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의 광장 문화-’.
인천광역시 구월동이 신세대들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구월동 상권에는 대형 광장이 4곳이나 됐다.
여기에 백화점, 패션매장, 성형외과들이 어우러지면서 인천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을 만들어냈다.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박순오(22)씨는 “유흥가 한가운데 이렇게 큰 광장 여러 개를 마련해 놓은 곳도 없을 것”이라며 “서울에 시청광장이 있다면 인천엔 구월동 로데오광장이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온 직장인 최정인(26)씨는 “서울에서 살 때는 쇼핑하기 위해 이대입구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명동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홍대입구를 다녔다”며 “구월동은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312명의 인천 젊은이 중 46%인 144명이 구월동을 ‘뜨는 상권(핫플레이스)’으로 선택했다. 상권의 핵심은 신세계·롯데백화점 인천점 사이 ‘로데오광장’이다.
인천 젊은이들은 ‘구월동’을 핫플레이스로 꼽았다. ‘부평역’(26%)과 ‘계산동’(10%)을 제쳤다. 과거에는 ‘동인천’이 인천의 메카였다.
동인천과 주안역은 조사 대상 312명 중 43%와 24%가 ‘인천의 구도심’으로 꼽은 지역이다. 동인천은 1899년 문을 연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한 패션·쇼핑가다.
전태유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교수는 “동인천과 주안역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교통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예전에 비해 발길이 뜸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구월동은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한 신도심이다. 인천시청이 1984년, 경찰청이 2002년 구월동으로 옮겨왔다. 시교육청과 예술회관·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도 94년 인천 터미널 건너편에 문을 열었다.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92년 조성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 입주를 마쳤다.
이곳은 시청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논밭이었다. 지금도 인천터미널 주변에는 논밭이 종종 눈에 띈다. 이홍주(57) 인천시 경제정책과장은 “시청이 입주할 때만 해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다”며 “관공서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97년 인천터미널이 자리를 잡은 것도 상권이 성장한 계기가 됐다.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이용하는 이곳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데까지는 1시간30분쯤 걸린다. 99년 지하철역(인천터미널역)도 개통했다.
굵직굵직한 도시계획이 터를 닦았다면 씨를 뿌린 것은 대형 유통업체다. 98년에는 신세계백화점이, 2002년에는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그뿐 아니라 로데오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1㎞ 안에 두 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이마트·홈플러스가 있다.
조부환(46) SBS당구장 사장은 “백화점 두 곳이 자리를 잡으면서 그 사잇길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구월동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한몫했다. 2004년 탄생한 상가연합회는 현재 180여 개 업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장정섭(39) 구월로데오상가연합회 총무는 “공동으로 쿠폰을 발행해 경품을 제공하고 매년 여름 ‘그린푸드 페스티벌’이란 이름의 축제를 연다”며 “독거노인을 초대해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연중 행사”라고 말했다.
‘지역 밀착’ 마케팅인 셈이다. 상가연합회는 특히 로데오광장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힘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남아공 월드컵 때도 한국전이 열리는 날마다 대형 무대를 설치해 방문객에게 응원 장소를 제공했다. 관련 비용은 연합회 소속 업체에서 나눠 냈다.
방문객들이 좀 더 편하게 응원할 수 있도록 상인들끼리 합의를 본 것이다.
◆백화점 두 곳 사이 로데오광장이 중심=구월동 로데오거리는 유흥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상권이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사이에 카페·음식점·주점·노래방·나이트클럽부터 패션매장 로드숍까지 다양한 종류의 매장이 몰려 있다.
직장인 최혜진(29)씨는 “옛날에는 가끔 서울에도 갔지만 요즘은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길거리가 구월동에 다 있어 굳이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거리 중간중간 광장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곳의 특징.
포장마차처럼 파라솔을 설치해 놓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밤 늦은 시간까지 20~30대가 몰린다. 로데오광장 주변에서 ‘바베큐와춤을’ 호프집를 운영하는 이정근(38) 사장은 “오후 5시쯤부터 새벽 5시까지, 한마디로 밤새도록 운영한다”며 “80석 규모 매장에 주말에는 최대 200명까지 손님이 몰린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건너편 길 빌딩 주변에는 성형외과·피부과 등 각종 병원이 몰려 있다.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이인호 세종창업연구소장은 “20~30대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곳에 성형외과·피부과 등 미용 관련 병원이 몰리는 특성이 있다”며 “압구정동·강남역 주변을 떠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각종 업소에서 뿌린 홍보 전단지로 골목이 지저분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밤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유흥업소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 주민 송모(29)씨는 “10대도 많이 들르는 거리인데 업소 홍보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장정섭 상가연합회 총무는 “이달부터 곳곳에 전단지함을 설치하고 전단지 홍보를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변 정비 공사도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신세계백화점 옆 주차빌딩 공사다. 9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2011년 3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농축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이다. 주변 상권과 어울리지 않는 데다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있어 이전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추가로 들어선다. 강태훈 남동구청 도시개발과장은 “터미널 바로 옆 구월1동에 2014년까지 보금자리주택 6000가구가 들어선다”며 “구월동 상권을 다시 한번 활성화하는 데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