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정령의 아이[89,90,91]

[검은양돌이]

정령의 아이 #89,90,91

"저들은 단숨에 무너질 겁니다."

은해 일행이 부쉈다고 생각한 감시카메라들은 어느새 정상복구되어 총독부 시스템실의 커다란 스크린에 

그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시스템을 이리저리 점검하는 관리부서의 사람들 사이에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서있는 이 늙은 컨드의 말에

시스템 실에 루시퍼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선으로 통화하는 중이었다.

"재미있군, 알파도어.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잘 알고 계시는 군요. 예로부터 그 어떤 종족이라도 결합체가 분열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파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위대하신 용족 헬르제라들은 들으셨 듯이, 예로부터 정령의 기사들에게 굉장한 시기심을 유발하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저희들의 승리입니다."

자신만만한 그의 마음이 어투에도 섞여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명령을 내려주신다면 공격할 준비는 충분히 되어있습니다."

"알파도어, 자네의 충성심은 높이 살 만하네.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내 수하를 자네의 지구에 내려보내도록 하지.

만약 전투가 일어나더라도 내 지시 없이는 섣불리 움직이면 안됀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명령을 기다리겠습니다."

컨드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기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턱수염을 매만지던 그는 그대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 1군, 2군의 준비는?"

"제트함대와 올드 사이언스 지구 전역에 마법진을 그려넣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법진 발동 수치 250%, 명령만 내려주시면

언제든지 공격가능합니다."

"서쪽의 탈출구는 어떻게 됬나? 거기가 이 지구의 유일한 출입구잖나."

"탈출구에 열감지 미사일 대기, 퇴로 뒤 BMS를 배치해두었습니다."

"좋아."

알파도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띄운 채 뒤에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벌써부터 승리감에 도취된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로 가득했다.

그들이 이길 가능성은 100% 확실했다. 설사, 저들이 제 아무리 대단한 능력의 자들이라해도 사이언스 지구의 대 마법진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결과에 알파도어는 크게 웃었다.

동시에 스크린에 비친 은해일행의 화면이 순간 지직거렸으나, 누구하나 그것을 유심히 보는 이는 없었다.

스크린이 잠시 지직거리는 것은 어느 모니터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은해 일행이 묵은 스위트 룸의 분위기는 참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냉담했다.

지금까지 딱 2시간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자기 할 일 하고 있는 일행들은, 로웰과 에반, 리안의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긴장하고 말았다.

"뭐야."

리안이 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위치한 당구대에 서서 7번 공을 노리고 있던 로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쇼파에 앉아있던 일행도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에반은 방에 들어가있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끼어있지는 않았다.

헬르제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렇게 짜증내지 말라고. 여기서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니까."

"뭐?!!!"

"헬르제라님!"

정령의 아이들과 엔다이론, 아나이스는 절규를 하듯 외쳤다.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헬르제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지나쳐 현관문으로 향하며 말했다.

"내가 필요 없다는데, 더이상 여기 있을 필요도 없고. 마계에서 정령계로 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우니까,

혼자 갈 수 있고 말이야. 정령계로 가면 곧바로 지원군을 보내주도록 하지."

"…멍청한 녀석."

에델린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은해는 한대 얻어맞은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헤롤드는 심각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저 헬르제라가 없으면 몇백명의 지원군이 와도 모자랄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이봐요, 리안. 지금 이런 일로 붕괴되면 가장 좋아할 것은 루시퍼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은 단순한 정령계의 세력싸움 정도니까, 좀 더 큰일에 신경쓰는 것이…"

"됐어. 분열된 상태에서 전쟁을 치르는 건, 내 목숨을 그냥 내놓는 셈치는 거야. 그러니까 난 돌아가겠어.

여기서 허무하게 죽기에는 너무나도 값비싼 몸이라서."

"야, 헬르제라..!!!"

로웰이 들고 있던 큐를 바닥에 던지며 그의 이름을 경고하듯 외치자, 리안은 현관문을 열면서 싱긋 웃었다.

"왜? 원하던 일이잖아? 실컷 좋아하라고. 아 그리고 참-"

헬르제라는 뒤돌아서 은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끝까지 같이 있어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꼭 지원군을 보내드리죠. 그럼-"

이 황당한 상황에 로웨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은해는 더더욱 그랬으며, 엔다이론은 옆으로 쓰러졌고,

아나이스는 얼굴을 감싸쥐었으며, 에델린과 헤롤드는 쓰고 있던 안경을 묵묵히 닦았다.

