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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대무신국(大武神國)의 참화(慘禍)
아주 넓은 석실 안으로 벌거벗은 미소년 하나가
석실 가운데 서서 두 손바닥을 한데 합하고 석벽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열다섯 정도 어린 나이인데 불구하고 놀랍게도 신광이 안으로 갈무리 되는
삼화취정(三花聚頂)의 내공 수준에 이른 그였다.
그의 눈빛은 말할 수 없이 부드러웠다.
그의 눈을 응시하는 사람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는 듯한 편안함과
숭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소년은 숨을 멈추고 있다가 합장했던 손바닥을 아주 천천히 펼쳤다.
손바닥이 천천히 움직이는데 놀랍게도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석실 안에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돌연 맑은 외침이 터졌다.
"우장(右掌) 복마(伏魔)― 좌장(左掌) 벽천(劈天)―."
큰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손과 왼손이 각기 다른 초식을 일으켰다.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수만 근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꽝― 꽝―!
석실이 뒤흔들리며 돌가루가 분분히 일어났다.
"흠…!"
미소년은 이미 손을 내려뜨리고 석벽을 응시했다.
자신의 손바닥 아래 변화된 것을 살피고 있는 눈빛에는 만족감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
석벽에는 한 자 깊이 장인(掌印)이 새겨져 있었다.
그 가공한 경지에도 부족한 것일까?
단단한 석벽에 한 자 깊이 장인을 남긴다는 것은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고수라 할지라도 흉내내기에 힘든 수법이었다.
소년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고금에 드문 성취였다.
소년은 나직이 탄식을 흘렸다.
"벽천장(劈天掌)은 육성 정도인데 복마장은 아직 삼성에도 미치지 못하는구나
. 심마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마수법이 칠살식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심마의 마공이 가장 뛰어나다는 증거이겠군."
소년은 중얼거리다가 뒤돌아섰다.
"아… 때가 되었구나!"
그는 망막에 비치고 있는 한 노인의 모습을 보고 두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지난 일 년 내내 똑같은 모습으로 침상 위에 누워 있던 노인의 몸뚱이가
조금 움직여 있기 때문이었다.
"끄르르―!"
노인의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할… 할아버님, 고통스러우십니까?"
미소년이 얼른 다가가 물었으나 노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움직일 듯했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셨단 말인가? 혹시 회광반조(廻光反照)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소년은 긴장하며 손바닥을 노인의 단전에 얹었다.
그가 운기를 하자 그의 손바닥이 불덩어리같이 달아올랐다.
"크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노인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할… 할아버님, 천룡이옵니다!"
"칠… 칠일이 고비다…."
노인이 거칠게 말하다가 입을 딱 벌렸다.
다시 한번 가래 끓는 소리가 나더니 그의 입이 다시 다물어지지 못했다.
노인의 몸은 점점 차가워져 갔다.
"아아…, 돌… 돌아가셨어."
미소년은 머리를 쇠망치로 맞는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가운데 쓸쓸히 죽어간 노인이 정의무성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이 아는 일이었다.
미소년은 정의무성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무천룡이었다.
절대무신 정의무성의 죽음!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존재는 무림사상 가장 신비로웠고, 가장 위대했으며 정의로웠다.
가장 뛰어난 의협도 그 앞에는 무릎을 꿇고 구 배를 올려야 할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천하를 구할 화신을 창조하기 위해 심력을 다한 그의 투혼(鬪魂)과 의지를
천하 그 누가 알겠는가?
"크으으…할아버님!"
무천룡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오열했다.
그의 눈알이 금방 토끼눈같이 빨개졌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조부의 몸을 침상 위에 눕혀 놓고 일 년을 보냈던 무천룡이었으나,
막상 조부의 죽음을 보게 되자 하늘이 또 한 차례 무너진 것만 같았다.
'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무천룡은 정의무성의 죽음이 대무신국이 세워진 후 제일 큰 사건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상왕지사(上王之死)!
그것은 대무신국 전체가 알아야 할 만한 대사건이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대무신국의 모든 신민(臣民)이 백의(白衣)를 입고
조종(弔鐘)을 내며 울어야 하지 않는가?
무천룡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런 쓸쓸한 죽음을 맞게 하실 수는 없다. 알려야 한다!"
그는 밖으로 나가 정의무성이 유고를 알려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어서 아버지께 알려야 한다."
그는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통로로 향했다.
순간, 준엄한 영상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 대무신공을 대성하기 전에는 절대 출관해서는 안 된다!
