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시화호는 어떤 공룡의 고향이었을까. 이 박사는 “알 속에서 태아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확히 어떤 종인지 알 수 없다”며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알은 모두 3종인데 모두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육식공룡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정리 개미섬과 여기서 4km 떨어진 삼존리 공사현장에서 2006년 발견된 공룡알은 껍질이 유독 두꺼워 눈길을 끈다. 부피가 270cm3인 이 알의 껍질 두께는 4.2mm에 이른다. 멸종한 사상 최대의 새 마다가스카르 코끼리새는 알의 부피가 7300cm3이지만 두께는 3.8mm에 그친다. 이 박사는 “이 정도의 알을 깨려면 300kg 이상의 하중이 필요하다”며 “어미 공룡이 악어처럼 알껍데기를 살짝 물어 깨뜨려 새끼의 부화를 도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 화석지에서는 2002년 육식공룡의 갈비뼈가 발견됐다. 지난해에는 전곡항 방조제에서 머리 부분을 뺀 하반신 뼈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 류의 화석이 발견돼, 1억년 전 시화호 일대에 다양한 공룡이 살았음을 보여준다.
약한 알이 단단한 뼈보다 더 많이 화석으로 남은 까닭은 뭘까? 이 교수는 움직일 수 없는 공룡알은 쉽게 퇴적물에 묻힌 반면 공룡은 하천 범람을 피해 도망쳤으며, 사고로 죽은 공룡의 주검도 빠른 물살을 타고 하류로 흘러갔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시화호 일대의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은 화성시 송산면과 마도면 일대 16km2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개펄에 덮혀 있어, 장차 발굴을 확대한다면 엄청난 양의 공룡알과 뼈 화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