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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점을 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주사위나 8 개의 서죽으로도 가능하고 이칭 타로로도 가능하고
동전으로도 가능하고 사주나 사건의 시(時)로도 가능하고
지나가다가 본 자동차의 번호판이나 문득 눈에 띈 숫자로도 가능합니다
숫자가 아니라 의미나 글자, 사건, 모양, 색깔, 형태로도 점은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감히 자신만의 그 점법만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점이, 주역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선천, 후천이라는 말과 소옹에게 매여서 숫자에 헤매고
누군가는 음양오행이라는 족쇄에 매여서 상모작용에 헤매고
누군가는 팔괘라는 족쇄에 매여서 그 象과 의미에서 헤매입니다
사실 占이란 그저 비우는 수용성만으로도 꽃피는 아름다움입니다
그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얼마나 오래 점을 쳐왔고 얼마나 많은 테크닉을 아는지는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단 한번 점을 쳐봤어도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천 만 번 점친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수 만 번 집도한 것은 자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 만 키로를 탄 자동차가 자랑일수만은 없을 겁니다.
80 년 인생을 산 노인이 마냥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족쇄를 많이 찬 사람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감히 저는 占을 자유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점을 칠 때마다 새로워진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매번 처음이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차라리 그냥 처음이라서 처음인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占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종의 '자유'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그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자유를 발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4. 점을 치는 요령
과거에는 동물의 뼈나 거북의 껍데기, 시초(蓍草), 서죽(筮竹), 후대에는 동전을 사용해서 점을 쳤다. 50 개의 산가지를 사용했던 시초점보다는 3 개의 동전이나 8 개의 서죽을 사용하는 방식이 간편하다. 요즘에는 8 개의 서죽이 보편적이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시초점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50 개의 산가지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6 개의 효사들은 3 變해야 하나씩 얻어졌기 때문에 그 절차가 간단하지 않았다. 비록 황당하겠지만 고전적인 시초점 절차1) 속에는 우주의 변화하는 원리가 들어 있어서 숨겨진 의미들을 음미할 만하다. 시초점에 비해서 8 개의 서죽을 사용하는 방식은 너무 간단해서 허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점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에게 점괘를 얻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8 개의 서죽을 사용해서 점치거나 이칭 카드를 사용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복잡한 시초점의 과정은 정성을 다해서 점괘를 얻기 위한 것인 동시에, 무엇인가 난해한 절차들이 주는 신비로움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지는 단순한 방법들을 통해서 점괘를 얻게 되면, 그 점괘를 신뢰하고 따르기에는 그것이 너무 경박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진실하고 삶의 이면을 맛본 사람에게는 사소한 사건과 징조 속에서도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범인들은 사소한 사건이나 방식들 속에 하늘의 큰 뜻이 담겨져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지어 고대 중국에서는 아무나 점을 칠 수도 없었다. 그 점치는 사람들조차도 점을 치기 전에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无妄하는 자세로 임했다. 다행히 지금은 누구든지 아무 때나 점칠 수 있다. 이칭 카드나 서죽이 없더라도 주사위나 동전, 혹은 사주(四柱)나 특정 사건의 발생 시간을 사용해서 혹은 무작위로 펼친 책을 가지고 2 개의 8 진법 숫자와 1 개의 6 진법 숫자만 얻어도 점을 칠 수 있다.