무천룡은 불현듯 상념 속에서 깨어났다.
"안 돼!"
그는 갑자기 고개를 흔들어대며 걸음을 멈췄다.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할아버님의 유언을 따라야 한다.
그 분과의 약속은 지켜야만 한다. 맹세를 저버릴 수는 없어."
무천룡은 울며 다시 조부의 유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형신공 수련에 들어가자.
무공수련에 들어가는 것만이 이 괴로운 속에서 날 구해줄 수 있다.'
그는 조부의 유해 앞에 삼일 동안 부복하며 조부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것이 칠겁관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의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무천룡은 눈을 감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마음이 괴로워 정신이 한군데로 모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애써 안정을 찾으며 구결대로 운기행공을 전개해 나갔다.
'나는 정의무성의 후계자다!'
***
밤하늘에 돌연 괴변이 생겼다.
별 하나가 갑자기 붉게 타오르다가 삼경(三更) 즈음해서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신에 일곱 개의 흉성(兇星)이 거성의 자리를 대신해 빛을 발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불길한 징조라고 했다.
일곱 개 붉은 별은 일곱 마두를 가리키는 천기라고들 했다.
그러나 일곱 개의 흉성과 함께 갑자기 출현한 또 하나의 천괴성(天魁星)은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금빛 별 하나가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하늘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아주 맑았다
. 불타버리듯 사라져 간 거성에 비한다면 그리 강한 빛이 아니었으나 아주 젊은 별빛이었다.
신성(新星)은 세월이 흐른다면 오랜 세월 세상을 밝혀준 거성을 능가할 만큼
강렬한 빛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뎅― 뎅― 뎅―!
입마령 아래 대무신국 안으로 묵직한 종성이 울려퍼졌다.
칠겁관에 세워진 이후 대무신국의 관심은 칠겁관 내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느닷없이 조종이 울려 대무신국 안을 울음바다로 만든 것이다.
대무신국의 신통(神通)한 천관(天官) 하나가 천기를 보고
대무신왕 정의무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종을 울렸다.
아주 엄숙한 조종과 함께 대검제를 제주(祭主)로 하는 제사가 거행되었다.
정의무성의 죽음이 정식으로 선포되었고 또 하나의 의식이 거행되었다
. 대검제가 상왕이 되고 천룡태자가 천룡제(天龍帝)로 되어
대무신국의 삼대국왕이 되는 의식이 그것이었다.
대검제는 칠겁관이 세워지는 날 정의무성에게 미리 들은 바가 있었다.
'아버님께서 칠겁관 안에 든 지 오 년 만에 돌아가셨구나.'
그는 앞날을 너무도 정확히 예견한 부친의 죽음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자식으로서 연로하신 아버님께 심려만 끼쳐 드렸으니 이 어찌 불효라 아니할 수 있는가?'
그는 머리를 땅에 대며 혈루를 쏟았다.
정의무성 한 사람에게 매료되어 세속의 모든 명리를 버리고 대무신국 안으로 들어와 은거했던
수많은 기인들도 눈물로 옷을 적셨다.
심지어 대무금붕(大武金鵬)조차 울며 식음을 전패했다.
조종을 울리는 의식은 일백팔 일 간 계속되기로 선포되었다.
그 사이 모든 사람들은 단식(斷食)과 불면으로 정의무성을 향한 충정을 표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데― 엥―!
구천(九天)에 메아리치는 구슬픈 종소리에 세상의 안녕이 무너지고 있었다.
일 각마다 한 번씩 울리는 종소리에 입마령이 진동되었지만
칠겁관 안에 있는 무천룡은 들을 수가 없었다.
무천룡은 정의무성의 죽음을 자신만이 아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실은 완전히 달랐다.
정의무성은 하늘의 정기를 타고난 사람답게 태어나고 죽는 것을
하늘 위에다가 표시를 했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은 무천룡이 알릴 것도 없이 만천하에 소문난 상태였다.
대무신국은 정적에 휩싸였다.
조금 전 조종이 울렸기에 그 고요함이 훨씬 더했다.
일각 후 종성이 울릴 때까지는 모든 것이 적막하기만 할 것이다.
이때, 아주 불길한 구름이 입마령 위를 덮어오고 있었다.
달도 떠오르지 않은 어두운 그믐밤에다 풀벌레조차 울지 않아 고요하기만 한 가운데
대무신국의 하늘을 덮는 무수한 흑점(黑點)이 있었다.
