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행복, 그거 별 거 아니예요.

[두두(김연옥)]

미래 소식을 너무 오랜만에 전하네요.

그동안 노는 건 못해도 잘 먹고, 잘 자고,

고양이 아줌마, 개 오빠야들이랑 아주 조금 친해지고 하면서

7월 10일 430그램이었던 체중이 25일 710그램으로 늘었어요.

첫 사진의 개오빠야가 미래 등짝을 핥아서

두번째 사진의 밤순아줌마와 함께있는 사진에 미래 등이 축축^ ^;;

이 정도면 충분히 건사료를 먹을 수 있는 개월수임에도 스스로 입에 넣어 먹지를 못해서

계속 불린 사료나 주식캔 위주로만 먹였었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밥그릇을 앞에 두고 찾아 먹지를 못 해서

미래가 먹을 것에 대한 집착도 심해지고 고생이 많았죠.

그리고 첫 만남 당시 양쪽 눈이 눈꼽 범벅이었는데

계속 닦아주고 하면서 호전이 되는 듯 하다 다시 안 좋아지기를 반복하더라구요.

저 오른쪽 눈을 계속 깜빡거려서 병원 가서 약 처방받아 오며

다시 미래 증상을 여쭸었어요.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쓰러지기만 하던 녀석이

이젠 이렇게 그루밍도 다 하고 참 기특했네요.

역시나 뇌에 이상소견이 보이고, 그건 좀 더 자란 뒤에 다시 보는 게 좋겠다구요.

혹시나 해서 동공 검사를 하니 정상이었죠.

안약 발라주고 하니 계속 깜빡거리던 눈은 금세 좋아졌구요.

참, 그리고 얼마 지나 이렇게 건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됐어요.

먹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잘 먹으려고 해요.

이러다가 또 다시 뒷걸음질 치고 사료가 어디있나 찾으러 다니는 건 여전하지만

예전보다는 정말 훨씬 덜하구요.

습식사료를 끊었으니 콧등 까지는 게 덜할 줄 알았는데

좀처럼 잘 낫지를 않더라구요.

털이 올라오는 것 같다가도 다시 까지는 것 같고

그래도 좀 지나니 콧등은 털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볼 한쪽에 털이 한 움큼 없어진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갔죠.

며칠 지난 지금 볼 털은 뽀송하게 잘 올라오고 있어요.

콧등 역시 많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거뭇거뭇한 게 있네요.

이번 진료 땐 다른 선생님이셨는데

지난번 보다 좀 더 자세히 보시더라구요.

" 음, 일단 빛 반응은 있긴 있는데

...

이 정도면 시력이 없다고 봐야 됩니다.."

지난번 동공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눈 앞에 장난감을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을 때

아 그저 인지능력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에 비하면 정말 많이 또리방해졌네요.

"시각에 관여하는 뇌신경이 있는데

그 신경계 이상으로 시력에 이상이 있을 수 있어요.

지금 이 상태로는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아... 그래서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조심스러웠던 거구나.

그래서 고개를 늘 아래로 떨구고 냄새만 맡으며 걸어다녔던 거구나.

케이지에 있을 때 문이 열려있어도 문 앞까지 오긴 하는데 쉽사리 나올 생각을 못 했어요.

전혀 높은 높이가 아님에도 발을 앞으로 뻗었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죠.

"보호자분이 식사나 배변 등을 잘 살펴주셔야 할 거예요.

가구 배치 등도 자주 바꾸지 마시고

안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행동도 피하시고,

항상 이름을 먼저 부르면서 보호자분 목소리를 들려주신 뒤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세요.

후뇌의 연수라는 부위가 있는데 순환, 호흡 등 생명유지 기능을 통제하는 곳이에요.

정확한 건 추후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혹시나 그 부위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잘 지내다가도 호흡 문제로 급사할 수도 있어요."

이 녀석을 보호하고 있으면서 미래의 삶의 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죠.

이렇게 살아도 과연 행복할까...?

제 맘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셨는지

진료를 마치신 뒤 이런 말씀을 덧붙이시더라구요.

"미래가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안 하셔도 됩니다.

행복이라는 게 별 게 아니예요. 이 녀석들이 많이 자면 15시간까지도 잡니다.

잘 자고, 맛있는 밥 먹고, 보호자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그렇게 미래는 조금 불편하지만

잘 먹고, 너무 잘 싸고, 잘 자고,

육묘여왕 밤순 아주머니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있답니다.

(대소변 문제로 케이지를 구하고 있었는데 보내주신 달진 님,

제공해주신 루자매 님, 감사합니다 ^_^)

[슈델(김지은)]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많은 고생을 하였군요.
행복이 별거 아니란 의사 선생님 말씀, 참 공감되고 고마우시네요.

[두두(김연옥)]

그렇죠? ㅎ 행복을 간단명료하게 ^^*

[예쁜단비엄마(김정화)]

아이고 감사드려요..이 아이에게 사랑을 주셔서 삶을 이어가게 해 주셔서..따뜻한 미음씨 그게 세상을 유지하는 힘이라 믿어요

[두두(김연옥)]

틸다님은 캣맘이셔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