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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6.11.28 작성
'심장이 쿵하는 철학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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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 그 누구의 말도 위안이 되지 않을 때, 세상이 나에게만 혹독하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철학자의 조언만큼 명료하고 지혜로운 처방도 없다. 찰나의 위안을 주는 말들과는 달리 동서고금을 막론한 대철학자들의 통찰이 담긴 말은 심장이 쿵 내려앉을 만큼의 깊은 깨달음을 통한 내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으로, 세속의 삶을 멀리하며 자연 속에서 사색을 쌓은 ‘문학적 철인’으로 추앙받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도 오랜 기간 우정을 쌓으며 생의 가치를 공유했다.
하버드 대학생 시절 그가 썼던 일기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정신의 발전’을 담은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개인은 자기 자신이 되려는 용기를 지녀야 하며, 자신의 직관으로부터 나온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면서 자기 내적인 힘을 신뢰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잃는 대신 얻는 것이 있을 것이며, 무엇을 얻는 대신 잃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성공도 실패도 결국은 자기 내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의 죽음’을 고한 ‘전복(顚覆)의 철학자’다. 그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비판, 영원회귀, 권력에의 의지 등을 통해 20세기 철학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린 니체는 서구의 오랜 전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자 했다. 현대철학의 시작은 니체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출발부터 위험한 요소들이 많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니체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루쉰은 『아큐정전(阿Q正傳)』등을 쓴 중국의 문학가 겸 사상가다. 봉건적인 중국사회와 유교적 도덕관을 비판했던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가 바로 루쉰이다. 그는 병든 사회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로부터 글의 소재를 찾아냈으며,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을 치유해야 할 당위성을 각인시키는 소설들을 썼다.
문학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며 혁명가로 살았던 그의 삶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건네주고 있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칼라일의 대표 저서는 『프랑스혁명』으로, 이 책과 얽힌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칼라일은 모든 인연을 끊다시피 하면서 4년간 이 책의 집필에 매달렸고, 탈고 후 친구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그러나 친구의 집에서 이 원고는 불타버렸고, 그는 크게 좌절한 나머지 한동안 폐인으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벽돌 쌓는 일을 하는 인부들이 기껏 쌓아올린 담장에서 허점이 발견되자, 개의치 않고 무너뜨린 후 다시 한 장 한 장 쌓아가는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프랑스혁명’의 원고를 다시 쓰기 시작했고, 초고보다 더 훌륭한 원고를 완성했다.
“길을 가다가 돌을 만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는 칼라일의 말처럼 좌절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생의 향방을 좌우한다. 힘들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주어진 일에 매진하는 것이 불운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링컨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고 노예를 해방시키겠다 결심했으며,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독서는 인간을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계획에는 매년 ‘독서’가 빠지지 않지만, (모든 새해 계획이 그렇듯) 책 읽는 일도 녹록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연간 도서 구입량은 3.7권.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이 10명 중 3명이 넘는다.
그래도 책이 좋은 것은 안다. 성공한 이들 대부분 독서광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만일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Read books super fast”,
책을 엄청 빨리 읽는 것이라고 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광으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 손꼽힌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데다 감옥에서 보낸 6년간 엄청난 양의 책을 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철학·경제·역사·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생전 3만여 권의 장서를 자랑했으며,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며 “감옥에 한 번 더 가야 할 모양”이라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
수감 당시 책을 읽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
출처 : 김대중 사이버 기념관의외의 인물도 있다. 영원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다. 그녀는 금발의 백치미로 대중에게 어필했지만 대단한 독서가였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아서 밀러가 한때 그의 남편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먼로가 숨진 뒤 그녀의 집을 취재하러 갔던 기자들은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역사, 문학, 심리학부터 당시 금서였던 사회주의 이념 서적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그녀의 독서취향은 그녀를 재평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모든 독서광이 ‘훌륭한’ 인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 독서는 저주가 되었다.
히틀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매일 500쪽에 가까운 책을 읽었고 2만권이 넘는 장서를 가졌다. 다만 그는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독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강화하기 위한 도서들만을 편집적으로 읽어,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발상을 하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이 되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라이백은 그의 독서를 ‘모자이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책읽기는 이미 형성된 관념의 ‘모자이크’를 채우기 위해 돌을 모으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전쟁 영웅 나폴레옹도 무시무시한 독서광이어서, 전쟁터에 나갈 때도 5만여 권에 이르는 책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따라다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황제가 되어 독재의 길을 걸었고, 모든 출판물을 검열했으며 작가들을 구속했다.
그러니까 책이란, 많이 읽는 게 다가 아니라서, 어떤 독서는 한 인간의 지평을 넓히지만 어떤 독서는 오히려 그를 우물에 가둘 수도 있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채사장은 신간 《열한 계단》에서,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불편한 책 읽기'라고 말했다.
불편한 독서는 인간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그 길을 걸어감으로써 인간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채사장을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으로 알고 있지만, 중요한 건 1000권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의 독서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를 지나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독서의 방향이 그를 말해준다.
한 명의 지식인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책들을 딛고 어떤 계단을 밟으며 성장해가는지, 매 시절 굽이마다 어떤 경험과 생각이 삶을 일으키는지, 채사장의 《열한 계단》을 따라가보자.
그리고 우리도 자기만의 불편한 계단에 올라서보자. 지금처럼 어지러운 때야말로 세계의 이면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불편한 계단을 오르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