1) 시초점을 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50 개의 산가지들 중에서 하나(太極)를 상 위에 내려놓고 나머지 49 개 산가지를 좌우 두 손에 무작위로 나눠서 쥔다.(兩儀) 오른손에 나눠 쥔 산가지를 맨 처음 상 위에 놓아두었던 하나의 산가지의 옆의 오른쪽에 내려놓고 그 중의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서 왼손의 4-5 째 손가락 사이에 끼운다.(天地人 三才) 그 상태로 왼손에 나눠 쥐고 있던 그 산가지들을 오른손으로 넷씩 센다.(四時) 세고 남은 것은 왼손 3-4 째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넷씩 세었던 산가지들은 왼쪽에 내려놓는다. 오른손에 쥐었다가 하나의 산가지 옆의 오른쪽에 두었던 산가지들을 왼손으로 넷씩 세고 남은 것을 2-3 째 손가락 사이에 끼운다. 손가락에 끼운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오른쪽에 내려놓는다. 왼손에 모인 산가지들을 모두 합해서 처음 상 위에 내려놓은 그 하나와 90 도 각도로 교차되게 놓는다.(四營) 이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산가지들로 앞의 과정을 반복해서 태극을 상징하는 그 하나의 산가지에 3 번 겹쳐서 놓으면 3 變이 되고 비로소 하나의 효사를 얻게 되는데, 이 과정을 6 번 반복해야 마침내 점괘를 얻게 된다. 여기서 시초의 개수는 ‘36 개, 32 개, 28 개, 24 개’ 이렇게 넷 중의 하나를 얻게 되는데, 이것을 4 로 나누면 ‘9, 8, 7, 6’ 넷 중의 하나를 얻게 된다. 삼변(三變)을 통해서 1 개의 효사를 얻게 되고 사영(四營)을 총 18 번 거쳐야만 하나의 완전한 점괘를 얻을 수 있다. 周易은 變易을 중시해서 九와 六으로 점치고 연산(連山)과 귀장(歸藏)은 七과 八로 점친다.
시초점은 아무나 점칠 수 없었던 반면에, 척전점의 경우에는 훨씬 점괘를 얻기 수월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점을 칠 수 있었고 주역의 보편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시초점이든 척전점이든 무작위로 0-6 개의 동효(動爻) 선택은 동일하다. 동효의 원리2)는 주역의 핵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시초점의 결과3)는 언제나 6, 7, 8, 9 밖에 없다. 여기서 짝수는 음수이고 홀수는 양수이며, 6 은 노음인 태음이고 9 는 노양인 태양이고 7 과 8 은 소양과 소음이다. 주역은 변화의 흐름을 읽어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즉, 7 과 8 은 한 동안 그대로이지만 6 과 9 는 지금은 비록 음과 양이지만 조만간 각각 반대로 양과 음이 될 것이다. 6 과 9 를 변하기 전의 음양으로 기록한 것이 본괘(本卦)이고 곧 반전될 결과를 기록한 것이 지괘(之卦)이다. 동효에 해당하는 그것이 음이면 조만간 양이 되고, 그것이 양이면 음이 된다. 그 예측을 통해서 본괘(本卦)로부터 지괘(之卦)를 얻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동효가 없거나 동효가 여러 개일 수도 있고 심지어 6 개일 수도 있다. 만물의 변화를 살펴서 예측하는 주역에서의 ‘동효’는 주역 그 자체이다. 동효의 개수와 그것의 선택 방법은 물론 자유롭고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 2 장의 이칭 타로를 사용할 경우 동효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동일하다. 물론 카드를 뽑고 나서 다시 그것을 넣고 뽑으면 시초점의 원리와 동일하다. 고전적인 방식의 시초점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작괘(作卦) 시에 얻어진 동효(動爻)에 있다. 시초점의 경우는 무작위로 동효가 선택될 뿐만 아니라 변효(變爻)의 선택도 필요하다. 다행히 이칭 타로를 사용하게 되면 무작위의 동효 선택도 가능하고 동효를 하나만 사용할 수도 있다. 또 동효 없이 점치는 것도 가능하다. 2 장의 카드를 사용할 경우 시초점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점괘를 얻게 된다. 하나의 카드를 뽑은 뒤에 그것을 다시 넣고 뽑으면 시초점과 동일하게 0-6 개의 동효를 사용하는 것이다. 