫댓글 테레비 프로 "인간시대"를 보는 듯 합니다.
신은 능력있고 착한 사람을 빨리 데려가
자기 옆에 둔다는 말이 있는데 , 그래서 선한
여동생을 데려갔나 보네요. 마음이 짠합니다.
제 고향인 동두천...
미군부대도 있었고 ,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서
혼혈아에 부모 잃은 애들도 많았었죠.
어쨌거나 그 후원받은 여자의 행동이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우리 모두 선하게 살아갑시다.
글 잘 읽었어요. 화이팅~!!
동두천이 고향이었군요.
신은 선한 사람을 곁어두고자 빨리 데려가신다는 말 저도 그리 믿으며 스스로 위로를 합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착한 동생이 왜 빨리가야하는지는
납득이 가지 않으니요.
최신 글에 떠서 보게 되었습니다
동생에 착한 심성에 감동입니다
끝까지 잘 이어가면 좋을텐데 그리 애쓴 마음 아무 보람도 없이 배신을 하는군요
그래서 옛 말에 남을 거두는게 어렵다고 하더군요
은혜로 생각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리 마음 아프게 하는 일도 있네요
건강하게 오래 잘 살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 그리 동생을 보내셨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요
가족을 잃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칫 자랑이라 오해할까 내심 걱정하며 올린 글입니다.
그래도 처음 스님이 데려온 아이는 오년을 후원 하다가 미국에사는 할머니가 찾아와 데려갔는데,
미국에서 계속 편지도 오고 했었어요. 똑똑하고 착한 아이어서 잊지않고 미국에서 안부를 전해주었죠.
사람 나름인것 같아요.
말없이 떠난 아이도 정에 굶주려 빨리 남자에게 정을 주어서 그런거라 생각했어요.
그저 시집가서 잘 살기만 바랬어요.
감사합니다.
은혜를 모르는 인간들도 많지요.
그 고난을 시대를 보살펴준 은인들을 무시해버리는 매정한 인간들, 상상한 인간들이죠.
돌려 받으려고 돌본건 아니니까 동생은 혹시라도 나쁜남자 만나서 상처 받을까 걱정했었죠. 이쁜 가정 이루어 잘살면 동생은 그것으로 되엇다고 했어요.
그래도 제가 후원한건 아니지만 좀 서운하더군요.
꽃처럼
아름다운 가족들입니다...🌸🌸
칭찬듣고자 한건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리진
🦋🦋
우라징세상 같으니 꼭 착한사람 먼저 데려간다니까요
정말 화가나요 그렇게 훌쩍따난동생 생각에 정말로 나같은넘 데려다 잡일이나 시키지 ㅎ
ㅎ 지존님은 또 왜그러세요.
아직 이승에서 할일이 남았다 생각하셔요.
그래서 못다이룬 꿈도 이루시고.
@리진 난안착해서 안잡아 간다니까요 ㅎ
안타깝네요.
착하고 참된 동생이 먼저 갔으니 상심이 크셨겠어요.
"토닥~토닥"~
후원하였던 그 아이를 보면
머리 검은 것은 거두는게 아니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어제 뵈서 좋았습니다.
네 재주많고 건강한 동생이었어요.
착하고 활달해서 대학다닐때도 세브란스 재활원에서 뇌성마비 아이들 씻겨주고 놀아주고 했엇죠. 동생은 그런일을 상시로 했엇어요. 나는 내 한몸 건사도 벅찻으니요. 그래서 더 아까웟어요.
살아 있으면 더 좋은 일 많이 할 동생이라서요.
@리진 머리검은 **은 거두면 어떻다라는 말은 저도 들어봣지만 그래도 거둘 수 있으면 거두어야 되어요.
요즘은 세상이 고아 한아이보다 애완동물을 더 거두는 세상이되어서 안타깝기도합니다.
그런곳을 접하면서 느끼는것이요....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늘 받기만 하는것이 몸에 베어서 고마운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받는것이 익숙해지먄 감사 보다는 권리인양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일리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살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힘이될 수 있다면 조금은 편들어주는 것도.
@리진 "감사 할줄 모르면 얻어 먹을 자격도 없다" 제가 더러 하는 말입니다.^^
@섭이. 맞습니다.^^
착한이를 데려가면 어쩐데요 하늘님!