기문진으로 보호되어 나는 새도 감히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대무신국의 영토를 침범해 오는
검은 점은 위협적으로 보였다.
검은 점은 소리를 내지 않고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다가선 점은 형태를 드러냈다.
아주 큰 흑응(黑鷹) 일천 마리였던 것이다.
길이가 이 장 정도에 달하는 흑응무리는
하늘 꼭대기까지 날아올라 기문진을 통과했다가 서서히 떨어져 내렸다.
흑응 중 일곱 마리가 전열에 섰고 등에는 일곱 명의 흑의노인이
금안장을 놓고 정중히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사악(邪惡)함이 극에 달한 자들로 주변의 대기마저 요동쳤다.
그들의 눈에서 뿜어지는 흉광은 대하는 순간 혈관을 동결시킬 정도였다.
기괴하게도 그들은 모두 외팔이였다.
"크크크… 정의무성이 죽은 이상 세상은 우리들의 것이다."
"키히히…칠마령(七魔令)이 이 안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
이 안의 모든 인간들을 죽이고 칠마령을 찾은 후 중원을 치러 가리라!"
"정의무성이 죽고 드디어 천기가 변화했다.
이제 하늘은 정의의 편이 아니고 우리 사마들의 편이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롭게 되는 것이다."
아…그렇다.
흑응 일천 마리를 이끌고 대무신국으로 날아오는 흑의노인들은
바로 심마를 비롯한 칠대사마(七大邪魔)였다.
그들은 정의무성이 생존해 있는 동안 죽은 듯이 살아오다 거성이 떨어지는 순간
본거지를 나서 대무신국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들 외에 구백구십삼 인의 노마두들이 있었다.
그들은 칠대사마에 의해 굴복당해 칠마전(七魔殿)에 든
천하(天下) 구주(九州), 사해팔황(四海八荒)의 마인들로 각기 빼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흑응은 비응곡주(飛鷹谷主)라는 이인(異人)이 기른 것으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영물이었다.
흑응 무리 중 소리를 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밤하늘을 가로질러 대무신국의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었다.
흑응이 백 장 정도 하강했을 때 대무신국 안의 호법이 그들의 난입을 발견했다.
"적이다―!"
폭화가 터져 하늘을 밝혔다.
"허공에서 날아든다. 모두 막아라―!"
대무신국의 고수들은 흑응군(黑鷹軍)을 보고 기절초풍할 듯이 놀랐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대무신국 창건 이래 최초의 일이었던 것이다.
흑응을 타고 날아온 무리 중 가장 뛰어나 보이는 흑의노인 하나가 팔을 들어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이 순간 대무신국을 강호에서 제명(除名)한다.
너희들을 모두 시체로 만들고 칠마령을 회수해 가겠다"
그는 수하들을 둘러보며 마후(魔吼)를 토해냈다.
"죽여라―!"
흑응을 타고 온 마두고수들이 지면을 향해 검은 물체를 집어던졌다.
순간 지축이 흔들리고 하늘이 허물어지는 듯한 대폭음이 터졌다.
꽈르르르― 릉― 꽈꽝―!
막강한 벽력탄이 쏟아지며 대무신국의 고루거각(高樓巨閣)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독침(毒針)이 비오듯 쏟아졌다.
"크으으…!"
"아악…!"
지옥도(地獄圖)도 이렇게 참혹하지 못할 것이다.
호국무사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해 보고 참혹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
대무신국은 불기둥으로 인해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
불빛 번쩍이는 가운데 피범벅이되어 쓰러지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간단히 교두보를 확보한 칠대사마는 일천 마리 흑응을 이끌고
대무신국의 신성한 땅으로 내려섰다.
수하들은 화탄과 독암기에 우왕좌왕하는 대무신국의 신민들을 향해 일제히 공세를 벌였다.
"와아아―!"
"모두 허수아비 같은 자들이다―!"
"놈들을 소탕하고 대검제를 잡아 전주께 바쳐라―!"
천 년 만에 가장 큰 싸움판이 벌어졌다.
차차차창―!
퍼퍼퍼펑―!
강기과 검기가 어우러지며 사방을 휩쓸고
대무신국의 잘 다듬어진 정원과 화단을 초토화로 만들었다.
"더러운 사마들! 한 놈도 돌려보내지 않겠다."
"대무신국을 어찌 보고 이리도 무엄히 왔느냐?"