동효를 사용할 때, 김석진 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하나의 동효를 사용한다. 그것이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괘를 얻는 방식이나 동효의 개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칭 카드를 잘 섞고 간절한 마음으로 원하는 카드들을 뽑으면 된다. 서죽 8 개로 2 번 뽑든, 동전을 6 번 던지든, 시초를 6 번 덜어내든 차이가 없다. 점괘를 얻는 방식보다 점치는 사람의 수용성과 마음 자세가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 동효(動爻)의 의미는 주역의 핵심과도 같다. 시초점의 ‘6’을 노음(老陰)으로, ‘9’를 태양(老陽)으로 간주하고 조만간 반대로 변화하게 된다고 여기는 것이 ‘동효’의 핵심 원리이다. 대성괘는 6 개의 효사들로 구성된다. 그 6 개의 효사들 중에서 특정 효사를 선택하는 것이 동효인데 그 즉시로 한 번의 작괘를 통해서 연결된 2 개의 대성괘를 얻게 된다. 하나로 이어진 두 대성괘로 인해서 구체적인 사건의 흐름을 알게 된다. 효변하기 이전의 대성괘를 ‘본괘’(本卦)라고 부르고 효변시킨 대성괘를 ‘지괘’(之卦)라고 부른다. 시초점에서 동효와 변효는 같지 않다. 얻어진 본괘(本卦)와 지괘(之卦)의 효사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해서 점사로 여길지는 많은 이견이 있다. 정약용 선생도 동효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오래전에 소실되어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동효를 하나만 사용하는 매화역수가 유행한 이래로 하나의 동효를 사용하는 것이 점차 굳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동효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다. 동효를 하나만 사용할 경우에는 동효가 변효와 같다. 어떤 사람은 본괘를 더 중요하게 여겨서 본괘의 효사로 점치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지괘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지괘를 더 중요하게 여겨서 지괘의 효사롤 점친다. 어떤 사람은 산술적으로 7:3 혹은 5:5 정도의 비율로 참고해서 해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동효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고형은, 춘추 전국시대의 시초점에서는 천지의 수(55)에서 얻은 효들의 총합(36-54)을 빼서 변효의 위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동효의 개수에 따라서 본괘로부터 지괘로의 변화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즉, 동효가 없는 경우에 본괘의 괘사로 점치고, 동효가 6 개일 경우에 지괘의 괘사로 점치고 동효가 3 개일 경우에는 본괘와 지괘의 괘사를 같이 참고하고, 동효가 1-2 개일 경우에 본괘의 효사로 점치고 동효가 4-5 개일 경우에 지괘의 효사로 점쳤다. 이것은 동효의 개수가 변화의 성숙도와도 같다. 동효를 선택하지 않고 지괘의 모든 동효에 해당하는 사건이 모두 일어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본괘와 지괘의 중요도를 유동성 있게 고려하는 것도 좋다. 본괘와 지괘를 시간의 흐름 즉, 변화의 시작과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원인과 결과로 보는 관점도 가능하다. 물론 과거가 미래의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겠지만, 때로는 결과와 원인이 뒤바뀔 수도 있다.
3) 말하자면 (식물이) 위로 자라나는 것을 홀수(陽)로, 땅 아래의 틈으로 물러나는 것을 짝수(陰)로 가정하면, 가장 높은 정점인 ‘九’는 여름(太陽)이고 가장 낮은 정점인 ‘六’은 겨울(太陰)과 같다. 겨울인 ‘六’은 봄이자 소양(小陽)인 ‘七’로 변하고, 여름인 ‘九’는 가을이자 소음(小陰)인 ‘八’로 변한다. 바로 이 자연의 원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당연하고도 엄연한 원리이다.