그들을 남겨두고 리안은 조용히 나갔다.

"빌어먹을...!!"

당구대를 주먹으로 치며 로웰이 욕을 읇조렸다.

'환장하시겠군.' 이라며 안경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에델린은 그대로 읽던 책을 잡아 로웰의 뒤통수를 향해 던졌다.

책은 그대로 날아가 대지의 기사의 뒷통수를 맞췄다. 막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는지, 로웰은 미동도 안 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망할 녀석 같으니.. 그래,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한번 들어보도록 할까?"

로웰은 뒤 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주인인 은해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너무 허무한 결말이었다. 설마 정령계로 돌아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상황에 질린 에델린은 비웃었다.

"하하!! 이래서 대지의 녀석들이 싫다는거다. 예의바르고, 성실하고, 기품있고, 전투능력도 탁월하고, 신중하고, 판단력도 있는데 말이지.

다 좋은데 뒤끝이 없단 말이야? 후훗, 이사도라. 무슨 방안이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금 생각나는 건, 헬르제라를 데려와야 한다는 거죠. 저 분이 없으면 큰일납니다."

"쉽게 말하는 군. 젠장맞은 용가리를 무슨 수로 찾아와?"

리안이 돌아간 것에 심히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에델린은 평소같지않게 험한 말을 마구 남발하며 이사도라의 말에 답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와야 한다는 거죠. 일단 다 같이 나눠져야 한다는 겁니다. 일어나세요."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고, 로웰은 검을 들고서 먼저 현관을 뛰쳐나갔다.

은해는 짐을 챙기며 방에서 나오는 에반에게 말했다.

"에반은 여기 있어주세요! 혹시라도 헬르제라님이 다시 돌아오실지도 모르니까요."

"어..음..."

그도 처음부터 듣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은해가 말했다.

"사방으로 흩어져서 찾아야합니다. 각자 지도를 갖고 계시니까, 아나이스는 동쪽의 숲을, 엔다이론은 동쪽의 평야를,

이사도라는 북쪽의 숲을, 로웨나는 남쪽의 평야를, 에델린은 남쪽의 숲을 찾는겁니다. 저는 서북쪽의 신전을 찾도록 하죠."

"좋은 판단이야."

로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고, 에반은 혼자 남아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사람.

"…좋은 판단이다, 엘리시아의 정령의 아이여."

올드 사이언스 지구의 모니터 화면와 연결된 스크린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있던 셀르도라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파티를 즐겨보지."

편하게 앉아있던 다섯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중 포함된 아델은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 채, 수척해진 모습으로 미덥지않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임무 불 이행으로 받은 처절한 고문은 그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회복캡슐 안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은 당연했으나, 그 장기적인 고문은 그 누구라도 쉽게 회복되지 못할 여운을 주고 있었다.

루시퍼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리고 제이드."

"예."

아델은 장갑을 죄이며 대답했다.

"오리플리스의 예지력을 믿을 수 없게된 이 상황에서, 너를 잃는 것은 피해를 보장하지 못할 만큼의 손실을 준다.

그러므로 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이번에 실패하면 고문이 아닌 계약파기와 함께 소멸이다.

온 힘을 다해 싸우길."

"기대에 부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델의 예의바른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시퍼의 다섯 수하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붉은 소년은 조용히 웃었다.

*

서남쪽의 신전.

마계 용의 모습을 조각해놓은 조각상을 시작으로, 온통 경견한 백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신전은

정령계와 다를 바 없이 그 청아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리안은 슬슬 그 주변을 걸어다니다가는, 그대로 대리석 계단에 앉아 안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지난번에 뭣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피다가 은해에게 '골초' 라고 따끔하게 질책을 받을 뒤, 몰래 숨기느라 구겨넣는 바람에 

거의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가 된 것이었다.

구겨진 담배갑을 이리저리 매만져 핀 리안은 그 중독성 강한 니코틴을 함유한 막대기 하나를 꺼냈다.