대무신국의 신민들도 허약하지는 않았다.
정의무성의 죽음에 상심해 있던 기인들은 칠마전의 침입에 분기탱천해
수십 년 동안 쓰지 않았던 살수를 잇따라 구사했다.
"으악…!"
"크애애액…!"
장풍의 회오리가 일 때마다 피보라가 일어났다.
사지가 걸레같이 찢겨져 나간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서고,
몸뚱이와 헤어진 머리통이 여기저기 뒹굴었다.
그러나 역시 칠마전의 우세였다. 칠마가 닥치는 곳은 무인지경이나 다름 없었다.
그 중 가장 강한 자는 역시 심마(心魔)였다.
"카핫핫핫!"
심마는 마소를 터뜨리며 찰나지간 이십여 명을 시체로 만든 후
백의를 걸친 초로노인 하나를 제압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잃고 상심해 칠 일 밤낮을 뜬눈으로 새워 탈진할 대로 탈진한 대검제(大劍帝)가
어처구니없이 제압당해 버린 것이다.
대검제는 정의무성의 신물인 대무신검(大武神劍)을 지니고 있어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이상하군. 정의무성을 대신 할 신성(新星) 하나가 있는데…
정의무성의 아들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심마는 대검제가 쉽게 잡히자 오히려 불안해 했다.
"크흐흐…정확히 아는 수가 있지."
그의 눈빛이 아주 야릇한 빛을 발하며 대검제의 눈을 응시하자 대검제는 혼절하는 듯 휘청였다.
대검제가 축 늘어지자 심마가 그의 머리에 손을 대고 물었다.
"칠마령을 어디에 두었느냐?"
"칠… 칠마령은… 여… 여기에 없다."
대검제는 꿈속에서 말하는 투로 더듬더듬 말했다.
심마의 절대마공인 탈백마안(奪魄魔眼)에 심령을 금제당한 것이다.
"뭐야? 없다고?"
심마의 얼굴이 백짓장같이 희어졌다.
"없… 없다. 그… 그것은… 십 년 전 삼밀사(三密使)의 손에 전달돼 중원으로 들어갔다."
"뭐… 뭐라고?"
심마의 탈백마안이 새파랗게 폭사되었다.
'칠마령이 여기 없단 말인가?
으으…정의무성이란 놈이 이런 간사한 꾀를 미리 마련해 두었단 말인가?'
심마가 이를 으득으득 갈며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크흣…그것이 있는 한 찾을 수는 있다.
무성 노괴물이 제법 치밀한 안배를 했지만
내가 칠마령 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향기(香氣)를 칠해 두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크흐흐…노괴물이 죽은 이상 그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 대무신국 안에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이다."
심마는 중얼거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기를 꿰뚫어보는 안력을 가진 심마는
밤하늘에 찬연히 빛나는 금빛 신성 하나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별은 대무신국 바로 위에 떠 있었다.
'저 임자를 죽여야 한다.
저 임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노부가 여섯 아우들을 거느리고 친히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마는 금빛 별을 응시하다가 대검제에게 다시 몇 마디를 물었다.
대검제는 그가 묻는 대로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군."
심마가 대검제의 손목을 움켜쥐고 무성전 쪽으로 걸어갔다.
'천룡태자라는 애송이가 있었다니… 흐흐흐,
그 애송이가 바로 정의무성의 천기를 대신 하는 신성임에 틀림없다.'
심마의 눈에서 살기가 폭사되었다.
칠겁관을 향해 폭사되는 안광은 무천룡의 지금 실력으로는 이기지 못할 막강한 마공에 의한 것이었다.
꽝― 꽝―!
그러는 사이 대무신국은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화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참담하고 가혹한 패배가
대무신국을 유황지옥같이 변화시키는 데 소모한 시간은 단 반 시진뿐이었다.
***
석실 안은 어둡고 고요했다.
언제부터인가 운기행공에 열중해 있는 십오 세 미소년 하나가 있었다.
어린 나이인데 몸가짐이 백 세를 산 노도사보다도 신중했고
어린 황제를 대하듯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가 운기행공의 망아지경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천룡아…!"
어디선가 그의 고막을 때리는 소리가 있었다.
'아니…?'
운기행공 중인지라 청력이 보통 때에 비해 백 배 정도 밝은 상태에 있는 그였다.
"아버님의 목소리가 아닌가?"
급히 운기행공을 거두는 미소년은 바로 천룡태자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천룡제(天龍帝)가 된 무천룡이었다.
