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입니다. 하루 낮기온이 약 24도 정도이니 아침 식사로 만두국도 그리 더울 것 같지 않아서
만두국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석민이는 계란을 싫어하고 또 먹으면 알러지 반응도 가끔 있다고 하니 만두국에 김고명만 있고 계란
고명이 없으니 보기에 좋 허전하지요. 만두국에 김치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어느새 김치 없는 아침에
익숙해져서 제가 어제는 실수로 아침상에 김치를 올려놓았는데 손도 한번 안대었답니다. 그래도 한식파들이니
만두국에 밥을 말아먹고 싶다고하네요. 밥도 금방 지었으니 만두국과 함께 아주 뜨끈합니다.
뜨거운 밥을 만두국에 말자 남준이가 더워서 나가서 식사를 하겠다고 밥그릇을 들고 나갑니다. 석민이도
얼른 같이 나갑니다. 나가더니 ' 아이, 시원하다'하고 둘이서 만족한 표정이네요. 영어만 쓰라고
주문을 걸어놓았는데 그만 한국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한국말하면 공부시간 연장으로 벌칙을
준다고 했더니 둘이서 '앗차!'하는 표정입니다. 캠프시작하는 월요일부터 집에서도 영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데 화요일 저녁에는 제가 답답해서 좀 한국말로 설명하고 곧장 다시 영어 주문을
걸었지요.
오후에 캠프에 아이들을 찾으러가니 석민이는 선생님께 문장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단어만으로 선생님과
잘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 캠프에서 놀이공원에 가는 날이라 저도 준비물에 대해
선생님께 몇가지 여쭈어 보고 있었는데 석민이가 오더니 선생님께 " snack?" 하고 한 단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선생님이 다짜고짜 석민이가 " snack?"하니 처음에는 스낵을 어쩌라는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 하더니 곧 눈치채고 내일 놀이공원에 간식도 가져오라고 말하시더군요. 한가지 의문이 해결
되니 석민이 또 용기를 내어 " free-drop?"이라고 합니다. 저는 알아들지요 내일 놀이공원가면
자유로 drop 놀이 기구를 탈 수 있냐고 물어보는 뜻이었지요. 이에 선생님도 눈치가 빨라져서 '그래,
내일 가면 탈 것이 많단다" 라고 대답을 하셨답니다. 캠프에서 한 두 단어로 서바이벌하고 있는 석민이가
기특합니다. 바로 이게 시작이지요. 말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석민이가 아니더군요. 차츰 문장단계로
돌입하겠지요.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싫어하는 만두국도 먹고, 석민이가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잘 하고 있네요^^ 처음먹는 음식에 겁도 많고, 또 음식을 가리는 편이라 집에서 식사기간에 많이 혼나곤 했습니다. 한국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정원에서의 식사시간 행복해 보입니다.
그게 바로 집떠난 설움이지요. 엄마라면 모두 내 입에 맞는 음식만 해줄텐데 여기서는 주는대로 먹어야 하니... 하지만 이런 것을 좋은 기회로 어머님에 대한 감사함과 낯선 곳에서의 적응력을 기르면 더 큰 그릇으로 자라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