마지막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힌 뒤, 팔자좋게 뒤의 계단에 기댄 리안은 사이언스 지구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가지와도 많이 떨어져있는터라, 신전 주위는 조용했고, 평화로웠으며, 혼자 담배나 피우고 있기에 이 같은 명당은 없을 것이라고 헬르제라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너무 무모하군..."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회색 연기를 뿜으며 리안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가하게 누워있기가 몇 분, 리안은 마지막으로 담배를 빨아들인 뒤, 그것을 내쉬고는 바닥에 던졌다.

그것을 발로 비벼 남은 불을 꺼버린 헬르제라는 뒤를 툴툴 털고 일어나 라이트 위저를 소환했다.

"…늦었군."

"호오? 기다렸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이거 영광인걸?"

다크엘프가 숲에서 걸어나왔다.

헬르제라는 목을 좌우로 풀며 말했다.

"다크엘프인 것을 보아하니, 지난번 우리를 공격했던 제니스 프라데라인가?"

"용케 맞췄군."

"눈치하나는 끝내주거든."

언제나 그렇듯, 시니컬하게 맞받아친 리안은 라이트 위저를 빙빙 돌리며 장난을 치다가 바닥에 꽂으며 말했다.

"긴 말을 필요없다. 어서 덤비시지."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이제 널 도와줄 동료따윈 없잖아. 외로우시겠어?"

제니스의 비꼬으는 말에 리안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프라데라가 외쳤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거냐!"

"푸하하하핫!! 정말이로군. 정말로 정령의 아이들은 못 따라가겠어. 하하하!!!"

볼품없이 점점 일그러지는 제니스와는 달리, 헬르제라는 웃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이 신탁의 드래곤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속은거다, 이 무식한 녀석들."

"뭐?"

"너희들, 올드사이언스지구의 모니터를 통해서 우리들을 감시했던거 아니야?"

프라데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안은 팔짱을 끼며 친절하게 모든 진상을 풀어주었다.

"너무 우릴 우습게 본 거 아니야? 너희들 딴에는 우리가 돌려놓은 모니터 화면을 다 원래대로 해놨다고 생각했겠지만,

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준 것이 <바이러스> 라고. 훗, 바이러스로 조작된 모니터를 보여준거다.

너희들이 그 이상하기 짝이없는 바이러스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있을 적에, 우리는 벌써 원래 작전을 다 짜놓고 있었단 말이다."

정령의 아이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은 앞의 앞과 그 앞의 앞을 바라볼 줄 아는 진정한 위인이었다.

"루시퍼가 올드 사이언스 지구에 매달리고 있다는 건, 그가 가지고 있던 확신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어요."

"확신?"

"예. 이제껏 우리가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루시퍼가 움직였다는 것 말이죠. 더군다나 독자적인 세력이 아닌,

마치 이건 셀르도라 쪽에서 사이언스 지구에게 빌 붙는 것만 같은 상황이라구요."

이들은 연구를 하여 상대의 약점을 찾아낼 줄 알았다.

연구의 연구와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여 상대의 마음을 읽었고, 계획을 읽었으며, 생각을 읽었다.

은해의 말에 로웨나가 말했다.

"오리플리스의 힘을 가지고 있는 루시퍼라면, 앞의 미래를 알게 뻔한데 빌 붙을 이유가 없잖아?

거기다가 앞의 미래가 꼭 빌 붙어야 하는 미래였다면, 이렇게 알파도어 제멋대로 하게 놔둘리가 없지."

"책에서 읽은 적 있다. 오리플리스의 힘은 진정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바라만 보다가는 멸망을 초래한다고 하더군.

필시, 셀르도라는 오리플리스의 힘이 나타내는 미래가 자신의 계획대로 나아갔을 때의 미래라고 착각하고 있다가, 그것이 잘못된 계획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그럼 그가 생각했다던 잘못된 미래는...?"

'여기까지 안다면 예언자를 해도 되겠다' 라는 에반의 퉁명스러운 말에 모두들 동감했고,

이사도라가 입을 열었다.

"에델린의 말처럼, 루시퍼가 오리플리스의 힘을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면 우리 쪽으로는 행운입니다.

전쟁을 치르는 양측 모두 미래가 어찌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니, 저희는 상관없지만 루시퍼 측에서는 꽤나 당황했겠죠.

의지하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알파도어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조작된 모니터를 보고서 저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이라

믿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맞아. 이틈에 얼른 탈출해야되는거잖아? 바이러스 모니터에도 탈출할 수 있게끔 전개를 해놓았고."

"흠.."

