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 누가복음 1:13-17
12월은 달력상으로는 마지막 달이지만, 교회력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달입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로 한 해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탄생으로 바로 시작하지 않고 그 앞에 일정 기간을 둔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이 기간을 대림(待臨)절이라고 부르는 것이 큰 흐름이 된듯합니다. ‘기다린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속에는 성탄절 앞에 이러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깊게 생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다림’을 모두 담아내고자 하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심’과 ‘기다림’ 둘 다 놓치지 말자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력은 그리스도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를 기다리는 절기로 시작합니다. 즉 교회력은 한 해를 그리스도 예수의 오심을 ‘기다림’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다림’의 다른 말은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시험과 면접을 기다리는 사람은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고, 중요한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 행사를 준비하고,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기다림은 곧 준비입니다. 그리고 그 준비 정도에 따라 성취감과 만족도는 달라집니다. 예외도 있지만 보통, 잘 준비했느냐에 따라 그 기쁨의 깊이와 질이 달라집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절기를 맞아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을 마련할 것”이라는 말씀을(눅 1:17)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쁨으로 그리고 뜻깊게 맞이하고 싶고,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그것을 구하고 찾는 이들에게 이 말씀과 그 묵상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본문의 단락은 세례자 요한의 출생과 그 인생에 대한 예고 부분입니다. 그가 태어나서 할 일 중에 하나가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을 예비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세례 요한은 예수와 동시대에 하지만 예수보다 먼저 사역을 시작하여 활동했습니다. 네 권의 복음서 모두, 예수께서 그의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음을 기록합니다.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을 준비할 것’이라는 것은 바로 이 요한의 사역을 가리킵니다. 예수께서도 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정도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한의 세례는 감언이설로 설득하여 행하는 세례가 아니었습니다. 세례를 받으러 온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고 돌아서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결단하게 하는 세례였습니다. 공관복음서(마태·마가·누가복음)는 모두 요한의 세례 사역을 묘사하며 회개를 강조합니다. 즉 세례 요한이 준비할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이란 다름 아닌, ‘회개하는 백성’입니다.
뻔하고 흔한 결론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그 의미마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누가복음은 마태복음과 더불어 “회개에 알맞은 열매를 맺으라.”는 요한의 선포를 기록합니다(눅3:7-8). 이는 ‘회개’란 단순히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그 뉘우친 대로 행하고 바로잡고 고치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특별히 누가복음만, 회개에 알맞은 열매가 무엇인지 묻는 무리와 군인들을 통해 회개에 대해 더 상세하게 설명합니다.(3:10-14) 그것은 회개란, 어떤 특별한 일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상과 자기 삶의 자리에 대해서 지금과는 달리 생각하고 달라진 그 생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군중들은 옷과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그것을 자기 손에 쥐고 있지 않고 나눠주는 것, 세리들은 부과된 세금보다 더 걷어 착복하지 않는 것, 군인들은 그 힘을 이용하여 강탈하거나 약탈하지 않는 것, 즉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욕심부리지 않는 것, 자기의 욕심과 안위를 위해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남용 및 오용하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을 중점으로 생각하여 다른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회개라는 의미)
이런 의미에서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은 역설적이게도 준비를 다 마친 백성이 아닙니다. 회개가 완성되어 회개할 거리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회개는 끝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것처럼, 우리의 일생은 회개하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된 백성’이란 그 회개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 내 뜻과 주님의 뜻이 상충될 때 내 뜻을 접고 비울 준비를 하는 사람, 내 욕심과 주님의 가르침을 구별하고 혼합시키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 내 욕심을 주님의 뜻으로 정당화하고 합리화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즉, 내 마음 중심에 주님과 주님의 가르침에 자리를 내어드릴 준비를 하는 사람이 곧 회개하는 사람이요,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백성입니다. 내 뜻과 주님의 가르침이 맞을 때만이 아니라 상충될 때에도 그 가르침과 그것을 가르치시는 주님께 내 마음과 삶의 중심을 내어드릴 준비를 하는 사람입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이것을 준비하며 보내시기를, 그래서 성탄 때 우리 마음과 삶의 중심에 예수께서 탄생하시고 자리 잡으시는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진정 사랑과 평화의 세상의 구주께서 내 마음과 인생의 주님으로 성탄하는 행복을 가득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12월 1일
김소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