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이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FC포르투(이하 포르투)에 지면서 올해 또 한 번 패배 기록을 추가했다. 올해 들어 분데스리가에서 볼프스부르크, 뮌헨글라드바흐에게 2번 지긴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강팀으로 꼽히던 뮌헨에겐 충격적인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유난히 골 결정력이 부족해서 찬스를 날린 것도 아니었다. 수비수들이 공을 놓친 실수 때문에 3골이나 실점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뮌헨 중심의 해석일 뿐이다. 뮌헨이 단순히 못했다기보다는 포르투가 잘했다. 뮌헨은 제대로 된 빌드업을 할 수 없었고, 중앙 수비진까지 압박에 허둥거리다가 실수할 정도로 FC포르투의 대응이 훌륭했다. 내용도 결과도 포르투의 완승이었다.
1. FC포르투의 조직적 압박
이번 경기에서 포르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전방에서 시작되는 압박이었다. 압박은 팀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포르투는 공격진부터 미드필더진까지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압박의 중점은 공을 빼앗으려는 목적보다는 상대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FC포르투의 선수들은 공을 받으러 움직이는 뮌헨 선수들에게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로 따라다녔다. 거리를 두고 막음으로써 순간적으로 도는 동작, 순간적인 드리블 등을 통해 한 번에 돌파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거리를 두기 때문에 공 자체를 빼앗는 것은 어렵지만 상대를 뒤로 밀어내는 것은 가능했다. 특히,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지 못하도록 강한 압박을 취했다. 이렇게 미드필더들이 밀려나고 나면 함께 팀 전체가 라인을 위로 밀고 올라오면서 헥손 마르티네스를 비롯한 공격 선수들까지도 뮌헨의 중앙 수비수들에게까지 적극적인 압박을 취했다.
(△ 전방에서부터의 압박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콰레스마)
(△ 거리둔 압박으로 상대를 밀어내는 FC포르투. 화면이 너무 작은데, 블로그에 오면 좀 크게 확대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득점 모두 이러한 과정에서 나왔다. 상대에게 일정 거리를 주면서 몰아붙여 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뮌헨의 특기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오히려 FC포르투가 반대로 뮌헨을 압박해왔고 뮌헨은 이에 대처하지 못했다. 패스와 점유율에 중요성을 두고 공격을 전개하는 뮌헨의 특성 상 빌드업 과정에서 강한 압박을 걸자 공격 전개 자체도 무뎌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빌드업의 핵심인 중앙 수비수 2명과 사비 알론소는 전방 압박과 궁합이 좋은 선수들이 아니다.
*참고 :
(뮌헨은 상대를 압박하는 데에 도가 튼 팀이다.)
사비 알론소와 단테의 실수가 단순한 일회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과거의 경기들을 보면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사비 알론소의 경우 레알마드리드 시절 펩의 FC바르셀로나와의 더비 경기에선 늘 어려움을 겪었다.(점차 나아지긴 했지만.) 그 이유는 전방 압박에 쉽사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기술이 무척 뛰어난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드리블이나 주력 등을 앞세운 재기발랄한 미드필더는 아니고,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 연결하는 스타일의 미드필더이다. 뛰어난 롱킥을 바탕으로 후방에서도 충분히 빌드업이 가능한 선수이기에 ‘압박’의 강도가 약한 곳에서 플레이하는 데에 익숙하다. 때문에 상대가 높은 위치부터 강한 압박이 가해질 경우에는 종종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었다. 단테 역시 지난 2014년 월드컵 독일과의 4강전에서 전방부터 가해지는 강한 독일의 압박에 허둥대며 여러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그 역시 전방 압박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전방부터 조직적인 압박에 특출난 뮌헨의 소속으로 뛰었기에 스스로가 압박을 견디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2. FC포르투의 뮌헨의 압박 피하기
FC포르투는 수비 전술만 준비해 온 것이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무척 준비를 잘해왔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점차 수비진까지 옥죄어 오는 뮌헨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공을 처리했다는 점이다.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은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넓게 벌려서면서 뮌헨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이들을 향한 롱패스가 바로 연결되면서 뮌헨이 조직적으로 압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긴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포르투는 선수 간 밀도가 낮은 공간으로 빠르게 공을 연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다소 거친 연결이 있더라도 패스 미스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건 분명 팀 차원에서 약속이 되어있는 플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공을 잡으면 일단 압박의 강도가 낮은 반대편으로 연결한다.)