탁자에 지도를 펴놓은 채 골머리를 앓고 있던 헬르제라가 말했다.

"셀르도라는 프라이드도 꽤 높은 편이고, 거의 대부분 독자적인 스탠드 얼론 타입의 행동을 추진하니까,

아무래도 알파도어에게는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겠지. 물론, 알파도어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야.

뭐 내 말을 정리하자면, 저쪽 영상에서 내가 나가는 것을 쫒아 우리 일행이 나눠지게 되었다면 루시퍼 측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뜻이었어."

"일행이 나눠졌을 때가 공격하기 딱 좋을 때니까."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은해가 입을 열었다.

"일단 알파도어 촌장이 설치해놓은 마법진을 풀어야할 사람이 필요해요.

거기다가 탈출구에 BMS를 배치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임무를 맡을 사람을 나누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폰을 통해 총독부 시스템실을 도청하고 있던 은해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도라가 체스 말 중 '룩' 을 2개 동쪽으로 옮기며 말했다.

"마법진을 없애는 역활은 아나이스와 엔다이론, 이 두 사람이 해주세요."

"아나이스와 엔다이론의 전투력이 꽤 쓸만하다구, 헤롤드."

에반의 말에 로웨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헤롤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나가야 할 곳은 서쪽의 출입구. 저들이 가야하는 서쪽과는 정 반대의 방향입니다. 이 올드 사이언스 지구는 꽤 작은 도시니까, 4km정도 일 겁니다.

상대적으로 이동하는 거리도 만만찮습니다만, 속도가 빠른 엘프와 푸른 늑대가 이동한다면 1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죠.

두 사람이 같이 이동하면서 마법진을 제거해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인간으로 변한 엔다이론과 아나이스는 서로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쇼파의 팔걸이에 걸터앉은 로웰이 중얼거렸다.

"남은 것은 루시퍼의 졸병들을 분산시켜놓는 일 뿐이군."

"이사도라는 북쪽을 맡아. 거기에 1군대가 몰려있을 테니까, 알아서 좀 처리하고."

"예."

"난 여기 남을래. 어차피 여기서 바이러스도 회수해야되고, 짐도 남았으니까."

"좋아. 그러면 에반은 여기에 남기로 해."

에반과 이사도라는 순식간에 정해졌고, 리안이 말했다.

"은해는 서북쪽의 오래된 고 신전으로 가는게 어떨까?

이사도라하고 가까우니까 여차하면 이사도라가 서포트 해줄 수도 있고 말이야."

"괜찮아요. 그럼 저는 서북쪽으로 가죠."

"나는 남쪽으로 가겠어. 그쪽에 대기되어있는 제 2군단을 격파할께."

"나도 로웨나를 따라 남쪽으로 가지. 그대신 우리는 엔다이론이나 아나이스 처럼 같이 다니는게 아니라 나눠지는거다.

뭐, 저쪽 바이러스 모니터에는 아나이스들도 나눠서 다니는 걸로 되어있지만, 그런 것 쯤 아무 상관없잖아?

우리들은 서로 전투하는데 방해되니까, 좀 떨어져서 다니자고."

"알겠어."

리안은 서남쪽의 신전으로 향하겠다고 했고, 남은 로웰이 물었다.

"뭐야. 나 홀로 외톨이란 말이야? 너무하는데.."

"총독부실에서 마계 전역 지도를 찾아가져와. 헬리콥터에 놔뒀던 지도로, 그 자체에 있는 레이더도 없으니까

꼭 필요해. 찾으면서 마음껏 부숴도 좋아."

"오케이! 나만 믿으라고-"

은해 일행이 속이고 속인 상황.

리안에게서 이 모든 것을 들은 프라데라는 입을 떠억 벌리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라이트 위저로 무언가를 바닥에 슥슥 그리고 있던 리안은 말을 이었다.

"안됐지만 너희의 완패야. 지금쯤 너의 동료들도 놀라 자빠졌을거다."

"…쥐...쥐새끼 같은 것돌이 머리만 잘 굴러가지고는..!!"

"어허, 여자가 입이 험해서야 쓰나."

"네 녀석!!"

검을 뽑아 리안에게 달려가며 프라데라가 외쳤다.

헬르제라는 말없이 자신이 그려둔 마법진을 라이트 위저로 한번 내리쳤다.

