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일 동안 번역문 수정 작업으로 외도(?)를 했습니다.
좋은 기회였어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제 다시 Blueberry English 이야기 연재로 돌아오니 너무나 아늑한 기분입니다. 오늘부터 며칠 동안 밴쿠버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돼 몸과 마음이 추운데...
연재 재개를 계기로 매회 원고의 양을 획기적으로 (하하... ) 줄이기로 했습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한, 주제와 관련된 모든 얘기를 한 회에 모두 집어넣음으로써 도리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특히 가독성 측면에서)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지요.
앞으로는 주제 (어휘나 관용구) 한 가지에 집중, 곁가지 설명이나 예문을 가급적 줄이고 할 얘기가 어쩔 수 없이 많은 경우, 이번 회의 OVER 처럼, 몇회로 나누어 싣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새털 같이 많은 세월이니까,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짧게 짧게, 자주 자주, 오래 오래 하는 편이 가끔 한 번씩 숨 막히는 장문으로 가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기대하면서...
----------------------------------
10여년 전부터 한국 사람들 사이에 `오버' (또는 `오바') 라는 영어(?)가 유행 비슷하게 많이 쓰이고 있지요. 저는 이 말을 이민 오기 전 당시 신문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던 강준만 교수의 글에서 처음 봤었는데 정확히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대중화' 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유래야 어떻든 그 뜻은 `지나치다' `주제 넘거나 사리 분별 없이 아는 체, 잘난 체, 튀는 언행을 하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해요. 여기에 맞는 영어는 우선 `오우버' 돌림으로 overdo, overact, overplay, overreact, overstep 같은 것들을 열거해볼 수 있겠습니다.
You need to exercise every day, but don't overdo it.
매일 운동을 해야 하지만 지나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나 위 문장에서처럼 overdo 는 단순히 `지나치게 하다, 한계를 넘다' 라는 의미이므로 `오바'의 `본디말' 이라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overact 와 overreact 도 과잉 제스쳐, 과민반응 의 의미여서 `본디말' 에 약간 더 가깝긴 하지만 이들 역시 사전적 의미가 더 강해요. 비판적이고 빈정대는 의미의 `오바' 뉘앙스를 갖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거지요.
단어보다는 같은 뜻의 관용구가 좀 더 `오바'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break bounds
carry too far
go overboard
go to extremes
go too far
know no bounds.
모두 어떤 선, 경계 를 넘거나 극단으로 향한다는 것... 이 가운데 생활영어에서 많이 쓰는 표현은 go too far 지요.
He went too far. It was not necessary to say so.
그가 좀 심했어. 그렇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You are probably going too far if no one seems to be listening to you.
아무도 네 말을 듣는 것 같지 않다면 너는 아마도 `오바'하고 있는 거다.
위에서 본 것과 같이 over 가 접두사 역할을 하는 동사들 말고 그 자체가 형용사로 `끝난 (ended, finished, done), 남은 (remaining), 유행이 지난 (out of fashion)' 이란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It isn't over till it's over.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 선수, 감독으로 수많은 `명언'을 남긴 Yogi Berra 의 말... 9회말 쓰리아웃이 되기 전까지는 게임(인생)의 승패를 아직 말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over 를 주절과 종속절에 반복해서 써 `명언의 맛' 을 내고 있습니다.
The first half of the game is over.
전반전 경기가 끝났다.
Is the concert over yet?
연주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요?
The affair is over now.
불륜은 이제 끝났다.
The recession is over, the Bank of Canada said in its quarterly Monetary Policy Report released Thursday.
경기후퇴(불황)는 끝났다. 캐나다 은행은 목요일 발표한 분기별 금융정책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렇게 많은 `끝났다' 예를 보니 over 사용을 `오바' 할 수도 있을 만큼 유용한 생활영어 어휘 같지요? 이제부터는 ended, finished 같은 단어 떠올려서 어럽게 작문하려 하지 마시고 간단히 over 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요.
It's over.
끝났어. 쎄일, 연속극, 시험 등등 어떤 기간이 정해진 일이 끝났을 때도 속 시원하게, 또는 아쉽게 이 한마디를 할 수 있습니다. 아래 문장의 over 도 아주 중요한 `(쓰다, 먹다, 팔다) 남은 (remaining)' 이란 형용사지요.
There was a lot of food left over after the party.
파티 후에 음식이 많이 남아 있었다.
OVER 의 형용사 표현 예 마지막으로 `끝난' 과 비슷한 의미라 할 `철 지난, 촌스런'...
Did you see the feathered hairdo on that girl? My God, that look is so over!
그 여자의 깃털 머리 봤니? 어휴, 유행이 너무 지났어!
