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어 심심하게 지내던 차,
김혜수가 나온다 하며 얼씨구나 보게 됐지요.
변호사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호기심이 당겼고요.
예전에는 배우 주지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그때는 뭔지 모르게 약물중독자 같은 느낌)
주지훈의 연기가 물이 점점 오르는 걸 보고 흠, 어떻게 연기하나 좀 볼까, 하는 마음도 깔려 있었지요.
김혜수의 연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상대방 주지훈의 연기가 그러그러하면 과감히 보는 걸 때려치우려고도 생각했고요.
물론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긴 해요. 스토리가 개엉망이면 시간 낭비...
그런데 보면 볼수록 스토리가 얽히고 설키고 볼만하더라구요.
물론 김혜수의 주지훈의 연기, 정말 괜찮았고요.
하여 1회부터 16회까지 차분하게 본방으로 보게 되었지요.
김혜수가 썬글라스를 끼고 높은 건물을 한참동안이나 올려다보는 장면이 가끔 나왔는데,
저게 무슨 의미일까, 그저 돈 많이 벌어 저런 건물 사야겠다...의 의미는 아닐 텐데.
마지막 회에서 그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렸어요.
고아로 태어나 이곳저곳 입양되었다가 파양되면 다시 돌아와야했던 입양기관의 건물.
입양되고 파양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입양 기관은 점점 부자가 되더라.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저 건물을 사야겠다...
고아로 태어나 양부에게 학대당하며 목숨까지 위협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극중 정금자(김혜수)변호사가 꿋꿋하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드라마, 2부가 나온다고 하는데 기대해도 좋을 듯해요.
하이에나 드라마의 장점
# 살아 숨 쉬는 하이에나 변호사들, 역대급 캐릭터 탄생
'하이에나'는 캐릭터 드라마답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다. 특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칼을 맨손으로 잡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강하고 강렬한 변호사 정금자와 온실 속 화초처럼 엘리트 길만 걸어오다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윤희재의 상반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H팀 변호사들 한 명, 한 명이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드라마를 재미있게 이끌어 갔다.
# 으르렁 케미→어른 멜로
정금자와 윤희재, 두 하이에나 변호사의 관계성도 특별했다. 정금자의 계획된 의도로 연인이 되었고, 같은 로펌에 다니면서 으르렁거리는 원수가 되었지만 나중에는 서로 완벽하게 믿고 의지하는 파트너로 변화하는 과정이 탄탄하고 촘촘하게 그려졌다. 환경이 180도 다른 세상에 살다가 그 차이를 점점 좁혀간 정금자와 윤희재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스며들어가는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필연성이 가미되어 시청자들을 납득하게 하였다.
# 김혜수와 주지훈, '믿고 보는 배우'
김혜수와 주지훈은 또 한 번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증명했다. 김혜수는 드라마 역사에 전에 없던 강렬한 변호사 정금자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정금자의 유쾌함과 카리스마의 변주를 노련하게 그려낸 김혜수의 연기력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김혜수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주지훈은 자존심은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정금자에게 직진하는 순정 연하남 윤희재의 모습을 순수하게 그려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의 힘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하더라도 탄탄한 대본이 없다면 어찌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매력적인 캐릭터,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 각각의 에피소드의 유연하고 긴밀한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