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 - 하늘 선녀 공주로 태어나다.
가섭불 시대에 흥림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나라의 이름은 묘장, 국왕의 성은 파요 이름은 가이며, 스무살 때부터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왕비는 보덕이며 국왕과 같은 나이 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없어 걱정이었습니다. 묘장왕 8년에 딸을 낳았는데 왕이 책을 보는 중에 낳았다고 해서 묘서로 지었습니다. 이후 5년 후에 또 딸을 낳았는데 왕이 거문고 소리를 듣는 중에 낳았다고 묘음이라 지었습니다.
어느날 왕비가 꿈을 꾸었는데 하늘사람이 내려와 왕비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하였습니다. 눈을 뜰 수가 없었는데 미륵부처님 미륵부처님 미륵부처님 세 번을 부르십시오 하여 부르고 나니 하늘 세계를 볼 수있었습니다.
하늘세계는 인간세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엄하였습니다. 웅장한 건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고운 무지개가 걸린 허공에는 하늘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부처님은 관세음보살의 보문품을 설하고 계셨습니다. 법문을 다마치고 하늘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인간세계에서 왔습니다. 하늘나라에 오신 손님이오니 왕비마마께 선녀 한 명을 드리겠습니다. 삼천의 紫金人과 만명의 하늘 선녀중에 한명을 남기고 가오니 부디 잘 보살피어 반야의 지혜를 선양하소서
하늘 선녀가 궁전으로 돌아가고 난 다음에야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수행자에게 무슨 꿈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왕비마마께서 하늘나라에서 부처님설법을 들은 것은 천수를 더하고 앞으로 부처님의 어머니가 될것이라는 뜻이며, 삼천자금인은 삼세의 삼천부처님이며, 일만선녀는 일만보살입니다. 선녀하나를 주고 간 것은 인왕가를 법왕가로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육신보살이 궁중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도로써 한량없는 인간들을 제도할 것입니다.
수행자에게 그대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건 물 한그릇이면 족합니다하고 물을 드리니 물한모금을 입에 머금었다가 확 내뿜으며 주문을 외우니 놓여 있던 지팡이가 저절로 일어나서 살아 꿈틀거리는 금룡으로 변하였습니다.
바람이 일고 구름이 번개와 천둥이 울렸습니다. 벽력소리에 왕궁이 흔들리는 가운데 늙은 수행자는 금룡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렸습니다.
이날부터 왕비는 태기가 있어 딸을 낳으니 얼굴은 둥근 달과 같고, 살색은 금덩이처럼 귀해 보였습니다. 손은 천륜상이요, 눈은 마니보주 같으며, 푸른 눈썹과 검은 머리에 손발은 백옥 같고 유리처럼 투명하였습니다. 거룩한 용모 32상 80종호가 있어 세상에 비교할 만한이가 없었습니다.
왕은 묘선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어느듯 묘선이 19살에 꿈을 꾸었습니다. 무량수불로부터 수기를 받았습니다. 지옥과 같은 불구덩이가 그대를 고통스럽게 할 지라도 출가를 하여 지혜를 얻고 바른 도를 행하여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할 것이니라
그날부터 묘선은 무량수불의 수기가 마음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으므로 신심은 죽순처럼 자라났습니다.
언니들은 모두 결혼을 원하였지만 묘선은 결혼을 거부하여 후원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궁문을 벗어난 묘선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을 하였습니다. 힘든 일을 감당하며 흙을 밟고 장작을 날으는 일이 상쾌하기만 하였습니다. 왕비는 후원에 갇힌 딸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국왕과 왕비, 언니들이 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불문에 들어 도인이 되려합니다.
국왕은 이년은 필시 요망한 계집이다하여 대신들을 불러 묘서와 묘음의 부마를 천거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느날 상궁이 묘선을 찾아와 부마삼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묘선은 정과를 얻어 무상정각을 이루면 이 몸은 백억 개의 형상으로 화신할 수 있습니다. 32상 80종호로 서방정토나 천궁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마음대로 화신하여 중생을 제도할 수 있게 됩니다 . 내가 수행하여 이런 경지에 이르면 궁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하니 궁중은 수행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여주 용수현 백작선사로 가려합니다. 백작선사는 비구니 500명이 정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 뜻을 부왕과 어마마마께 전해주십시오.
이 전갈을 받은 왕은 백작선사에게 먼저 밀지를 보내 공주를 설득시켜 돌려 보내게 하였습니다. 돌려보내지 않으면 중죄로 엄하게 다스리고 절을 불태워 버린다하였습니다.