그 다음이 전치사와 부사로서의 OVER 입니다. 생활영어나 책, 신문 영어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데 우리는 어쩐지 이 over 와 친하지 않지요. 같은 뜻의 다른 전치사, 부사를 선호하거나 잘못 알고 over 대신 그 전치사, 부사를 쓴다든지 아니면 부사의 경우 아예 쓸 줄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동사+부사 구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하나 하나 예문을 보면서 이런 경우 우리가 평소 어떤 전치사, 부사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부사는 아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반성'해보기로 하지요. 용도가 너무나 다양하므로 생활영어 표현으로서 중요한 몇가지만 골랐어요.
He told me over the phone.
그는 나에게 전화로 말해줬다.
I heard it over the radio.
나는 그것을 라디오로 들었다.
I bought it over the internet.
나는 그것을 인터넷으로 샀다.
모두 `~로' `~를 통해' `~를 이용해' 라고 해석되는 `수단' 의 over 입니다. 아마도 over 대신 on, by, from, through 등을 사용해 위 문장들을 `영작' 할 분들이 적지 않겠지요.... over 가 이만큼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요. 이 문장들에서 왜 over 가 쓰였느냐면 거리가 떨어지고, 간접적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over 는 `한 다리를 건너서' 무엇을 할 때 관용적으로 쓰는 전치사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어요.
위 맨끝 문장에서 buy 의 과거형 bought 는 think 의 과거형 thought 와 같이 발음을 `오' 보다는 `아' 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앗' `싸앗' 비슷하게 들리지요. I bought it 을 `아이 바아릿' 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발음하면 `오바' 한다고 흉 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 회에서 전치사, 부사 OVER 가 들어가는 중요 관용 표현 더 공부하기로 하겠습니다.
Stay warm.
첫댓글 감사합니다.
요즈음 캐나다 공부에 열심이시지요? 이민을 앞두고 모든 게 궁금하고 걱정되는 한편으로 설레기도 할 듯합니다. 이미 연구, 조사도 상당히 하신 것 같고... 하지만 미리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나중에 캐나다 와서 살 때 재미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하하. 그저 열심히, 남 배려하며 살면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캐나다라고 뭐 별건가요... 시행착오로 돈 몇푼 손해본다든지 하는 건 무시해도 되고요... 토론토에 랜드하시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본 대로, 느낀 대로 글 많이 올려주시기를...
'수단'의 over는 전혀 몰랐던... 오늘도 BE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시기를...^^ 여기는 요즘 기온이 더 떨어져서 밤에는 영하25도이구요, 낮에는 영하20도입니다...그래도 겨울에 비 자주 온다는 벤쿠버보다 차라리 춥고 화창한 이곳이 제겐 더 좋은 듯... ^^
비를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춥긴 해도 바람 불지 않고 맑다면 차로 움직이는 게 이곳 생활이므로 견딜만 하겠지요. 또 적응이 될 것이고요... 제가 추운 서울 강변에 살았는데 영하 10도가 넘는 날에도 출근하기 전에 나가서 한 시간 이상씩 운동하고 했어요. 추위에도 강하고 비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캐나다에 살게 돼 있었나 봅니다. 어제부터 밴쿠버에 모처럼 한파가 찾아왔는데 오늘은 바람까지 불어 그야말로 freeeeeeezing 입니다. wind chill 로 인한 체감 추위 (the sensation of cold) 가 영하 11도... 앨버타나 써스캐치원에 비하면 `뭐 그 정도가지고...' 이겠지만 춥긴 춥네요. See you around.
오래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셔서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 건강관리도 습관이 되도록 의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열심히 뛰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가기도...
사는 데 자신감이 붙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남쪽으로 내려오세요... 24시간 편의점을 일찍이 하신 분들이니까 어디에서든 생존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운동은 지금부터라도 실내에서 하시고요... Stay in shape!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이네요. 이번엔 차린 게 많지 않아 공부 욕심이 많으신 분들은 (하하... ) 배가 덜 불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화시키기엔 더 나으셨기를... I'll talk to you tomorrow in the next story.
제가 예전에 타이뻬이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요, 겨울동안 비가 거의 매일 부슬부슬 왔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오토바이들로 인한 안 좋은 공기...몸도 으슬으슬하고 우울한 분위기였거든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실 경제적여건+ 기타여건들만 된다면 벤쿠버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희 남편도 몇 년후에는 남쪽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벤쿠버가 넘 좋겠지만요, 그곳은 좀 벅찰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조언감사드리구요!! ^^ 좋은하루 되시길..
네... 열심히, 착하게 살다보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좋은 쪽으로 잘 풀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비, 경기, 물가는 사실 사람에 따라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달라요. 그런 것 의식하지 않고 무조건 와서 맨땅에 헤딩하니 살아지더라고요. 체력, 의지, 영어가 어디 가나 관건이지요, 이민자로서는 ... Have a good ev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