타로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면, 융통성과 열린 마음이 리딩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역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일정한 방식과 틀 속에 갇히게 되면 잘못되기 쉽다. 만약 상(象)과 수(數)에 갇히면 융통성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정해져있고 거기에서 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처한 상황의 근원적인 이유와 자신이 처한 위(位)와 상황만 알아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동효를 사용할 경우에 본괘와 지괘 둘 중의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차라리 열린 가능성을 갖고 선후와 인과관계 그리고 하늘의 뜻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피는 여유만 가져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칭 타로를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서 다양하고 자유롭다. 다만 숙련되지 못한 초심자들과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간단한 사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일단 익숙하지 못한 분들은 초급 활용법부터 사용해 보면 될 것이다. 비록 뒤에 보다 더 능숙해져서 중급 혹은 고급 활용법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되돌아 살펴서 초급 활용법의 관점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점을 쳐서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시각, 선후관계 및 인과관계를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나 좀 익숙해지고 무엇인가 알 것 같다고 싶으면, 거시적인 관점을 잃고 오만해져서 숲을 놓치고 나무만 보기 쉽다. 정확하고 명쾌한 점괘를 구할수록 편협해지거나 융통성을 잃기 쉽다. 더 융통성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더 넓은 시각으로 살피되, 무엇이든지 수용하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 그 방식들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 첫째. 초급 활용법 ]
초급 활용법은 동효의 사용 없이 주역의 64 괘들을 맛보며 익숙해지는 것이다. 숙련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카드를 골고루 잘 섞은 뒤에 한 장을 뽑는데, 눈을 뜨거나 감아도 된다. 익숙한 손으로 카드를 뽑아도 되고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뽑아도 된다.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가다듬고 카드를 뽑으면 된다. 8 개의 서죽을 사용할 경우에 먼저 뽑은 것을 상괘로 삼고 나중에 뽑은 것을 하괘로 삼지만, 동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거꾸로 아래로부터 위로 쌓아가면서 작괘를 한다. 이칭 타로 카드 6 장을 뽑아서 그 번호를 가지고 홀수와 짝수로 구분해서 아래로부터 차례로 쌓으며 작괘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초급의 경우에는 정방향과 역방향의 구분 없이 한 장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나중에는 역방향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빨리 주역괘와 친해질 수 있다. 하나의 주역괘가 선택되면 해당하는 괘의 괘사(卦辭)를 찾아서 먼저 읽은 뒤에 효사들을 아래로부터 차례대로 하나씩 읽는다. 괘사는 말하자면 특정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묘사와 같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인 경우에, 지금은 전쟁 직전의 위급한 상황에 있어서 비록 서로 뜻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모두 힘을 합쳐서 정성을 다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서로 동인(同人)하지 못하면 흉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동인하는 사례들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이 효사들이다. 여기에 역방향을 고려하면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동인(同人)의 역방향은 대풍년인 대유(大有)이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동인해야 비로소 대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유와 동인 중에서 어느 것이 선행 조건인지는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앞에서 항상 인과 관계와 선후 관계를 유동적으로 살피라고 말했던 바 있다. 어떻게 보면 동효의 선택이란 무의미하다. 동효를 선택하는 것은 여러 사례들 중에서 더 구체적인 특정 상황을 선택해서 고정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자유의지를 제한하는 것이고 다른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따라서 그 6 가지 선택들 중에서 다른 하나를 선택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도 점의 결과를 해설할 때에 효사에 매여서 괘사를 잊어버리기 쉽다. 주역의 상(象)과 괘·효사는 각각 다른 사람들이 남긴 것이다. 주역괘의 象과 괘사들 속에도 충분히 깊은 의미들이 들어 있는데도 성급히 구체적인 효사들로 달려가기 바쁘다. 괘명과 괘사를 충분히 곱씹지 않고 성급히 효사를 향해서 달려가지 말라. 그것은 그대가 맞이한 상황들 속에 이전에 그대가 저질렀던 수많은 원인들은 무시하고 그저 코앞의 열매들만 보는 것이다. 초급 활용법을 통해서 역방향인 도전괘(倒轉卦)를 깊이 음미하고 그 속에 내재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선후 관계를 살피는 눈을 익혀야만 한다.