그는 청력을 기울이자 다시 외침이 들려왔다.
"천룡아… 아비의 목소리가 들리느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성은 분명 부친 대검제의 목소리였다.
"아버지!"
무천룡은 크게 외치다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칠겁관은 외계와 완전히 차단이 되어 있다.
아버님이 이 안으로 전성술을 보낼 정도가 되었단 말인가?'
그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천… 천룡아, 칠… 칠마전이 급습했다. 어… 어서…!"
대검제의 촉박한 음성에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칠마전이 쳐들어 왔단 말인가? 이럴 수가! 그들이 감히 본국을 넘볼 수 있단 말인가?'
무천룡의 얼굴이 잘 익은 대춧빛으로 되었다.
"아버님!"
무천룡이 대무신공을 모아 외치자 칠겁관이 뒤흔들렸다.
그는 목소리를 칠겁관 밖으로 보낼 정도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
"아버님, 적이 어디에 있습니까?"
기이하게도 대검제의 대답은 한참이 지나도록 들려오지 않았다.
"아… 이를 어쩐단 말인가?"
무천룡은 가마 솥 안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꿈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니다. 분명 아버님의 목소리였다.'
그는 애가 타서 견딜 수 없었다.
― 대무신공을 완전히 익히기 전까지는 절대 칠겁관 밖으로 나서지 마라!
정의무성의 추상같은 호령이 아직도 귀에 쟁쟁했지만 그는 너무도 흥분해 맹세를 잊고 말았다.
"칠마전이 쳐들어 왔다면 이대로 있을 수 없다.
칠마전의 마공을 정확히 알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뿐이다!"
무천룡은 대무신국와 부친의 위기를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없었다.
'칠마전의 악귀들로부터 아버님과 신국을 지켜야 한다. 할아버지도 용서하시리라!'
무천룡은 속으로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희뿌연 그림자로 화해 석벽에 부딪치는 순간
연공실의 한쪽 벽이 산산이 허물어지며 위로 향한 통로가 나타났다.
"차아아앗!"
무천룡은 기합소리를 내며 혼신공력을 다해 통로의 끝을 향해 날아갔다.
통로의 끝에는 아주 거대한 철문 하나가 버티고 있었다.
'이것을 부수어야 한다.'
무천룡은 조급한 마음을 이길 수 없어 두 손바닥에 혼신 공력을 주입해 철문을 강타했다.
꽈르르르― 릉―!
만근뇌성이 일며 철문이 크게 뒤흔들렸다.
쇠기둥이 흔들리고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무천룡이 대무신공을 완벽히 익혔다면 철문은 그의 쌍장 아래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화후가 부족했던 것이다.
무천룡은 일격에 철문을 부수지 못하자 다시 맹공을 가했다.
꽈― 꽝―!
칠겁관이 뒤흔들리다가 철문이 거북이 등가죽같이 갈라졌다.
쩌저저정―!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칠겁관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며 거대한 철문이 뒤로 와르르 넘어졌다.
집채만한 돌덩이가 우박처럼 쏟아지며 무천룡이 오 년 동안 머물렀던 칠겁관 안을 가득히 메웠다.
무천룡은 철문 밖으로 향했다.
그곳부터는 천하에서 가장 험한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행히 무천룡은 그곳의 형세를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줄달음질 칠 수 있었다.
천장이 허물어지며 집채만한 바윗돌이 그의 몸을 덮쳤지만 그의 신법은 유령과 같았다.
그는 좌우로 움직이며 암기와 낙석을 뚫고 출관(出關) 통로로 치달렸다.
"여기다!"
무천룡은 가로 삼 장, 그리고 높이가 이 장에 달하는 거대무비한 석문 앞으로 들이닥치게 되었다.
석문을 열면 위로 향한 계단이 있고 그곳은 무성전 바닥과 통하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이 년 후 이 길을 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무천룡의 출관을 앞당기게 한 것이었다.
"이것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밖에서 성급히 이 문을 열려고 하다가는 기관장치를 작동돼 죽게 된다."
무천룡은 중얼거리며 석문 위를 살폈다.
석문 위로는 가는 금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었다.
금을 따라 진기를 주입하는 것이 바로 문을 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무천룡은 주저하지 않고 문에 나 있는 흠에 대고 진기를 주입시켰다.
그의 손가락에서 누에 실같이 흰 기류가 일어나 흠을 따라 흘렀다.