(△ 넓은 공간으로의 연결을 통해 압박에서 벗어난다. 패스미스는 괜찮다. 압박해서 다시 빼앗아 오면 되니까.)
또한 브라히미, 다닐루 등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로 쉽사리 뮌헨의 선수들의 압박에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점이 무척 중요하다. 긴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공을 한 번에 원하는 곳에 잡아두기가 어려우며 체공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밀도가 낮은 공간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압박의 표적이 되기 쉽다. 하지만 포르투의 측면 수비수와 공격수 모두 기술적으로 출중한 선수들이기에 공을 원하는 곳에 잡아놓고, 압박해오는 뮌헨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지켜내는 것이 가능했다.
전방으로의 긴 연결 역시 약속이 잘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수비에 역점을 두었기에 급하게 볼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일단 여유를 가질 땐 배후 공간을 노린 패스가 들어갔다. 뮌헨은 기본적으로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리는 팀이다. 공격 시에는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리고, 수비 시에는 전방 압박과 함께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공수 간 간격을 좁혀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 전진한 수비 배후 공간은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긴 패스마저도 연결할 수 없을만큼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배후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 제대로 이용하지 수비의 배후공간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방의 공격수는 긴 패스가 연결될 시점을 예측하여 한 발 빠르게 전방으로 대쉬를 시작해야 수비수들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수비 쪽에서 킥을 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달리기 시작하면, 깊은 배후 공간에서 공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 번째 장면 역시 헥손 마르티네스의 적절한 타이밍의 대쉬로 중앙 수비수 두 명은 뒤로 물러나면서 긴 연결에 대처해야 했고 보아텡이 실수를 하면서 세 번째 쐐기골을 상대에게 내줘야 했다. 지난 조별예선 맨시티 전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것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린 패스와 침투가 있었고 여기에 보아텡의 실수가 겹쳤다.)
3. 부상선수의 공백 – 로벤&리베리
위와 같이 포르투가 경기 자체를 잘 준비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뮌헨에게도 변명할 점은 있다. 바로 팀의 핵심 자원인 로벤과 리베리 콤비가 결장했다는 것이다. 이 두 선수를 제외하고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한 뮌헨이지만, 이 두 선수는 뮌헨의 공격에 있어 특별한 존재이다. 이들은 수비 선수와의 1:1 상황을 제압해 줄 수 있는 선수기 때문이다. 탈압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1:1 상황에서 돌파를 해내는 것이다. 견고한 압박은 촘촘한 조직을 만들어 이뤄지는데 1:1 상황에서 돌파를 성공하면, 다른 수비수들이 커버플레이에 나서야 하고, 전체적인 수비의 형태는 망가지고 만다. 결국 로벤과 리베리는 상대의 강한 압박을 풀어냄과 동시에 상대의 수비 조직의 형태를 망가뜨리는 존재로서, 뮌헨 공격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레반도프스키가 박스 안에서 훌륭한 개인기를 보여주는 공격수이기는 하나, 속도를 살린 돌파를 통해 여러 명을 돌파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또한 뮐러 역시 로벤과 리베리가 흔들며 만든 공간을 바탕으로 엄청난 위치 선정과 ‘오프 더 볼’의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들고 해결하는 타입이다. 로벤과 리베리의 부재로 다른 선수들의 전체적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미드필더로 나선 로데, 람, 알론소는 상대의 조직적 압박 때문에 계속 후방으로 밀려내려오고 말았다. 결국 상대를 1:1로 이겨줄 선수가 없었기에 포르투는 조밀한 수비조직을 유지할 수가 있었고, 뮌헨이 즐기는 패스플레이와 공간을 이용한 유기적인 공격도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로벤-리베리의 부재가 이번 경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론 큰 문제를 노출하진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도르트문트와의 데어클라시커에서는 분명 이번 경기와 비슷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경기 자체는 1: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주도권은 도르트문트에서 쥐고 있었고, 특히 도르트문트가 골을 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압박했던 후반전의 뮌헨은 평소의 모습과 너무도 달랐다. 상대의 거센 압박에 본인들 전술의 핵심인 점유율과 패스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수비에 역점을 둔 채 볼을 전방으로 길게 연결하는 것이 전부였다.