[ 둘째. 중급 활용법 ]
중급 활용법은 역방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동효를 사용하거나 혹은 스프레드를 사용한다. 우선은 하나의 동효를 사용하는데, 동효를 선택하는 방식은 자유롭다. 첫째로, 정방향일 경우에 주사위를 던져서 동효를 얻거나, 새로 카드를 한 장 뽑아서 6 진법으로 환산한 뒤에 동효를 얻는다. 여기에서 6 진법의 숫자를 얻기 위한 방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칭 카드나 주사위의 숫자 뿐만 아니라 점을 치는 순간의 시(時)나 사주(四柱) 혹은 전화 번호나 혹은 아무 책이나 펼쳐서 무작위로 얻은 숫자도 상관없다. 혹시라도 역방향일 경우에 거꾸로 된 상태의 괘를 본괘로 사용할 수도 있고, 원한다면 정방향으로 돌려놓고 그것을 본괘로 삼아도 좋다. 역방향을 정방향의 상황이 원활하지 못했거나 혹은 그 상황이 과도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그러나 8 개의 주역괘는 아무리 거꾸로 뒤집어도 동일한 형태다. 둘째로, 처음부터 두 장의 이칭 카드를 뽑는 것을 기본으로 할 수도 있다. 둘 중의 좌측은 지금까지의 운수라고 보고 우측은 앞으로의 운수로 보면 된다. 물론 여기에서 2 장의 카드들 모두 앞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동효를 뽑아도 된다. 혹은 우측의 카드 번호로 좌측의 동효를 선택하고, 좌측의 카드 번호로 우측의 동효를 선택해도 된다. 이것은 애초부터 점괘를 2 개의 효사들로 살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능하면 카드를 뽑기 전에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뽑는 것이 좋다. 너무 길게 살피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단순히 좌측은 과거로 정하고 우측은 미래로 정해도 된다. 셋째로, 그냥 3 카드 스프레드를 사용할 경우이다. 좌로부터 우로 과거, 현재, 미래 혹은 아래로부터 위로 동기(무의식적 충동), 현재, 목적(추구)이라는 의미로 간주하면 알기 쉽다. 이 경우에는 동효 없이 살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한 가지 기억해둘 사항은, 애초에 시초점에서 본괘와 지괘 중에서 어떤 것으로 점괘를 삼느냐 하는 것에는, 본괘에서 얼마나 태양과 태음이 많은가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태양과 태음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무르익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해서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동효를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본괘와 지괘 중에서 어느 것을 점사로 삼느냐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점을 치는 방법이나 동효의 선택 방법 못지않게 융통성과 냉정함이 요구되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점을 치고 점의 결과를 지켜보는 여유와 객관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머지않아 그 성숙도와 선후관계 그리고 인과관계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다만 그와 같은 때가 오더라도 지켜보는 자세를 잃지 않으면 된다.
[ 셋째. 고급 활용법 ]
괘·효사는 말하자면 특정한 사건(때)과 그것들 각각의 구체적 사례이다. 그러나 그것들만으로는 어떤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을 채워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동효를 무작위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즉, 이칭 타로 2 장을 뽑게 되면 즉시로 본괘와 지괘가 발생한다. 거기서 본괘로부터 지괘로 변할 때 동한 개수를 세어서 고형이 말했던 방식을 적용해서 점치는 방법이다. 둘째로, 동효의 개수와 상관없이 얻은 점괘 해설에 괘덕(卦德)과 괘상(卦象), 팔괘의 응비(應比), 위(位), 호괘(互卦), 수리(象理)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매화역수도, 경방역전도 사실은 상수주역(象數周易)에서 나와서 꽃핀 가지와 같다. 경방역전은 육효점이 되었다. 상수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주역괘들을 타로 카드나 점성학, 혹은 명리학과 연계시켜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최소한 다른 점술에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고전적인 시초점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상수(象數) 원리를 위주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주역괘를 타로 카드에 배정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매화역수와 같이 팔괘로만 점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육효점과 같이 음양오행 원리로만 점치기도 한다. 심지어 점성술4)과 연결 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도구들을 사용하면 그것들이 가진 모순들5)도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들은 그저 사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그런 노력과 별개로 의미와 길흉은 존재한다. 주역에 깊이가 생기게 되면 무엇으로도 점칠 수 있고 무엇과도 연계가 가능하다. 그것을 통해서 딱딱한 주역에 유동성을 더해줄 수 있고 모호한 구절에 구체성을 더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더 모호해질 수도 있고 더 다면적이고 때로는 오히려 노골적일 수도 있다.