백만 근 무게를 갖고 있는 석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르르― 릉―!
석문이 돌아가며 빛이 흘러들었다.
무천룡은 무성전으로 통하는 계단이 망막 안으로 들어오자
입술을 질끈 물며 몸을 석문 밖으로 날렸다.
그러나 너무도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기다렸다, 애송이!"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기류가 일어나 그의 목덜미를 후려갈겼다.
"크으윽!"
무천룡은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피를 토하며
비틀비틀 일곱 걸음 물러나 돌벽에 등을 부딪쳤다.
"크흣…이미 금강불괴군. 하지만 천영검(千影劍)이라면 너를 베리라!"
전과는 다른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난데없는 검영(劍影)이 일어나 그의 몸을 뒤덮었다.
파파팟―!
무천룡의 몸 여덟 군데에서 동시에 혈화(血花)가 피어올랐다.
"우욱, 이 악독한…!"
무천룡은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몸을 뒤틀었다.
반격을 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타격이었다.
더군다나 절세적 무공을 소유한 그였지만
실전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개세마두들의 벼락 같은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태양수(太陽手)!"
"현음지(玄陰指)!"
"비마신공(飛魔神功)으로 너를 죽이리라!"
세 개의 흑의인영(黑衣人影)이 섬전같이 날아들어 그의 몸뚱이에 대고 일 장씩을 후려쳤다.
펑― 펑― 펑―!
무천룡은 오장육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구역질을 느끼며
선혈을 한 사발 가량 토하며 무릎을 땅에 댔다.
"이… 놈들이… 칠… 칠마(七魔)…?"
무천룡은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다가 한순간 말할 수 없이 강한 잠재력을 발휘해 위로 날아올랐다.
그를 번갈아 가격했던 다섯 흑의인은 까무러칠 듯이 놀랬다.
"크으…이래도 죽지 않았단 말인가? 정의무성을 꼭 닮았군."
"놓쳐서는 안 된다."
"후환이 될 강적이다. 죽여야만 한다!"
다섯 흑의노인은 무천룡이 암습을 당하고도 살아나가자 혀를 내두르며 무천룡을 뒤쫓았다.
무천룡은 그들보다 한 걸음 앞서 무성전 안으로 들어섰다.
'으윽… 과연 하나하나 엄청난 거마들이다. 할아버님의 우려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었어!'
무천룡이 피를 줄줄 흘리며 무성전 바닥에 내려섰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후회막급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벗어나야 했다.
"지독한 놈이군!"
무천룡이 계단 위로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흑의노인 하나가
오른손으로 무천룡의 머리통을 힘껏 후려쳤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 홍광(紅光)이 뿌려졌다.
그의 손에는 길이가 세 자에 달하는 옥골선(玉骨扇)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휘리리릭―!
무천룡이 부채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듣고 몸을 틀려 할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무천룡은 뇌호혈(腦戶穴)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이길 수 없어
오공으로 피를 흘리며 무성전의 천장까지 퉁겨져 올랐다.
"으윽…!"
무천룡은 반격 한 번 못해 보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 웬만한 고수였다면 진작에 혈육이 난자되어 죽었겠지만 그는 아직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한 놈이군. 그러나 살 수는 없다."
이제껏 수수방관하던 가장 무서운 마두 하나가 무천룡을 향해 날아들었다.
바로 칠대사마의 우두머리인 심마였다.
꽈르르릉―!
검붉은 기류가 일어나 무천룡의 피에 젖은 몸뚱이를 휘감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뚱이가 검붉은 기류에 휩싸여 무성전의 돌천장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와르르르―!
돌이 허물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뚱이가 무성전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카하하…뼈가 으스러져 죽지 않을 수 없으리라.
너의 대무신공을 격파하기 위해 만든 마공 아래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무천룡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흑의노인은 바로 칠마전주 심마였다.
'됐다.'
칠마의 눈에서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이제 적은 없어졌다. 허수아비들만 쓸어내면 된다.
그 일은 친히 나서지 않더라도 잘 될 것이다.'
심마가 득의해 할 때 무천룡을 번갈아 쳤던 다섯 노인과
무천룡에게 옥선을 휘둘렀던 노인이 심마 곁으로 다가섰다.
모두 득의해 하는 모습이었다.
"육십오 년 만에 원한을 갚았소.
이 일은 무림사상 가장 위대한 복수극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오, 카하하…!"
심마는 그들을 쓸어보며 한바탕을 웃음을 터뜨렸다.