마법진에서 몇개의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서로 얽히고 얽히더니 푸른 용, 즉 헬르제라 가의 수호드래곤의 모습을 띄었다.

"가라!"

리안의 외침에 수룡(水龍)은 프라데라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프라데라는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검으로 땅을 그어올리며 외쳤다.

"우뢰작렬(雨雷斫裂)!!"

황금빛을 내며 수룡을 향해 날아간 기운은 물을 휘감아 용의 주인인 리안에게로 뻗쳤다.

재빨리 뒤로 피한 리안은 자세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하기야, 전기는 물에 잘 통하니까."

리안이 슥슥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 다시금 라이트 위저로 내리꽂자, 수룡은 물로 변해 하나로 뒤엉키더니,

재빠르게 마계의 용으로 변했다.

이 붉은 눈을 띈 용이 상당히 익숙한 프라데라가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너희 마계의 서쪽 끝에 살고있는 용을 소환했다. 어디 한번 동족을 죽여보시지!!"

리안은 마계 용의 머리 꼭대기에 선 채로 외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프라데라는 이를 악물었다.

리안은 라이트 위저로 용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게 마법진을 그린 뒤, 그것을 손으로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블랙 드래곤의 입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 커다란 입 사이로 검은 기운이 담기기 시작했다.

"위험한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 프라데라는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운이 풀(Full)로 채워지자, 마계 용의 입에서 엄청난 기운이 터져나왔고, 그것은 제니스를 향해 돌진했다.

"이런..!"

재빨리 마법진을 완성시킨 제니스가 일어나기가 무섭게 기운은 그녀의 눈앞에까지 와 있었고,

제니스는 다급히 외쳤다.

"카운터!!"

캉! 

검과 검이 부딫히는 쇳소리가 나며, 기운은 제니스의 방어막에 부딫혀 다시 리안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처 대비를 못한 리안은 재빨리 마계용이 날아오르게 했다.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기운이 그대로 신전을 강타한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었다.

"오, 이런."

귀를 아프게하는 폭팔음이 거세게 공기를 뒤 흔들었다.

부서지다 못해 가루가 되버린 신전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차던 리안이 말했다.

"…이거 길어질 것 같군..."

한편, 제 2군단을 부숴놓으려 출발한 로웨나는 어렵지 않게 방어선을 구축하는 그들의 진채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귀찮게 시리. 저 쪼가리들을 언제 다 휩쓸어버린다?"

'후' 하고 한숨을 푹 내쉰 카메론은 붉은 머리를 다시 질끈 묶은 뒤,

제 2군단을 향해 달려나갔다. 적당히 거리를 둔 카메론은 검을 재빨리 뽑은 뒤 그것을 휘두르며 외쳤다.

"리티센스!!"

리티센스 발동 특유의 오렌지색 기운이 잠깐 동안 검 주위를 맴돌았다.

그 기운은 대지를 튀기며 춤을 추듯 현란하게 달려나갔고, 곧 제 2군단의 방어막에 명중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

로웨나는 다음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손의 장갑을 죄었다.

"자, 그럼 놀아볼까.."

리티센스(Reticence). 발동어 그대로 침묵적인 공격이었다.

일순간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음속을 넘어낸 파괴음으로 잠시동안의 정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 특징.

다음 순간, 방어막 전체가 거대한 폭팔음에 뒤섞여 가루가 되버리고 말았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 로웨나가 검을 잡고서 돌진하자, 우왕좌왕하는 제 2군단은 다급히 자신들의 대장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이다!! 침착하게 플랜B로 나가! 대열을 정비하란 말이다!!"

"대장님, 방어막이 날아갔습니다. 사상자도 벌써 100명이 넘는ㅡ"

"알고 있다!! 어서 플랜B로 나가지 않고 뭐하고 있는건가, 이 멍청아!!"

보고하러 온 병사를 발로 뻥 차버린 그들의 대장은 의외로 냉철한 사람이었다.

"자, 그럼...."

발에 기운을 집중시킨 로웨나는 심호흡을 했다.

다음 순간, 로웨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으악!!!"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났다.

엄청난 속도로 병사들을 헤집고 다니며 검으로 베어가는 로웨나를, 포수들은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그들의 눈에 로웨나의 모습은 붉은 머리의 사신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라이트 소드!"