4) 주역 속에는 60 진법의 천간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음양오행 뿐만 아니라 점성학도 들어 있다. 카발라와 타로, 점성학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듯이, 주역에도 동양 점성학이 맞물려져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64 개의 주역괘는 뒤집었을 때 반대가 되는 56 개의 도전괘와 뒤집어도 변함없이 그대로인 8 개의 부도전괘로 구성되어 있다. 즉, 28 쌍의 도전괘와 8 개의 부도전괘가 합이 36 개가 되는데, 10 도씩 360 도에 상응한다. 카발라적인 관점에서는 3 개의 어머니 글자들 즉, 근원적 원소들이 중앙에 있고 그것을 7 개의 복자들 즉, 7 행성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12 단자들 즉, 12 개의 고정된 별자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즉 항성들 속에서 행성들과 원소들의 변화를 묘사했던 것이다. 주역도 똑같다. 단지 동양에서는 28 수(별자리)를 사용하고 3 모자 대신에 북극성을 사용할 뿐이다. 3 모자 중에 쉰(ש)과 멤(מ)은 알레프(א)로부터 나오는데 그것들은 불과 물이다. 동양에서는 북극성이 음양으로 나뉘기 이전의 태극에 해당하기 때문에 북극성이 나뉘어 물(음)과 불(양)이 된다. 즉, 북극성이 3 모자와 같다. 북극성은 8 부도전괘 중에서 건위천에 해당하는데, 건위천(북극성)이 3 모자이고 나머지 7 개의 부도전괘는 7 정(행성)이다. 28 수는 28 쌍의 도전괘로, 서양에서의 12 별자리와 마찬가지로, 네 방향에 주작, 현무, 백호, 청룡이라고 불리는 7 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 64 괘는 방위도와 음양이 차례로 증감하는 12 벽괘들에 의해서도 자연의 변화 즉, 시간의 흐름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주역 64 괘 전체가 하늘의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5)무작위의 동효를 사용하게 되면 하나의 동효를 사용할 때 가졌던 그 여유로움과 다면성을 잃게 될 것이며, 상수(象數)를 사용하게 되면 약간 멀찌감치 물러나서 보던 거리를 잃게 될 것이며, 음양오행을 사용하게 되면 상생과 상극이라는 족쇄에 매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언제나 과도한 의미 부여와 자유 의지의 제약이라는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음양오행은 애초에 모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음양오행은 원래 서로 별개의 것으로 존재했었고 상생상극 작용도 후대에 체계화된 것일 뿐이며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후대에는 상모(相侮)작용까지 생겨났다. 음양오행으로 살피기 전에 상생(相生)이 지속되면 상극(相剋)이 되거나 상모(相侮)가 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렇다면 그 상생과 상극이 변하는 시점을 누구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나? 그것은 결코 오행 속에 답이 들어 있지 않다. 마치 소강절이 매화역수의 기법을 열심히 설명해 두고는 나중에 외응(外應)을 더 강조했던 것과 같다. 고급 활용법은 말하자면 하나의 방식이나 의미에 매이지 않는 그 유동성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역을 타로 카드나 매화역수, 명리학, 점성술 등의 다른 점술들과 연계시켜서 사용하면 더 구체적인 점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구체성으로 인해서 오히려 숲을 놓치기 쉽다. 상황 속에 담긴 의미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납갑(納甲)은 한대에 와서 경방에 의해서 더해진 장치에 불과하고 그에 의해서 임의로 배정된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오행(五行) 사이의 생극충합(生剋沖合)을 믿고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만’이다. 음양오행도 덫이고, 팔괘도 덫이고, 64 괘도 덫이고, 심지어 길흉자체도 덫이다. 이미 그 자체로 모순을 가진 행위일 뿐이다. 욕심을 비워야 하는 점치는 사람이 욕심에 눈이 어두워졌는데 그것이 올바른 행위일 수 있을까? 과도한 구체성은 정위에 있는 양효처럼 그 과강함으로 인해서 흉하기 쉽다. 차라리 다소 구체성이 부족하더라도 욕심을 덜어내고 올바르고 편안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올바른 처세이다. 의미는 굵은 줄기에서도 충분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가지들에 눈이 멀어서 원인이자 근원인 뿌리를 무시하지 말라. 모든 일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와 원인이 있다. 그것은 그저 약간의 여유와 시간을 가지면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고급이 최종적이고 최종적인 것이 고급인 것은 아니다. 초급 테크닉이 오히려 더 보석 같고 더 근원적이고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직업적인 목적으로 점을 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초급 활용이나 중급 활용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점이나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말과 행동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점괘에 대한 해설을 할 경우에는, 되도록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체로 점을 보러 온 사람은 이미 삶에서 전체적인 시각을 잃고서 그저 당면한 일과 사건만 바라보면서 가타부타 결정만을 원하고 조언을 구하러 올 때가 많다. 