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공부를 하고있다가 본 판례 중 생각해볼것이 있어서 글을 한번 써 봅니다.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64669 판결을 본다.
[1]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 형성 과정과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법률행위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미성년자 본인에게는 경제적인 손실만을 초래하는 반면, 친권자나 제3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행위이고 그 행위의 상대방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행위의 효과가 자(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법정대리인 갑이 미성년자 을, 병을 대리하여 을, 병 소유의 토지를 정에게 매각한 사안에서, 이는 본인인 을, 병의 이익을 무시하고 오로지 법정대리인 갑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서만 행하여진 대리권 남용 행위로서 계약상대방 정으로서는 매매계약 당시 갑이 임의로 을, 병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토지를 매각하려 한다는 배임적인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본인인 을, 병에게 매매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이 판례에서는 대리권 남용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법정대리인은 친권자로서 자녀의 재산을 처분할 법적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 권한을 자녀의 이익이 아닌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면 이는 대리권 남용(배임적 행위)에 해당한다.
대리인이 대리권을 남용한 경우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가 유추 적용된다.
대리권 남용이란 대리인이 겉으로는 대리권 범위 내에서 행위를 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챙기려고(배임적 의도) 대리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대리인은 속으로 '본인을 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유보한 채, 겉으로만 '본인을 위한다'며 대리행위를 한 것이며, 이는 마음속 생각(진의)과 겉으로 드러난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비진의표시(진의 아닌 의사표시)' 구조와 같다는 것이 여러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다.
민법 제107조에 따라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적인 속마음을 전혀 몰랐고, 모른 데에 잘못도 없다면 그 대리행위는 그대로 유효하다.
상대방이 대리인이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악의 또는 과실), 그 대리행위는 본인에게 무효이다.
(참고로 민법 제107조는 상대방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만, 제108조는 상대방의 '과실' 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는다. 민법 제107조, 2002다1321참조)
한편 2011다64669판례는 이해상반행위에 대하여 다루고 있지 않다.
민법 제921조의 이해상반행위란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친권자와 그 자(子) 사이 또는 친권에 복종하는 수인의 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고, 친권자의 의도나 그 행위의 결과 실제로 이해의 대립이 생겼는지의 여부는 묻지 않는다.(2023다301941)
2011다64669판례의 사안은 부모가 자녀들의 땅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계약이고, 이 형식 자체는 자녀들에게 매매대금이라는 이익이 들어오는 형태이므로, 외형상으로는 부모와 자녀 간에 이익이 충돌하는 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다.
대법원은 외형상 문제가 없는 이 사안을 겉모습만 따지는 이해상반행위(민법 제921조)로 보지 않고, 속마음과 상대방의 인식을 따지는 대리권 남용(제107조 유추적용)을 통해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10270 판결을 보자
[2] 친권자인 모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의 채무 담보를 위하여 자신과 미성년인 자(자)의 공유재산에 대하여 자의 법정대리인 겸 본인의 자격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친권자가 채무자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주식의 66%를 소유하는 대주주이고 미성년인 자에게는 불이익만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채무자 회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친권자와 그 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이해상반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 전에도 이해상반행위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한다.
https://cafe.daum.net/studylaw/Rev8/5670?svc=cafeapi
이해상반행위가 되려면 부모 개인의 빚을 위해 자녀의 재산을 담보로 바쳐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부모 개인이 아니라 '주식회사'라는 제3자의 빚을 위한 것이므로, 형식적으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직접적인 이익 충돌이 없다.
자녀측에서는 "모가 회사 사장이고 주식도 66%나 가진 사실상 엄마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이는 모 개인을 위한 것이고, 자녀한테는 아무 이익 없이 땅만 날릴 불이익을 주는것이다." 라고 주장해볼만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친권자와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이며, 모가 대주주라는 점, 결과적으로 자녀에게 불이익만 준다는 실질적 주관적 사정은 배제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정리하자면, 이해상반행위 여부는 오로지 행위 자체의 외형(객관적 성질)만 보고 기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안은 이해상반행위를 부정하였고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대리권 남용(민법 제107조 유추적용)이 적용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96다10270판례에서는 대리권 남용을 다루지 않았지만 저당권자가 악의 또는 과실이 있음을 증명한다면 민법 제107조에 의하여 자녀는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너스로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65960 판결을 보자.
[1] 친권자인 모가 자신이 연대보증한 차용금 채무의 담보로 자신과 자의 공유인 토지 중 자신의 공유지분에 관하여는 공유지분권자로서, 자의 공유지분에 관하여는 그 법정대리인의 자격으로 각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하여 채권자가 위 토지 중 자의 공유지분에 관한 저당권의 실행을 선택한 때에는, 그 경매대금이 변제에 충당되는 한도에 있어서 모의 책임이 경감되고, 또한 채권자가 모에 대한 연대보증책임의 추구를 선택하여 변제를 받은 때에는, 모는 채권자를 대위하여 위 토지 중 자의 공유지분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되는바, 위와 같이 친권자인 모와 자 사이에 이해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친권자인 모가 한 행위 자체의 외형상 객관적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어서, 모가 자를 대리하여 위 토지 중 자의 공유지분에 관하여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이해상반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앞선 주식회사 사안과 달리, 대법원이 이해상반행위가 맞다고 하였다.
이 사안은 형식적으로도 모의 책임을 줄이고 자녀에게 불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보았다.
제3자의 채무를 위해 자녀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2001다65960와 96다10270는 비슷해보인다.
친권자가 지는 '법적 책임의 유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본다.
연대보증이 없는 경우 제3자의 채무는 그냥 제3자의 채무일 뿐이다. 친권자는 회사의 대표나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그가 법적으로 자기 재산으로 그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
연대보증을 한다면? 제3자의 채무는 법적으로도 친권자 자신의 개인 채무와 다름없어진다. 채권자는 주채무자에게 먼저 변제하라고 요구할 필요도 없이, 바로 연대보증인(친권자)의 개인재산을 강제집행할 수도 있다.(민법 제438조 참조)
근데 연대보증이 아닌 일반보증이어도 결국 자기채무가 되어 (보증인의 최고, 검색의 항변이 있더라도)이해의 대립구조는 같으므로 이해상반해우이가 성립할 것으로 본다.
이 글에 인용한 3개의 판례가 이해하지 은근히 쉽지 않은 판례라고 본다.
저 사안에서 공동저당까지 생각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것이 매우 많아진다.
결론만 암기하는것 자체는 쉽겠지만, 정확한 논리를 이해하는것이 필요하다.
1차시험은 결론만 알아도 어찌어찌 통과할지는 모르겠지만 2차에서는 그러면 과락할 가능성이 높다.
첫댓글 법인에서는 법인과 그 구성원의 "법적 분리"가 일어난다는 게 핵심이죠. 법적 분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법률전문가이고 일반인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은 법적 분리의 결론은 알고 있지만 대다수 일반인들은 이 지점을 잘 모르죠. 어쨌든 조문달달님이 판례 사안을 분석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정돈하는 공부를 하는 것은 법무사 합격을 넘어 내공을 갖춘 법조인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남들이 읽든 말든 알든 모르든 수험생일 때 열심히 판례 등을 분석하고 논리 훈련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이익입니다. 우수한 법조인이 되고 싶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논리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