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입니다. 26도C의 고온을 뚫고 서울로 차를 몰았습니다. 4월 22일 오후 6시 30분 강남구 논현동 북촌순두부 도착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습니다. 따라서 오는 도중 휴게소 두 군데를 들려 휴식을 취하기까지 했습니다.
격월로 모일 때마다 저녁 식사 장소로 이용하는 북촌순두부는 강남 하고도 중심지인 논현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情)적 기류가 감도는 곳이어서 좋습니다. 주인장은 노동에 부하(負荷)가 걸려 팔에 붕대를 칭칭 감았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결코 한가한 사람들이 아닌데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믿음과 인정에 대한 열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로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귄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유독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저녁식사를 끝내고 우리의 예배 장소인 '페이스 명가'로 이동했습니다. 동기 강희석 집사의 사업장이자 사무실입니다. 희석은 이 방면(신체 교정 경락)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문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도 여러 번 탔다고 합니다. 사무실을 신우회가 함께 써서 고맙다고 합니다.
오늘 설교는 나의 아내인 박성숙 목사가 맡았습니다. 지난 4월 5일 목사 안수를 받았으니 그후 첫 설교가 되는 셈입니다. 보름 전쯤입니다. 70기독신우회 총무 유정식 장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제 아내 박성숙 목사를 4월 정례 모임에 말씀 선포자로 모시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쁨의 자리인 동시에 부담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며칠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 목사가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친구들 앞에서 말씀을 전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 것입니다. 백전노장의 영적 전사들 앞에서 설교한다는 것은 여성 목회자로서 결단을 요구합니다.
"어렵더라도 올라가야겠어요. 설교라기보다 간증의 형식을 취한다면 할 말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목사 안수를 받고 첫 설교를 어디서 하나 솔직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남편 동기 신우회에서 초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역시 남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당일 오전 일을 보고 서울로 가는 길은 떨림과 설렘의 연속입니다. 신우회 단톡방을 통해 참석을 권면하는 친구들의 글들이 수시로 올라왔습니다. 장단을 맞추느라 저도 '여기는 청주 휴게소', '안동까지 왔어요', '마음에 비해 길이 더디네요' 등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오후 6시 30분이 다 되어 북촌순두부에 도착했습니다. 정영진, 박근영, 서명석 등의 친구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성실한 친구들입니다. 이어 김지완, 유정식, 신경철, 강희석, 고석호 등의 친구들이 식당 문을 들어섰습니다. 마영규는 예배 장소로 직행하겠다고 연락이 왔구요.
오늘 예배의 사회는 박근영입니다. 기도는 고석호, 우리 신우회뿐 아니라 동기들의 각종 모임에 기둥 역할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이들은 한동안 쉬고 있다가 우리 신우회를 통해 힘 받고 교회를 정해 신실한 발걸음을 다시 띄기 시작했습니다. 신우회의 할 일 중 이런 것들도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총무 유정식 장로가 손수 만든 순서지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돋보입니다. 오랜 이력(履歷)의 노하우일 것입니다. 박성숙 목사는 신명기 6장 4절~9절을 본문으로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라는 제목의 간증을 했습니다. 초년생 여성 목회자가 중년 남성들의 이목을 모으며 말씀 전하는 모습이 아리따웠습니다.
모두들 잔잔히 간증을 경청했습니다. 박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친 우리는 친교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박 목사가 율동을 인도했습니다. 환갑을 넘긴 사람들이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을 부르며 율동을 하는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유치원 아이들처럼... .
친구 고석호가 과일(딸기, 청포도)과 과자를 간식으로 준비했습니다. 늘 호스트를 기쁘게 자임하는 강희석이 음료를 내 놓았습니다. 멀리 김천에서 가지고 온 무공해 쑥떡도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군더더기 없고 화기애애한 자리입니다. 친교의 시간도 예배의 한 부분임을 실감합니다.
오늘 참석 못한 친구들의 근황을 묻습니다. 양승관, 김동진, 김정열, 황중현, 박지수, 김광희 등의 친구들도 사회와 신앙생활로 바쁜 것 같다는 말이 오고 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훈훈합니다. 스승도 이런 자리에선 호칭부터 우리와 동격이 되어 버립니다.
여느 모임 때보다 30분을 더 소요했네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 사이 시간은 성큼성큼 보폭을 옮겼군요.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서로 주 안에서 평강을 빌었습니다. 친구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예배 광고 시간에 유정식 총무가 박성숙 목사에게 선물과 봉투를 전달해 준 것이 있습니다. 돌아와 선물을 열어보니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더군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부활절 그 다음 날, 강남구 논현동에서 피어오른 예수 향기! 함께 한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