그러한 순간에 거시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나무보다 숲을 보기를 권한다. 물론 현란한 기술과 정확한 예측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확실히 상수(象數)를 모두 활용하면 명쾌하다. 하지만 하늘과 땅은 우리들을 수용하고 보듬어주지만 허용하고 놓아준다. 그대도 그대 앞에 있는 손님(神)들에게 그대가 가진 우월한 테크닉을 과시하기보다는 허용해주고 열린 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두는 미덕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모두 알려줘도 절대 그대로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내 의견을 따르는 것도 곤란하다. 어떤 순간에도 그 사람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길 거듭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주역 점을 치는 자세를 강조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 욕심을 덜어내고 무심으로 점치기가 어렵다면 진심을 다하거나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점을 쳐라. 재미로 혹은 악의로 혹은 마구잡이로 혹은 욕심으로 점치지 말라. 그렇게 하면 최무자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산수몽(山水蒙)의 괘사에 이르기를 “스승은 배움을 청하고 구하는 사람들에게만 가르침을 베풀되, 어리석은 자가 처음 묻거든 알려주더라도, 2 번 3 번 묻기만 하는 자들은 욕되게 하는 것이니 알려주지 말라.” 그리고 가능하면 선한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사악한 목적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주역 점을 쳐서 마침내 좋은 점괘를 얻고도 결국에는 흉했던 사례들도 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덕(德)을 쌓는 일에 주역 점이 사용되면 좋겠다. 주역의 괘·효사들은 인문학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점치는 수단으로도 타로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도구이다. 주역은 가까이할수록 더 윤이 난다. 난해한 주역의 괘·효사들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시작은, 선한 의도들을 부단히 쌓는 것에 있다.
정이천이 말하기를 “잘 배우는 사람은 말을 이해할 때, 반드시 스스로 가장 가까운 자신의 경험 속에서 이해한다. 그 가까운 자신의 경험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말을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전하는 것은 말인 사(辭)이다. 말로부터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
PS)
이 글은 글의 깊이와 다루는 주제들이 상당히 다양합니다
따라서 읽는 이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지면의 한계와 글의 오해로 인해서 짧게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내용상 오류나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점 이해해주시고 또 편의에 따라서 높임말은 생략되었습니다
모쪼록 주역을 공부하는 초학자들에게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출처 및 참고 서적 ]
- 대산 김석진 선생의 ‘주역 강해’, ‘주역 점해’
- 김상섭 선생의 ‘주역점의 이해’, ‘바르게 풀어쓴 주역 점법’
- 리링의 ‘주역강의’
- 장치청의 ‘주역 완전해석’(周易全解)
- 심의용 박사의 ‘주역’ : 이천 역전 완역
- 임채우 박사의 ‘주역 왕필주’
- 김승호 선생의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
- 최정준 박사의 ‘주역 개설’
- 신원봉 선생의 ‘인문으로 읽는 주역’
- 남회근 선생의 ‘주역 계사 강의’
- 김인환 선생의 ‘주역’
- 김진원 선생의 ‘알기 쉬운 역의 원리’
- 김상섭 선생의 ‘춘추 점서역’
- 김원중 선생의 ‘노자’
- 한동석 선생의 ‘우주 변화의 원리’
- 조영주, 김승제 선생의 ‘누구나 쉽게 읽는 점수 주역’
- 방인 교수의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기호학으로 읽다’
- 김성욱 선생의 '소강절의 매화역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맥길2021 말씀하신대로 점의 본질은
그 기교나 그것에 부여된 철학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고 비워낸 무심함에 있는 것이지요
사람에 따라 익숙한 방법이 좋겠지만
익숙한 것일수록 타성에 젖기 쉬운 법이니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해야만 그 무심함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그저 몇년 혹은 몇십 년 점 좀 쳤다 하면
자신이 최고다 라는 생각에 젖어들기 쉽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김석진 선생님이나 남회근 선생님이
대단하신 것이지요
정말 많이 그리고 깊이 이해하면
그 많이, 오래를, 주장하지도 자랑하지도 않더군요
그것을 앞세우는 사람은 본질을 놓쳤거나
밥벌이나 자기 자랑에 눈이 멀었을 뿐입니다
겸손해져야 합니다
♡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