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취이모(勿取以貌)
물취이모(勿取以貌): 말 물(勿), 취할 취(取), 써 이(以), 모양 모(貌)'
물취이모(勿取以貌)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기'에 보면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닭 울음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들 "왜 그런 사람을 식객으로 두느냐?"고 말들이 많았지만, 맹상군은 다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맹상군이 진나라에 억류되어 있다가 한 밤중에 탈출했는데,
새벽녘에 국경 관문에 도착했지만 관문이 아직 닫혀 있었습니다.
이때 닭 우는 소리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 닭 울음 소리를 내자
관문을 지키던 군인들이 문을 열어 주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찮은 사람,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이며,
'물취이모'라는 말은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물취이모(勿取以貌)에 대한 5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황희 정승의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어느 날 누추한 옷을 입고 길을 걷다가 시장기를 느낄 무렵 잔치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술 얻어 먹을까하여 그 집에 들어서니 하인들이 대문 앞에서 부터 정승을 막았습니다.
정승은 하인들에게 "배가 고파 그러니 요기나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으나 막무가내로 정승을 막았습니다. 황희 정승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얼마 후 그 집에서 다시 잔치가 열렸을 때 황희 정승은 사모관대를 갖춰 입고 그 집을 찾아 갔습니다.
그랬더니 하인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주인도 버선발로 달려 나와 그를 맞이하고는 산해진미를 차려 왔습니다.
그러자 정승은 잘 차려진 음식을 먹지도 않고 음식을 옷 속으로 집어 넣었습니다.
이를 본 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왜 그러시냐?'고 그 이유를 묻자 황희 정승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전에 허름한 옷으로 찾아왔을 때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오늘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모두 이 옷 덕택이니 음식을 먹을 자격은 이 옷에게 있는 것이 아니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주인 영감이 황희 정승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 보고는
무릎을 꿇고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배재학당에 입학할 때 미국인 선교사 앞에서 구술시험을 치렀습니다.
선교사가 물었습니다.
“평양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800리쯤 됩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공부하지 않고 왜 먼 서울까지 왔는가?”
그러자 도산이 선교사의 눈을 응시하면서 반문하였습니다.
“미국은 서울에서 몇 리입니까?”
“8만리쯤 되지.”
“8만리 밖에서 가르쳐 주러 왔는데 겨우 800리 거리를 찾아오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구술시험이 끝났고, 도산은 배재학당에 합격했습니다.
그의 재치, 배짱 그리고 면접관의 심리를 꿰뚫는 지혜가 노련한 선교사들을 감동시킨 것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느 회사의 면접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회사의 면접 시험장에서 면접관이 얼굴이 긴 응시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여보게, 자네는 마치 넋 나간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얼굴이 무척 길구먼,
자네 혹시 머저리와 바보가 어떻게 다른지 알겠나?”
그는 이 말을 들은 청년이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결례되는 질문을 하는 쪽이 머저리이고,
그런 말에 대답하는 쪽이 바보입니다.”
시험 결과 이 청년은 합격되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스탠포드 대학의 설립 비화를 소개합니다.
미국 동부 '보스톤'에 세계 제일의 대학인 하버드(Harvard university)가 있습니다.
이 대학교 입구에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때는 1880년대, 어느 날 남루한 옷차림의 유색인종 노부부가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하버드 대학교에 기부를 하겠다’며 총장을 찾아왔는데,
남루한 옷차림을 본 비서가 순서를 늦추는 바람에 몇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총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총장은 거만한 말투로 귀찮다는 듯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습니다.
“우리 학교 건물은 1개 동당 750만 달러 이상의 돈이 들어 가는 대형건물입니다. 얼마나 기부하려고요?”
그때 부인이 남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여보! 겨우 750만 달러 정도로 건물 한 동을 지을 수 있다면
죽은 아들을 위해 대학교 전체를 통째로 세우고도 남겠네요. 여보, 갑시다.”
노부부는 죽은 아들을 위해 유산을 모두 교육 사업에 기부하려고 하버드 대학교를 찾았다가
거만한 그들의 태도를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실 이 노부부는 스탠포드에서 금광과 철도업을 하는 엄청난 재벌이이었으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중국계의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15살에 장티푸스로 죽자,
전 재산을 교육사업에 헌납하기로 결정하고 하바드 대학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5년 후 캘리포니아에 직접 대학을 세웠고,
그렇게 탄생한 대학이 노부부의 성을 딴 스탠포드 대학이었습니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은 세계 최고의 일류 대학이 되어 하버드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을 뒤늦게 알게 된 하버드 대학에서는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대학교 정문에 "Don't show favoritism"라는 문구를 써 붙여서
학생들로 하여금 삶의 교훈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참고로 22년 권위 있는 QS세계대학 평가 랭킹에 '스탠퍼드 대학'이 3위를 차지하고,
그토록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하버드 대학은 5위입니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책의 표지에 비유하면서 ‘책의 표지가 멋지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의 내용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its cover.)” 고 말합니다.
다섯번째 이야기는, 미국의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美國) 오하이오주에 거대한 농장을 가지고 있는 농장 주인(主人)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밭을 일구기 위해서 많은 일꾼이 필요(必要)했습니다.
하루는 멀쑥하게 생긴 청년(靑年)이 찾아와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해서
그를 일꾼으로 채용했습니다.
농장 주인(主人)은 '지미'라는 이 청년(靑年)에게 창고의 구석진 방을 쓰게 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신세에 거처와 일자리를 준 주인(主人)이 너무 고마워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매사에 성실하게 일하는 청년(靑年) 지미의 태도는 주인(主人)의 외동딸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하루 일이 끝나면 둘이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속삭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둘이 만나는 것을 농장주인(主人)이 알게 되었고
주인(主人)은 종놈 주제에 겁도 없이 주인(主人)의 딸을 넘 본다며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사정없이 두들겨 팼습니다
청년(靑年)은 짐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맨몸으로 벌벌 기어 목숨만 간신히 건져 그곳을 빠져 도망 갔습니다.
그 후 35년이란 긴 세월(歲月)이 흘렀고
제임스 에이브램 가필드(James Abram Garfield)가 미국 20대 대통령(大統領)으로 취임하게 되어
온 나라는 축제로 떠들썩했습니다.
그는 맨손으로 자수성가하여 예비역 육군 소장으로 전역한 후
여섯 번의 국회의원(國會議員)을 역임하기도 했던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느덧 나이 많은 농장주인(主人)이 오래된 창고를 개조하기 위하여 구석진 방을 치우던 중
오래 전 지미가 쓰던 짐가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主人은 그 가방의 옷가지 사이에서 낡은 가죽 성경책 한 권이 있기에 꺼내어 첫 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 성경책 첫 장에 적힌 글을 보고 그는 갑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며 성경책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 성경책에 '제임스 A. 가필드(James A. Garfield)'라고 서명이 되어 있었고,
그 이름은 바로 미국(美國)을 대표하는 20대 대통령(大統領)의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美國) 대통령(大統領)을 사위로 둔 장인(丈人)이 될뻔한 행운(幸運)을 놓쳐버린 것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일화가 공통으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이를 사자성어로 ‘물취이모’(勿取以貌)라고 합니다.
-모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