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지구본의 그림 1 : 아프리카의 도시 벌판의 신문보기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읽는 신문>
壁 40기 최진태
<신문 1면>
“증오와 원망의 차가운 이빨을 들이밀다 뿌리 채 낭만을 잃은,
가엽고도 어린 강아지가 청바지 한 가운데의 언덕에서의 자학으로 죽다.”
온몸에 물을 뒤집어쓴 불꽃을 기어코 터뜨린 문학인의 커다란 야망으로 말하자면,
“마치 사나운 불의 손끝이 물줄기 한 가닥과 악수를 했듯이,
지구 저쪽에서 동떨어진 채 돌아다니던 이국적인 상식을 품에 끌어안는다.”
새 둥지를 튼 남아공의 매가 흥겹게 추는 춤으로 의식을 치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신문 2면>
“남아공의 새로운 상식을 품기 위한 어마한 욕심을 가진다면,
타락한 검은색 얼음 파편으로 물들일 북극의 꿈을 각오해야 한다.”
앞과 뒤가 다른 트럼프 카드의 뚱뚱한 자부심이 맞이하게 될 퓨처리즘(futurism)이란,
“위선의 스킨십이 정성스레 맺은 히틀러의 조각,
이는 곧 검은 기름에 젖은 트럼프 속에 숨은 단 하나의 조커.”
마치 피노키오의 기다란 코딱지 속에 파묻힌 코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신문 3면>
“아프리카의 높은 밤에도 계속되는 전설 속 마왕의 춤,
이 또한 군중의 한 순간같이 조용히 지나가지 않는다.”
양(陽)의 차가운 등을 보듬지 못하고 째려본 음(陽)이라는 작은 어둠은
조만간 더 큰 어둠에게 가려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대지의 미지근한 날개가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퇴보(退步)의 절벽 위에서
이대로 더 검은 날개의 단백질로 환생하며 온 기운을 토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신문 4면>
“조커 카드 속의 할로윈데이는 죽은 강아지의 찢어진 악몽의 입술을 선물하고,
거대한 코딱지 속에서 단 둘이 하는 데이트 끝에 그자는 최후의 해체를 선사했다!”
빠르게 돌아갔던 추억의 낭만을 검은 북극의 화난 용암에 태우며,
뜨겁고도 비열한 사하라 사막의 숨은 스핑크스에게 새로운 퀴즈를 선물해야 한다.
이국적인 상식의 퓨처리즘이란?
그것은 바로 단 둘의 더러운 사랑 속의 살인을 꿰뚫어볼 수 있는 견적인 것이다.
큰 지구본의 그림 2 : 북아메리카의 중심에 담긴 소설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으로서의 이야기>
壁 40기 최진태
(1) 군중 사이에 그려진 그 사람 (일반인)
그 사람 참 야무지게 (숨어있었다).
화려한 축제 분위기의 춤꾼들 사이에서
소심한 딴따라로 사라지려 애쓰던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바람같이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수리의 자유로운 생활을 얻는다는 것은
포식으로 죽은 정의를 타임스퀘어 한 가운데에 굳히는 것이라던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아무렇지도 않게 어두운 청춘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2> 지하 속의 방과후학교 (기획자)
그 사람 참 지독하게 <화장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군중들의 잡담에서 잊어진 존재,
쇠사슬로 가는 몸을 묶으면서 흑백영화의 한 아버지가 되어 사라진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아이러니하게 <고(古)지식하다>.
어른의 넥타이 세계에서는 느티나무의 잔주름에 새겨진 전설과 같은 옛 것이
학생들의 동화에서는, 벤쿠버 올림픽의 폭죽 속의 찬란한 독수리에게는,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새로운 충격으로 천둥을 내리치는 [화성인의 발끝이다].
[3] 화성의 동화는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 (공연자)
그 사람 참 야심차게 [새롭다].
어두운 복도를 가로지르는 딴따라의 뒤태에 담긴 반실증적인,
그 고뇌의 새로움을 손에 쥐고 마이크 앞에 다가선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화려하게 [엑스트라 친구들과 논다].
“나”를 버리고 가신 임을 제쳐두고,
주인공과 다른 새로운 상식이라는 모자를 뒤집어쓴 채 우아한 춤을 추는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앞으로 {크게 될 것이다}.
{4} 마침내 열릴 이류의 공간 (감독)
그 사람 참 커다란 큰 업적을 {가슴 속 뿌리 깊은 느티나무의 잔주름에 새길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푸른 대륙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선 사람이 되지 않기로 약속하며,
제3자의 얼굴을 소설의 종이 한 쪽에 그려두는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나중에 {선과 악의 뒤편에서 또 다른 선과 악을 쓰는 그런 소설가가 될 것이다}.
쇠사슬의 듬직한 이끌림을 따라 주인공이 모르는 이류의 축제를 그려내며
흑백의 기류 속의 어느 와인잔을 기울일 줄 아는 그 사람은 참,
그 사람은 참 “우아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은 “참 품격이 충만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현세계에서는 고독한 와인의 향이다만,
여기서는 이불을 덮고 자는 와인의 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