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천천히 걸어오는데 처마밑에는 봄에나 보는 나물들과 풀들이 가득하다.
올해처럼 긴 가을이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뜨거운 여름에 지친것들은 모두 가을에 몸집을 불리고
욕심껏 커 버렸다. 엊그제 내린 커다란 눈방울들은 분명 겨울을 데려 올것 같았지만 아직도 이곳은
가을과 봄과 겨울의 뒤섞임속에서 2024년의 나의 외부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지난 21일에 큰딸의 근속 20년 상으로 내가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의 큰 딸은 초등학교를 졸업할때도 나에게 ' 장한 어머니상' 을 받게 해주었다.
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하라는것은 모두 했다. 마사지 , 사우나 등등.
딸이 타라고 하면 비행기도 타고 멋있는 카페에서는 커피를 비롯해 감귤밭의
진한 귤색을 만끽하며 그 아름다운 색감에 홀릭되었다.
딸과 사위의 하는 모습을 보면서 ' 내가 나이가 몇살인데 딸 보다 못하게살면 안되지' 다짐도 했다.
냇가를 건너올때는 어디서 몰려왔는지 오리들이 때를 지어 고기를 잡고,
커다란 황새는 그 옆에서 먹이를 열심 찾고 있다.
처음 이사를 왔을때는 다슬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렁이가 많다.
시간이 감에 우리의 자연환경은 자꾸만 나빠져 가는것이다.
누가 말하기를 '사람이 살지 않으면 자연이 회복이 된다' 라고 하였는데
글쎄다 그렇다고 억지로 사라질수도 없으니 자연을 파괴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생명이 끝날때까지는 살아야 할것이다.
저멀리 냇가 너머로 아직은 노란 국화꽃을 감상하며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어제는 어떤분이 토종닭을 한마리 잡아다 주셔서 닭 볶음을 해 놓았다. 그 동안 같이
일년을 함께 지낸분들과 오후에 같이 먹기로 했다.
조졸한 생활이다. 인구는 점점줄어 외지로 한 바퀴 돌아도 만나는 사람이 없어 이 곳을 독차지 하고 사는것 같다.
그러나 길 위에 구르는 낙엽을 보며 어쩔수 없는 쓸쓸함도 떨쳐버리기 어렵다.
만나는 사람 한분이 소중하다. 지금의 평화가 영원하지는 않겠지.... 혼자 독백처럼 마늘이 심어진 밭으로 향한다.
비가 스치고 지나가면 어김없이 마늘이 솓아 올라 열심히 살리라 만세를 부른다.
겨울농사로 마늘과 양파는 키우기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심고 잘 덮어 놓으면 알아서 잘 자라고
양파는 땅속에 마구마구 하얀 알을 품는다.
12월~! 아직도 올해는 한달이나 남았다.
어찌나 바쁘게 보냈던지 이런 한가한 시간이 너무나 좋다.
도서관의 따사로움에 길게 하품을 해본다.
온 몸의 세포가 쉼표가 좋다고 한다. 늘어지게 한숨 자는것도 좋으리라.
겨울방학때 선생님께서 주신 교제로 이침을 마스트 할 생각으로 열심 외우고 있다.
그렇게 또 한해는 가고 내년에도 잘 살아보리라 잠기는 눈 . 그러나 너무나 영롱한
머리속은 또 그렇게 기대를 하게 된다. 아마도 본능이겠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