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65년을 꼼꼼이 뒤돌아 보면 혼자 잠들고 혼자 일어나며 혼자 먹으며 산 것은 최근 5년이 유일하다. 즉 전에는 한번도 살아 보지 않은 삶을 지금 살고 있다는 얘기이다. 어려서는 부모 형제들과 부대끼며 살았고, 결혼해서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한번도 독립적으로 산적이 없기에 지난 5년 동안 여러 가지 감정적, 그리고 물리적 풍파를 겪은 것은 어쩌면 외국에 처음 간 사람이 겪는 것처럼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아무리 금실이 좋은 부부라 해도 동시에 세상을 떠나는 일은 어떤 부자연스러운 일을 하기전에는 거의 불가능 하기에 어느 한쪽이 먼저 가고 한쪽은 남아서 얼마동안이 될지 모르지만 남은 여생을 살아야한다. 어쨌던 이별과 그리고 혼자의 삶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매도 미리 맞는 것이 낫다고도 하고, 또 죽음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 누구는 미리 관에 들어가 보는 실습도 하더만 미리 각자 혼자가 되어 살아보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먼저 이 길을 가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중에 뒤따라 올 지도 모를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번 글을 남겨본다.
1. 자신의 만족과 행복의 기준을 대폭 낮추는 것이 좋겠다
과거에 잘 나갔던 그렇지 않았던 과거의 모든 기억과 경험은 되도록 바구니에 담아 다락에 두고 이제는 새로운 사람, 그것도 신분이나 지위가 전보다 훨씬 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각하며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
나이 먹은 것이 창피한 일도 아니지만 자랑 할 일도 아니고 더욱이 나이 더 먹었다고 권세 부릴 일은 더욱 아니다. 어떤 이유로던 독신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이탈하여 예전의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삶을 앞으로는 정상으로 간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한 예로 이제 부터는 혼밥이 정상이고 누구와 같이 먹는 밥은 예외적인 것이다. 그걸 인정하고 익숙해져야 매번 혼자 밥 먹을 때마다 외롭다느니 슬프다느니 하는 스스로의 비하나 자책 같은 부정적인 행동과 사고 대신 씩씩하게 끼니 챙겨먹고 다음 할 일을 찾아 하루하루를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동창회나 다른 사회적인 모임도 가능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피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미 몸에서 이상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기에 부부 동반 모임에 혼자 외톨이로 참가하여 전체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그렇고 또 내가 아주 혼자 잘 사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친다면 그렇지 않아도 권태 등으로 위태위태한 다른 부부들의 분리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상할까 말까 하는 음식에 곰팡이 포자가 날라가 붙으면 바로 상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실제 몇 번 가 보기도 했지만 그들이 하는 얘기의 주제와 관심사는 대개 나 하고는 많이 다른 경우가 허다해서 그야말로 모임에서 개밥에 도토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자 손녀 얘기, 부부동반 해외 여행 얘기 등등...
그러다보면 고독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어쩌면 이 점이 누구와 같이 사는 사람은 도저히 누릴 수 없는 독신 생활이 주는 특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하고 하기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구의 남편이나 아버지가 아닌 순수한 나 자신이라는 존재가 낼 수 있는 향기(악취가 아니길)를 맘껏 뿜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며 고독하고 친해지는 것이다.
2.설거지 빨래 청소 취사 등의 가사 일에 거부감을 없앤다.
예전의 남자가 부엌에 가면 안된다 이런 얘기는 싹 잊었다. 주위를 지저분하게 해 놓고 살면 안경알에 먼지가 낀 것처럼 모든 것들이 지저분하게 보일뿐 아니라 깨진 유리창의 원리로 나 자신이 지저분해지니까 설거지 빨래 묵히지 말고 그때그때 해 치우고 가끔씩 이불도 햇볕에 말리고 베개등도 땀 냄새가 배기 전에 빨려고 한다.
모친 방에서도 독특한 노인 냄새가 나지만 독신남이 사는 방에서도 특유의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내 방에서 벌써 그런 냄새가 가끔씩 나는 것을 느낀다. 그때마다 침대 시트며 베개 등을 통째로 다 빨아야 직성이 풀린다.
3.피로와 병은 피해야 할 대상 1,2호이다.
과거 생각만 하고 육체를 무리하게 움직여서 피곤하게 만들거나 병기가 있을 때 버티기 등을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혼자 사는 일의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는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 했을 때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감기 기운만 있어도 바로 하던 일 멈추고 들어 누워 쉬려고 한다,
누가 꾀병 아니냐고 놀려 대더라도..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저녁 일찍 먹고 해 떨어지면 바로 자고 자정 쯤 한번 일어나서 볼 일 보고 다시 잠들어 해 뜰녁에 일어나는 바로 고대 원시인처럼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들은 그때 이미 그 방법이 좋은 줄 알았나보다.
4.나날이 쇠퇴해가는 기억력과 싸우는 방법
당장 나는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테니스 모임의 회원들 이름이 가끔씩 깜빡깜빡하고 있다. 다른 지식이나 기억들은 언제 없어진지도 모르게 하루에 5만개씩 죽어 나간다는 뇌세포와 함께 지금도 매일 가고 있을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
-매일 쓰는 물건들은 좀 산만해 보여도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벌려 놓는다. 일단 어디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으면 금새 잊혀지니까. 그리고 자동차 열쇠, 지갑, 손수건, 안경닦이 등 필수품은 매일 놓던 자리에 놓아야 외출 할 때 잊지 않고 챙길 수 있지 어디 다른데 잠깐이라도 두면 잊고 나가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것도 잘 안되어서 지금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3일에 한번은 발생한다. 탁상 달력을 가능한 많이 구해 집안 여기저기 놓고 어떤 일정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달력에 적어 놓아야 일정을 깜빡하지 않는다.
-혼자 살면 거의 2-3가지 옷으로 한 계절을 지낸다. 누가 그걸 또 입냐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옷장을 열어보면 예전에 입던 옷인데도 언제 이런 옷이 있었나 하는 옷들이 보이기도 하고 옷 하나 사야지 생각했는데 더 좋은 옷이 이미 옷장 안에 있는 경우도 많으니 새로 사기전에 옷장 안을 먼저 볼 일이다.(이 글을 쓰고 나부터 당장 시행해서 바지 두벌을 찾았다)
골프의 끝은 장갑을 벗을 때 난다 하고 지금 인생의 끝도 감겨진 눈이 영원히 안 떠질 때이니 아침에 눈이 떠지는 한 갈 수 있는데 까지 계속 가고 볼 일이다.
(출처 / 해와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