일전에 은해가 썼던 마법검을 휘두르자, 병사들은 피로 범벅되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용감한 누군가가 그녀에게 총을 쏘았지만, 로웨나는 그것을 검으로 막은 뒤 그의 옆에서 나타났다.

"가소롭군."

퍼어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로웨나의 팔꿈치가 병사의 턱을 가격했다.

병사의 턱뼈가 부러진 것은 말할 나위 없고, 두개골이 부서진 나머지 후두부에 피를 쏟으며 쓰러진 병사를 보며

로웨나는 깔깔 웃었다.

"시시하잖아, 얼른 제대로 된 녀석을 내보내란 말이다!!"

"우워어어어어-"

그 외침에 답하기라도 하듯, 저쪽 병사들의 뒤에서 괴상한 음성이 들렸다.

제 2군단의 병사들은 '살았다' 라는 표정으로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잠시 뒤 땅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오메가 샘이잖아? 여기가 그렇게까지 발달된 곳이었나?"

전기공학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트롤들과 같이 지역별로 서식하는 '오메가 샘.'

과학이 충분히 발달되었다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새로운 종족이었다.

컴퓨터의 바이러스 조작이 잘못 흘러가서 만들어진 이 종족은 몸은 기계였으며, 얼굴을 흉측한 트롤과도 같았고,

손과 발은 날카로운 손톱을 달은 고블린의 그것이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여러 마생물들과 바이러스가 결합된 것이 아니라고 추정하고 있는

종이었다.

그래도 두뇌는 시스템이 심어져있어서 지식이 발달하여 싸우기 힘든 상대라는 점,

예상외로 공격력이 세다는 점에서 골치아픈 상대 1 순위에 몇번이고 올랐던 종족들이었다.

로웨나는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언제봐도 더러운 면상이군."

"우워어어어..."

말을 알아들을리가 없는 오메가 샘이었다.

그들은 대검을 들고 자세를 잡아 로웨나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곧, 한마리가 그녀에게 돌진하였다.

"누나가 이뻐해주마!!!"

바로 앞까지 왔을 때, 발로 바닥을 차 모래를 오메가 샘의 눈에 뿌린 로웨나는 그대로 검을 배에 꽂아올렸다.

비명지를 새도 없이 공격을 당해버린 오메가 샘은 시스템이 심어진 뇌 조가리를 땅에 떨어뜨리며 쓰러졌다. 

"에라이, 에델린이랑 바꿀 걸 그랬나?"

로웨나는 정말 짜증난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누가 내 말하나..'

갑자기 귀가 가려워진 에델린은 손으로 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남쪽의 숲으로 들어온 물의 기사는 여유롭게 나뭇가지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아직 그에게 올 손님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자면 해명할 수 있겠지만, 손님은 바로 찾아왔다.

"핫!"

'뎅겅' 하고, 방금전까지 나뭇가지를 따라 뻗어져있던 에델린의 다리가 있던 곳이 잘려나갔다.

공격을 상당히 이상하게 피한 에델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책을 덮고, 안경을 벗었다.

"난 오래끄는 타입이 아니니까, 얼른 나오시지 그래?"

"어머, 그래?"

에델린이 앉아있는 나무의 밑에서 어느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밑을 내려다 본 물의 기사는 말없이 그 금발 소녀를 바라보았다.

예쁘게 눈웃음을 지으며, 소녀는 말했다.

"나도 그래. 나도 오래끄는 타입이 아니야."

"…그렇군."

"내 이름은 레일리아 메르바체. 마계 간부야. 오빠의 이름은?"

"에델린."

"오빠, 잘 부탁해!"

무슨 꿍꿍이인지 에델린이 알리가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곤, 이 소녀는 자신이 앉아있는 이 거대한 나무를 단숨에, 그것도 깨끗하게 잘라낼 수 있는

대단한 상대라는 것이었다.

쓰러지는 나무에게서 떨어져 지상으로 내려온 에델린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이제야 내려왔네? 올려다 보기가 목이 좀 아파서."

"예의라곤 어디다 팔아먹은 녀석이군.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오는 것을."

"훗. 자, 그럼…"

메르바체의 모습이 사라졌다.

쾅!!!

무시무시한 힘으로 에델린의 검과 맞부딫힌 레일리아는 한순간이었지만 에델린의 눈이 커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서로의 힘에 이끌려 부들부들 떨리는 검 들 사이에서, 에델린은 리아의 오드아이를 주시했다.