돌연 무성전 하늘 위에서 명쾌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구멍이 훤히 뚫린 무성전의 지붕을 뒤엎은 거대한 금빛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금붕이 날개를 털며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금붕의 발톱이 피범벅이된 미소년 하나를 움켜쥐고 있었다.
"저건 대무금붕?"
심마는 금붕이 찰나지간 삼십 장 높이로 떠오르자 살기를 폭사하며 품안에서 작은 화살을 꺼냈다.
"너를 위해서도 준비한 것이 있다.
너는 과거 정의무성의 발이었으니 역시 죽어야 할 종자이다."
심마는 작은 활에 작은 화살 하나를 끼웠다.
길이가 네 치에 불과한 금전(金箭)이나 그 위력은 가공할 만했다.
금전에 발라져 있는 독침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독이었다.
"가랏…!"
심마는 활시위를 힘껏 당긴 후 금붕이 이십 장 더 날아오르기를 기다렸다.
늙은 대무금붕이 칠십 장 높이로 치솟자 심마는 활시위에 매겨진 독전(毒箭)을 쏘아보냈다.
피이잉―!
독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그대로 대무금붕의 몸에 쑤셔 박혔다.
끄― 아― 아― 악―!
금붕의 목덜미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오며 날개가 힘을 잃고 축 쳐졌다.
그러나 대무금붕은 이내 사력을 다해 입마령 계곡 밖으로 날아갔다.
"역시 지독한 종자군
. 그러나 독에 맞았으니 하루 이상은 살지 못한다. 어딘가에 떨어져 죽겠지.
그때 너를 찾아내 가죽을 벗겨 침상 덮개로 하겠다."
심마는 작은 활을 거두어들이고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천하는 이제 우리 형제들의 것이다."
심마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과거 정의무성이 즐겨 앉았던 태사의를 발견하고 거기 가서 털썩 앉았다.
"카하하… 정의무성이 누리던 천하제일인의 지위가
이제 칠마전주인 본좌에 주어진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심마는 일갑자 이상을 기다려 온 숙원을 성취한 듯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무성전 밖에서 바람처럼 날아드는 흑의중년인 하나가 있었다.
"전주(殿主), 소탕을 끝냈습니다."
그는 칠마전의 태상호법(太上護法)이 되는 자였다
. 대무신국은 이미 시산혈해(屍山血海)로 뒤덮였다.
"대검제와 이십이 명 노물들을 제압했고
다른 쓸모없는 여자들은 모두 죽여 화골단(化骨丹)으로 녹여 버렸습니다."
태상호법의 보고에 칠마 모두는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카카카…!"
"키히히…!"
칠대사마의 웃음소리가 고조될 때였다.
"아버님…!"
무성전 밖에서 중년인의 울부짖는 절규성이 들려왔다.
백의가 혈의(血衣)로 화하고 사지를 결박당해 꿇어앉혀진 대검제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절규하는 것이었다.
그는 잠깐 사이에 호호백발로 변했다.
"아버님, 불민한 소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크흑흑…!"
실로 처참한 망국(亡國)이었다.
무림의 신화이며 전설로 군림한 대무신국이
이렇듯 비극적인 말로를 당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대검제 앞으로 칠대사마가 표표히 내려섰다.
"네가 정의무성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용부(龍父)에 견자(犬子) 없다는데,
너는 정의무성의 무공을 삼성도 이어받지 못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구나."
심마가 비웃자 대검제가 분을 못 참고 혀를 깨물어 자결하려 했다.
그러나 탈진한 그는 이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혀를 깨물어도 피가 나지 않았다.
"크으으…!"
그가 괴로워 흐느끼자 심마가 손바닥으로 수염을 매만지며 천천히 말했다.
"네 도움이 있어 네 자식을 연공실 밖으로 끌어내 죽일 수 있었으니
너를 살려 공로에 보상할 작정이다."
대검제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었다.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무… 무슨 소리냐?"
"크크…너는 탈백마안에 걸려 내가 시키는 대로 그 어린놈을 끌어냈다."
"뭐… 뭐라고?"
대검제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의 아들 무천룡만이 대무신국과 천하무림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가 죽었다면 그야말로 절망이었다.
"크흐흐…네가 자식놈을 부르지 않았다면 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는 두고두고 골머리를 앓아야 했을 것이다."
심마는 다시 한 번 탈백마안을 일으켰다.
탈백마안은 내공의 소모가 많은 마공이었다.