묘선이 주지스님께 인사를 올리니 그대는 나라의 금지옥엽이요 이거친 산에는 서민 여인이 비구니로 있는지라 숙식을 함께 하자면 불편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도를 배우는 것은 마음을 닦자는 것인데 어찌 귀천을 가리고 불편을 따지겠습니까
부왕의 명을 거역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오
죽을 먹어도 마음이 깨끗하고 적막하고 쓸쓸해도 마음이 고요합니다. 이 절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었는데 오백비구니 모두 관리나 부잣집 딸들이고 지혜롭고 총명하여 인과응보의 도리를 알고 행동 또한 가볍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오백의 어린 비구니들을 모두 환속시키면 저도 돌아가겠습니다.
주지는 한숨을 쉬면서 이 일을 어쩌나 하면서 한탄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묘선은 힘이 들때마다 기도를 하였습니다. 조왕신은 묘선의 마음에 감동되어 옥황상제에게 공주의 사정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옥황상제는 동해의 용을 시켜 공양간 옆에 우물을 파게 하였고, 산짐승들에게 나무를 물어오게 하였으며, 날짐승들에겐 반찬거리를 물어 오게 하였습니다. 공양간의 일들은 천신과 지신들이 도와 주니 묘선은 유유자적하니 이 절 비구니들은 몹시 놀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해가 돌아올까봐 이일을 왕에게 알렸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분노하여 장수를 시켜 그대는 군마를 거느리고 여주 백작선사로 찾아가서 산문을 닫고 불을 지른다음 땅을 파서 그곳을 연못으로 만들고 절의 흔적을 없애버려랴
절 주위에 불길이 치솟고 비구니들은 아우성을 쳤습니다. 어떤 비구니들은 묘선공주를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묘선은 기도를 하였습니다. 삼세제불께 간절히 기도를 올립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저는 묘장왕의 딸이고 부처님은 가필라국의 왕자이십니다. 부처님께서도 왕궁을 떠나셨고 저도 왕궁을 떠나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설산에서 수도를 하셨고 저는 백작산으로 출가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우리의 조상이시고 저는 부처님을 따르는 어린 후손입니나. 고난을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는 부처님 저의 재앙을 막아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를 하고 머리에 꽂았던 대나무 비녀를 뽑아 자신의 입안을 찔렀습니다. 그리고는 입안에 고인 피를 공중에 뿜었습니다.
그러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찬비가 쏟아졌습니다. 한참 비가 내린 후에 해가 뜨자 하나도 손상된 데가 없는 불전과 누각들이 드러났습니다.
비구니들은 묘선의 기도에 감사드렸고 장수와 병사는 가까이 서지 못하였습니다. 병사들은 궁궐로 돌아가 이사실을 국왕에게 알렸습니다.
왕은 더욱 화가나서 그년이 필시 요괴임이 틀림이 없으니 칼을 쒸워 형장에 가게하였습니다. 왕비는 공주의 마음을 돌리려고 3개의 누각을 지어 조문하게 하였습니다. 공주가 그 옆을 지나가면서 보게 하였습니다.
왕비와 언니들이 마음을 바꾸게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간수가 직접 칼을 들고 술을 마셨는지 눈은 충혈되었고 비틀거리면서 올라왔습니다. 공주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살생한죄 없애주시고 보살도를 행항게 하여지이다.
칼이 목을 쳤는데도 피 한방울 나지않고 더욱 밝은 빛이 뻗치었습니다. 간수의 칼이 두동강이 났습니다. 놀란 간수가 부러진 칼로 묘선을 내려쳤지만 이번에는 손잡이가 끊어져 나갔습니다.
조용히 미소짓는 공주를 보자 간수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국왕의 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대신들과 의논을 하였습니다.
공주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저를 죽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노기는 결국 천하 백성이 불안하게 될것입니다. 묘선이 기도를 마치자 아무런 고통이 없이 죽게 해 주었습니다.
간수는 활줄로 목을 감아 죽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묘선의 주검을 입에 물고 허공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호랑이는 형장을 벗어나 시다림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왕에게 알리니 왕은 물었습니다. 시다림은 어디에 있는가 황량한 골짜기에 매장해 주는 사람이 없는 시신을 그곳에 버리곤하여 시다림이라고 불립니다. 대부분 시신들은 짐승의 먹이로 사라진다하옵니다.
그대가 수고를 한 덕분에 짐이 한시름 놓게 되었으니 그대에게 상을 내릴 것이니라
묘선이 간곳은 시다림이 아니고 잿빛 땅인 사막 같은 곳이었습니다. 동자가 물었습니다. 누구시며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저는 묘장왕의 딸이고 흥림국에서 오는 길입니다. 저는 선부동자입니다. 염라대왕 명을 받들어 나왔습니다. 선인은 제가 맞이하고 악인은 무서운 짐승처럼 험상궂은 야차가 맞이합니다. 그러니 공주님 걱정마시고 저를 따르십시오.