언론에선 이렇게 선이 굵은 축구가 과르디올라의 플랜B가 아닌가하는 평가를 내렸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축구 철학이 확실한 감독으로 패스, 점유율을 매우 중요시 여기며, 전술적으로 완성된 팀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결국 ‘롱볼 축구’는 로벤과 리베리라고 하는 ‘크랙’을 잃은 과르디올라가 어쩔 수 없이 택한 전술이라고 봐야한다. 사실 FC바르셀로나를 지도하던 시절부터 과르디올라에겐 ‘메시’라고 하는 크랙이 있었다. 당시에도 메시의 돌파와 움직임으로 생겨나는 공간을 이용하면서 공격이 활발함을 얻었다. 펩의 전술에 있어 1:1을 압도할 수 있는 크랙의 존재는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다. 앞으로도 로벤과 리베리 두 선수 모두 결장한 경기에선 부진한 경기력을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 로벤과 리베리의 결장과 함께 시즌 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르디올라)
4. 정신력 싸움
축구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요소는 무형의 요소인 ‘정신력’이다. 이번 경기에선 확실히 홈경기에 나선 포르투의 정신 무장이 더 훌륭했다. 포르투는 애초에 뮌헨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이며 점유율을 상대에게 내줄 것을 인정하고 경기에 임한 듯했다. 상대의 공을 빼앗기 위한 수비가 아니라 위험지역에서 밀어내기 위한 수비를 펼쳤다. 완전히 상대를 인정하고 승부에 임했다는 뜻이다. 패스 자체도 상대의 압박을 피하는 데에 주목적이 있기에, 패스미스나 실수가 발생해도 쉽게 털어버리고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선보인 선수들, 그 중에서도 많은 거리를 뛰어야 하는 미드필더와 수비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공격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 후반 말미까지 상대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쫓아다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뮌헨의 패배는 방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 후 1분이 겨우 지난 시점부터 포르투가 적극적으로 나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음에 분명하다. 포르투가 객관적으로 열세에 놓인 팀이고, 뮌헨은 승승장구하는 유럽 최고의 클럽이라는 점이 아무도 모르게 자만을 싹틔운 것 같았다. 첫 실점이 방심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후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마음속에 있는 자만심이었다. 경기 자체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지기 시작했고, 평소라면 절대 범하지 않을 쉬운 패스미스들도 나오면서 스스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자신감과 자존심이 높았던만큼 의외의 일격에 받는 충격도 강했다. 뮌헨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2골을 실점했기에 회복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경기 내내 리듬을 회복하지 못했다.
(△ 진가를 보여준 학손 마르티네스. 전방에서부터의 헌신적 압박으로 경기를 풀어냈다.)
1차적으로 보자면 수비수가 2번, 수비형 미드필더가 1번 저지른 실수 때문에 경기에서 패했다. 분명 하지 않아도 될 실수였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FC포르투가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잘 준비해서 뮌헨의 선수들이 그러한 실수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날이라 뮌헨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한 것이 아니었다. 패배의 이유를 뮌헨 선수들의 실수로 돌리는 것은 강팀인 ‘뮌헨이 못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분명히 FC포르투가 잘한 경기였다. 로벤과 리베리 없이도 압박을 풀어낼 수 있을지가 2차전의 핵심이 될 것이다.
FC포르투 역시 방심한다면 다음 경기에서 대패를 당할지도 모른다. 뮌헨이 비록 패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클럽 중 하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번 경기는 FC포르투의 완승이라 칭할만 했다. 결과에서도 그리고 과정에서도 그랬다. 자신의 축구 철학이 확고한 과르디올라이지만 이번 패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혹은 자신의 축구를 믿어서 다음 2차전에서 변화 없이 그대로 경기에 나선다면, 또다시 FC포르투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뮌헨의 절대적 우위를 예상했는데, FC포르투의 경기력을 보니 전혀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에서 펼쳐질 8강 2차전에서는 8강 매치업 중 가장 Hot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blog.naver.com/hyon_t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