그것을 하룻밤 새 연달아 두 번 시전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연거푸 탈백마안을 사용하지 않을 심마가 다시 펼치는 이유는
대검제가 대무신공을 조금이나마 익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으윽…!"
대검제는 그의 눈빛에 저항해 보려 했으나 허사였다.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점혈까지 당한 몸이기에 마공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는 곧 멍한 표정이 되었다.
심마는 그를 노려보며 천천히 말했다.
"삼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 모른다."
"모른다고…? 중원으로 나간 대무신국 사람은 그들이 전부냐?
아니면 삼밀사 외에 또 있느냐?"
"더 있다."
심마는 바싹 긴장하며 캐물었다.
"더 있다고? 몇이나 있느냐?"
"일백이 있다
. 그들은 칠마령(七魔令)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가진 삼밀사를 찾아
십 년 전 중원으로 들어갔다."
"으음…!"
심마는 기가 막힌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의무성이 이토록 철저하게 안배해 두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단하에 있던 음마(淫魔)가 음침한 눈빛을 발했다.
"지옥궁주(地獄宮主)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한
중원의 일백정검수(一百正劍手)가 바로 그들이었군."
일백정검수(一白正劍手)!
이들은 대무신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었다.
서장의 칠마는 오래 전부터 이들을 주시했고,
대무신국 다음의 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단의 신비고수들이었다.
"그렇군. 대무신국이 아니면 그런 고수들을 길러낼 수 없지."
"정의무성은 정말 지독한 늙은이야. 죽음을 미리 알고 그런 계략을 마련해 두었네.
하지만 산산이 흩어지고 말리라!"
"백이 아니라 천이라 해도 칠마령은 언제고 우리들 손에 들어오고
머지않아 중원으로 금의환향하리라!"
육대사마가 한 마디씩 말하자 심마가 손을 흔들었다.
"그리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네, 아우들."
심마의 표정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대무신국의 삼밀사와 정예고수 일백이 중원에 있는 한 우리들의 꿈은 다시 구속당할 수도 있네."
육대사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주(殿主)!"
"그들 정도를 겁내십니까?"
심마는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은 중원으로 들어갈 수 없는 처지이네
. 칠마령을 찾지 못하는 한 중원땅을 밟을 수 없네.
이 약조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정의무성에 대한 존재가 너무도 거대하기 때문일세."
"으음…!"
"고약한 정의무성!"
모두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정의무성은 죽어 혼백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을 악착같이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육십오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고심참담하며 기다려 온 칠마는
중원으로 가기 위해 다시 기약 없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심마가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술을 벌렸다.
"지옥궁만으로는 안 될 것이네.
칠마전에서 기른 우리들의 공동전인(共同傳人)들을 출동시켜야겠어."
"아…그 아이들이 있었군요?"
"진영(眞英)이와 일백마검(一百魔劍)을 말입니까?"
여섯 마두 모두가 솔깃해 하는 표정이었다.
심마는 깊은 심계를 담은 눈빛으로 육대마사를 둘러보았다.
"어차피 우리들은 당대의 명예보다 후대에
마도천하(魔道天下)를 물려줄 결심으로 살아 오지 않았던가?
어서 칠마전으로 돌아가세,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듯하네."
심마에 이어 육대사마가 그 뒤를 따랐다.
여기저기서 칠마전 마인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칠마전이 대무신국을 멸망시켰다―!"
"이제 천하는 칠마전의 것이다―!"
"마도천하가 시작되었다!"
함성 요란한 대무신국 안은 거대한 도살장이었다.
대무신국의 기인들이 떼주검을 당해 산을 이루었고,
군데군데 흑응을 타고 내려온 칠마전 고수들의 시체더미도 보였다.
그 사이 붉은 피가 내를 이루고 있었다.
아주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 살풍경이 끝이 아니고 하나의 거대한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아…정의무성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모든 것이 대무신국의 괴멸과 함께 사라져야만 한단 말인가?
밤 하늘은 고요했다.
기이하게도 금빛 신성이 언제부터인가 빛을 잃고 검은 구름에 잠겨 있었다.
일곱 개의 혈성만이 흉한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빛 신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빛을 잃은 신성의 천기가 무엇인지 심마조차도 아직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1
ㅈㄷㄳ
비극은 시작되고~~
즐감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즐감요!!!!!
심마
즐감요~
즐감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요
즐독~~감사합니다
살아야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무천룡 의 시대가 도래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