제가 어찌 여기에 왔습니까 공주님은 부마 맞기를 거부한 죄로 부왕의 명령에 의해 교살되었습니다. 공주는 그제서야 자신이 황천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는 길에 몇 사람의 비구니들을 만났습니다. 우루루 몰려와 공주에게 원망을 하였습니다. 우리를 지옥에서 구해주시옵소서 묘선이 기도를 하였습니다. 지장보살님 금신을 나투소서 그러자 육환장을 쥔 지장보살이 허공에 나타났습니다. 고통받는 백작선사의 스님들을 극락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하니 지장보살님은 스님들을 데리고 서방정토로 돌아갔습니다.
어디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래로 내려보니 귀신 수천만이 내하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묘선은 다시 기도를 올렸습니다. 강에서 울부짖는 저 귀신들을 제도하여주시옵소서 그러자 허우적대는 내하강에도 연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잠시 후에는 연꽃을 하나씩 타고앉아 극락으로 올라갔습니다 시왕은 묘선에게 설법을 청하였고 지옥이 변하여 극락으로 되었습니다. 극락과 지옥이 따로 있는데 업보의 도리가 없다면 누가 선업을 짓겠습니까 공주를 인간세계로 돌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염라대왕은 내하교 너머로 공주를 건네주라고 분부하였습니다.
묘선이 인간세계로 다시 돌아와 보니 몸은 수풀에 있고 목은 활줄에 감겨 있었습니다. 바위옆에 앉으려고 하는데 눈썹과 수염이 하얗게 센 늙은이가 보였습니다.
나는 낭자와 부부처럼 보낼인연인가 하니 세상의 낙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묘선은 늙은이에게 그 말씀은 당치않습니다. 수행하는데 애욕을 끊지 못하면 천만겁을 고행하여도 도를 이루지 못하나이다 깨친다한들 완전하지 못하여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나이다.
늙은이가 굽은 허리를 펴며 말하였습니다. 나는 범인이 아니라 천상의 제석이니라. 공주가 이곳에서 수행하려는 것을 알고 여기에 왔다. 이 산에는 악한 용 한 마리가 살고 있는데 그 악취가 고약하여 도 닦을 곳이 못되므로 오늘 그대에게 복덕의 땅을 가르쳐주리라.
이 나라 끝 향산에는 신선이 숨어 살고 사자와 코끼리가 살며 상서로운 나무숯이 꽉 들어 차 있느니라.
붉은 복숭아를 묘선에게 주면서 하늘의 복숭아로 먹으면 갈증을 모르고 허기를 모르게 하며 영원히 시들지 않으므로 장생불사하느니라.
도중에 호랑이가 나타나니, 나는 향산의 산신으로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공주를 안내하오니 등에 올라타시오. 순식간에 향산에 도착하니 동물들이 환영을 하여주었으며 호랑이가 돌맹이와 나뭇가지를 물어다 팔방으로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런 경치속에서 몸을 닦으니 자연히 마음이 청정해지므로 도를깨치고 유유자적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9년을 하루같이 보냈습니다.
하늘임금인 옥황상제는 묘장왕의 죄를 어떻게 다스릴지 논의하였습니다. 묘장왕은 삼보를 능멸하였으니 복을 줄이고 그에게 아주 고약하고 괴로운 병을 붙혀주기로 하였습니다.
왕은 병이 들어 온몸이 불처럼 뜨거워졌다가 얼음속에 빠진 것같이 덜덜 떨었습니다. 머리가 천근같이 무거운가하면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살같이 물러지기 시작하고 피고름이 줄줄 흘러 악취가 왕궁에 펴졌습니다. 궁녀들은 시중을 들려고 하지를 않았고 부마들도 피해다녔습니다. 살갗이 헌곳에는 구더기가 끼었습니다.
국왕은 모든 것이 귀찮아졌습니다. 명의들이 궁중으로 몰려들었지만 한 사람도 국왕의 병을 진단하지 못하였습니다.
묘선은 부처의 눈으로 천하를 살펴 신음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중생을 구제하러 다녔습니다.
공주는 노승으로 변하여 왕을 진찰하였습니다. 향산에 도인이 있는데 그의 눈과 손이 약이된다 하였습니다.
공주의 두눈과 두손으로 왕의 병이 낳았으며, 공주의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왕은 불법에 귀의하여 온나라에 불법을 선포하였습니다.
공주는 천수천안의 관세음보살로 태어나고, 묘장왕은 왕위를 버리고 사문으로 돌아오니 왕비와 궁중의 사람들은 모두 따라 사문이 되었습니다. 묘장왕은 아미타불의 수기를 받아 인왕불의 수기를 받았으며, 공주는 고불정법여래로 여러 부처님들 중에서 제일 자비로운 부처이니라. 한 몸을 던져 미혹한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속세에 내려와 있노라. 두 눈을 내놓았기에 천 눈을 얻었고, 두 손을 내주었기에 천 손을 얻었노라. 이름하여 천수천안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이니라. 이 말을 마치고 아미타불은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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