선한 영향력을 펼쳐서 세상이 환해질 꽃
동생 그리움이 밀려왔군요
좋은 몸 받아 어디선가 선행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토닥토닥
정착금 800만 원 받아 쥔 그들
부모에게 버림받고 또 한번 사회 적응
힘들어 나쁜 생각까지 합니다
가족이 책임지고 키우는 세상이길..
맡기고 찿으러 온다 하고 안오면 어쩌란
말인지?
동생과의 인연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평온한 시간이 되세요
세상은 이해 못 할 부분이 넘 많아요🕊
맞아요. 세상은 이해 못할 일들이 많습니다.
제발이지 제 새끼 버리는 부모는 없기만 바랄뿐입니다
동생분이 많이 그리우실듯해요
착한 동생분은 하늘에서도 언니의 안녕을 기원할듯 싶네요
언니를 좋아하는 동생 못지않게 리진님도 따뜻하실거 같아요^^
네 이런기사를 보니 더 보고싶네요.후일에 동생 옆으로 와 살게된 것도 이 언니를 보살피겠다고 오라고 했으니. 그러다 멀리 갔지요.
가끔씩 참 좋은분들이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볼때마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 을 하게 됩니다~~
예전 일본유학생이 전철 철로에 빠진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사건도 접하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왜 신은 꼭 그렇게 목숨을 뺏으셔야 했는지 의문이 들엇죠.그런 의인은 살려주셔야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햇거든요.
@리진 어른들 말씀이
< 선한끝은 있어도 악한끝은 없다 > 하셨는데.....
요즘은 곡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습니;다
@고들빼기 그래도 후손이라도 복을 받을거라 믿어야죠. 안그럼 너무 삭막하잔아요.
많이 그립고 생각나겠어요.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따스한 봄날 마음에 평안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밤 보내세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하신분을
너무 선한 분이라
하나님도 꼭 필요하셨나보네요~
업적이 좋았으니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떳떳하고 당당하셨을지요~^^
그렇게 생각하려구 해요.
안그럼 신이 너무 원망스럽거든요.
뎃글 감사해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동생이었네요
애휴~~
정말 너무 그리웁겠어요
동생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프네요
칼같은 성격이기도 했지만 어려운이에겐 한없이 베푸는동생이었죠.
무엇보단 언니인 저를 끔찍히 생각했거든요. 그러니 더 그립고 아깝고 그러네요.
정말 마음씨 고운 동생이셨군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안쓰러우셨을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돕는일, 마음만큼 쉬운일은 아니지요.
그저 통장에서 자동이체 시켜놓는 것으로 자위를 합니다.
직접 챙기는일이 어느때는 독이 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많고, 정도 많았던 동생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그렀죠. 대부분 자동이체로 스스로 위안을 하지요.
동생은 무엇이든 적극적인 성격이고 또 그 아이가 나와서 자립이 힘든 상황이라서 더 도운것이죠.
그 아이도 사랑에 굶주렸다고 이해 했어요.
@리진 네.. 아마 그아이도 엄마가 되고 누군가의 후원자가 될때
분명 동생분의 넘치는 사랑에 대해 감사해하며 자신이 받은사랑
나눌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
세상에 나눔의 씨앗을 뿌리고 간 동생분,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에요..
@박지연 그렇게되면 동생의 소임은 다한거겠죠. 동생처럼 하는것도 다 하나님이 그런마음을 준게 아닐까 하니까요.억지로 할수 없잔아요.
가족간의 사랑이 넘쳐 흘르네요
형제간에 우애는 좋답니다.^^
천사로 태어나 세상에 잠시 머물다 천사의나라로 돌아갔군요 아쉬운맘 가득하지만 어쩌겠어요 ᆢ
천사인지는 모르겠으나,
막내동생 딸인 조카딸의 꿈에 고모가 그렇게 하얀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가더라고. 그래서 작은고모가 천국 가셨구나 했데요.
그 이야기 들으니 동생을 놓을수가 있었죠.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랬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약자에게 가는 눈길을 거두지 못하지요
그 애가 사라지고 울엄니도 그런 말씀하셨죠. 안타까워서 하신 말씀이나 그럼에도
돌아보아야 되는것이 인지상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