"오빠 싫어."

"..."

"전혀 흔들림이 없는 눈이야. 제트와 루시이외에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을 본 건 오빠가 처음이야.

오빠, 대단한 사람이구나?"

"징그러우니까 오빠라는 말은 집어치우도록."

"성격도 흔들림이 없어. 자세도 빈틈이 없고."

"꺼져라."

순간 리아를 밀어낸 에델린이 그녀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메르바체는 여유롭게 덤블링을 해 뒤로 피했다.

그녀를 따라간 에델린이 검을 휘두르자, 표정변화없이 전부 막아낸 리아는 다시 검을 맞대게 되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래끄는 건 질색인데. 길어질 것 같지 않아?"

"너가 사라져준다면야, 내가 거부할 이유는 없지."

한편, 시스템을 제거하기 위해 달려간 엔다이론과 아나이스는 이리저리 바쁘기 그지 없었다.

컴퓨터 조작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16곳이나 폭팔시켜야 한다는 것부터가 순전히 무리였다.

16곳을 병렬화 시키기에는 시스템의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따로따로 폭팔시키면 안됄까요?"

"곧바로 추적당할 것이 뻔하잖아?"

짤막하게 대답하고 손을 놀리기를 몇분, 아나이스는 손으로 노트북을 쾅 치며 외쳤다.

"안돼!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역으로 바이러스를 먹어버릴꺼야."

"35번 파일을 열어봐요."

엔다이론의 말에 아나이스는 그렇게 했다.

열 댓개 정도 되는 프로그램들이 제각각 통제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걸 병렬화 시켜서 파일 하나를 새로 생성시키는 거예요. 압축되어서 꽤 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

의외의 아이디어를 얻은 아나이스는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엔다이론을 돌아보았다.

인간화 한 엔다이론을 꼬옥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나이스는 감격에 겨워 있었다.

"좋아, 얼른 끝내자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아나이스의 손이 빨라졌다.

하나를 지우고, 또 하나를 지우고, 합치고.......그러기를 몇번, 갑자기 아나이스와 엔다이론의 눈이 커졌다.

엘프의 손이 멈춘 것은 당연했다.

"어라."

"…이게 뭐죠?"

화면에 예쁘장하게 올라와 있는 <Password:_> 라는 칸은 그들의 인상을 구겨놓았다.

"젠장..!"

"함정이군요. 패스워드 입력을 안하면 병렬화 시킬 수 없어요."

"힌트, 힌트...!"

"바탕이 보라색이군요. 마계인들은 보라색을 참 좋아하죠."

"까불래? 그거 지난번에 헤롤드가 했던 소리라며!"

"아하하, 장난입니다."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긁적이는 푸른 늑대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아나이스는

화면 한쪽에 있는  <HINT> 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눌렀다.

"뭐야! 힌트라고 했으면서!"

"마계인들이 호락호락하게 힌트를 주겠습니까?"

"아씨, 왜 안 눌려!!"

"저들이 우리를 놀리는 거지, 뭐겠습니까?!"

열받는 지 주먹으로 땅을 쾅 친 아나이스는 숨을 거칠게 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엘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HINT> 를 바라보았다.

"…설마..."

엘프는 패스워드 칸에 <HINT> 라고 적어놓았다.

시원하게 ENTER를 누르자, 화면은 다시 원상복구되었고, 파일들은 병렬화 되어있었다.

"성공이다!!"

"설마 답이 눈 앞에 있을 줄이야."

아나이스는 환호성을 질렀고, 엔다이론은 황당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다시 키를 입력한 아나이스는 '좋아' 라고 말하며 마지막 엔터키를 눌렀다.

쾅!!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폭팔음이 터져나왔다.

쾅!

반대편에서도 터져나왔으며,

쾅!!

좀더 먼 곳에서도 나왔다.

폭팔음은 끊이질 않았고, 엔다이론과 아나이스는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성공한건가."

헤롤드는 멀리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워져 나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굉장히 지쳐있었다.

눈앞에 와있는 상대는 정말 악연이라면 질기다고 할 만한 벨제뷔트였던 것이었다.

벨제뷔트의 몸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았고, 헤롤드의 안경을 박살이 난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쉽군. 눈을 꿰뜷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미안하군. 다음부터는 안경을 빼고 싸우도록 하지. 어차피 깨져서 더이상 쓸 일도 없지만."

벨제뷔트가 검을 휘둘렀다.

"엑셀루트!!"

"예전에 썼던 기술이군. 이제 좀 발전시키지 않겠나?"

"친절하군. 유감이지만, 이미 기술은 발전 되었다."

"뭐?"

코 앞까지 다가온 공격에 한 손을 뻗으며 헤롤드는 외쳤다.

"쉴드!"

강한 방어막에 의해 공격은 분산되었고, 양 옆의 공간은 깨끗하게 밀려나가고 말았다.

헤롤드는 방어막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파괴력이 좀더 늘었군. 그 정도로는 날 이기지 못할텐데."

"괜한 걱정을 하는 군!"

벨제뷔트가 움직이자, 헤롤드 역시 몸을 움직였다.

제트의 공격을 옆으로 피한 헤롤드는 다음 순간 놀라 몸을 숙이고 말았다.

"호오. 피했나?"

"기운을 넣어서 휘두르면 반경이 넓어진다는 것을 깜박했다. 용케 머리를 썼군."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마음대로. 어찌됬건, 내가 너무 시간을 끈 건 확실하군.."

몸 전체를 기운으로 다시 가다듬은 헤롤드는 검을 칼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와라."

"날 얕보는 군."

순식간에 다가온 제트가 검을 놀리자, 헤롤드느 이리저리 피한 뒤, 팔꿈치로 제트의 가슴을 급습했다.

순간 숨이 막힌 제트의 몸은 공격을 멈췄고, 정령의 아이는 검을 뽑아 그대로 내리 그었다.

"큭!!"

핏방울이 튀기고, 제트의 가슴을 장식한 대각선의 붉은 줄은 벨제뷔트에게 있어서 그다지 영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멀리 떨어진 헤롤드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라이트 키드."

어디선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헤롤드 주위를 맴도는 가 싶더니, 그것은 곧 움츠려 있는 제트의 귀에도 들려왔다.

헤롤드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죽어라."

"커억!!!!"

보이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손길이 상처를 타고 제트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마계인인 제트에게는 치명적인 독과도 같았다. 상처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만 갔고, 제트의 심장은 그 빛의 손길들에 의해 

점점 멈춰져 가고 있었다.

헤롤드는 조용히 그의 모습을 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자.. 그렇다면 은해는..?"

***

89,90,91 다같이 올립니다.

고등생인 언니덕분에 저까지 인터넷이 금지되어 메모장에 써놓았던 것 옮겨적습니다...ㅠ_ㅠ

시험이 꽤나 일찍 끝난 편인데, 언니 땜에 이게 뭔 일인지도 싶지만..

92편 역시 전투씬으로 장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은해X헬렌, 에반X아델 편과 함께 탈출합니다.

으랏차! 아직 갈길이 멀군요. 새벽에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영원]

후~정말기네요 ^^ 3편연속이라서그런지.. 재미있네요, 약간 이해하기가 힘들지만ㅠ.ㅠ 길면이해가안되는....재밌게읽고갑니다~

[검은양돌이]

=ㅁ=;;역시 너무 길게 쓴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너무나사랑해]

대박이다!..>.<양돌이 짱길어!ㅋㅋ 올만이야! 학교가기전에 꼴말 올리는 센스!! 아이참, 우리 리안은 전투할 떄도 멋있어~

[검은양돌이]

ㅋㅋ땡큐리안은항상멋있지~

[무향화 [無香花]]

오 양돌이님 오랜만이시네요...-_-저도 한동안 카페 안들어왔는데..한번에 3편올리시다니...대단하세요...-_- 근데 무지 기네요...;;

[검은양돌이]

=_=;;지금생각해보면 정말 기네요;;

[연구단체베베]

와앗! 정말 길다아....=ㅁ=;; 재밌오! ㅋㅋ 전투씬 무지기대기대!

[검은양돌이]

음음 땡큐!

[죽을래?안죽을래?]

은해 이겨야되~

[검은양돌이]

화이팅입니다!

[판타지소년]

다른 님들 소설에 비해 조회수도 없고 이거 참... 양돌이님 소설이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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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뽀대준수]

그렇다면...전에...싸웠던게...다...계...획...ㅇㅁㅇ..???;;;;리안과로웰 싸운게 아닌가여????싸운게 아니라면 다행이당~~ㅎㅎ은해야~~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