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왕 백성학 회장 : 1940년생 / 1959년 영안모자점 창업 / 1984년 영안모자주식회사 설립 / 1999년 숭의학원 이사장 / 2003년 대우버스 인수 / 2003년 클라크지게차 인수 / 2007년 OBS 경인TV 이사회 의장 / 2009년 (재)백학재단 이사장 / 2011년 대우자판 버스 부문 인수
지난 2015년 3월, 단성사가 575억 원에 최종 낙찰되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모자왕으로 불리는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다. 단성사는 2008년 부도이후 아산엠단성사에서 영화관을 줄이고 귀금속 타운으로 분양하기 위해 신축공사를 진행해 왔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12년 공사가 중단되어 빈 건물로 방치되어 오다가 지난 2014년 6월 감정가 962억 원에 경매가 시작돼 3번의 유찰 끝에 낙찰 되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새로운 주인을 만난 단성사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쏠렸다. 더구나 새로운 주인이 모자 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백성학 회장으로 알려지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본지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백성학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 바쁘신 가운데도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드리고 축하를 드립니다. 단성사에 투자를 하게 된 배경과 낙찰소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종로는 제게 고향과도 같은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청계천에서 노점으로 모자 사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1960년 4월 19일 정식으로 점포를 개점한 곳이 바로 종로입니다. 또한 제 아들이 태어난 본적지이기도 합니다. 단성사는 한국 최초의 영화관으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저는 영안과 단성사의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이 건물이 매우 특별한 곳이라 생각하고 입찰을 결심했으며, 낙찰을 받음으로써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 정말 감회가 남다릅니다.
-낙찰이 된지 어느덧 1년여가 지났습니다. 앞으로 단성사 건물의 운영계획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물의 이름을 ‘단성골드빌딩’이라고 지었습니다. 단성골드빌딩은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입니다. 용도에 맞게 활용하려면 일정이 다소 변경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층별로 설명을 드리자면 먼저 1층은 귀금속상가로 임대할 예정입니다. 오는 9월 1일 오픈을 목표로 이미 임대분양에 들어갔습니다. 총 73개의 매장이 들어서며 특히 1층 중간에 복층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은 고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2층은 주얼리 매장과 함께 금융시설들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지상 3층과 4층은 주얼리 관련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지상 5층에서 8층은 사무실로 이용되며, 지상 9층은 주얼리 전용 상설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하 1층은 매장 및 보석을 가공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며, 보석의 역사관도 만들 예정입니다. 지하 2층은 문화영화, 고전영화, 역사영화 등을 상영할 3개의 단성사 역사영화관이 들어섭니다. 지하 3층은 단성사 옛 터를 되살리는 의미로 좌포도청과 천주교 역사관, 천도교(동학) 역사관, 세계와 한국의 영화 역사가 기록되는 전시실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9월 오픈을 앞둔 단성골드빌딩 전경
- 주얼리 업계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공간이 따로 있으신가요?
단성골드빌딩의 1층과 9층, 지하1층을 주목해 주세요. 건물의 1층 외부는 상징성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자연 친화적인 녹색조경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멋진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저는 코엑스에 열린 한국주얼리페어를 참관하면서 “종로에 반드시 훌륭한 상설전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9층을 주얼리 전용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월별로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 각종 탄생석을 테마로 전시회를 개최해 소비자의 발길을 유도할 생각입니다. 특히 지하 1층의 경우 보석을 직접 가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 공간은 전국의 대학교 주얼리 관련학과 학생들이 실무 교육을 받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성사와 종로에 거는 기대는 무엇입니까?
저는 단성사의 낙찰을 계기로 종각에서 동대문에 이르기까지 종로를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종로는 종묘를 비롯한 창경궁 등 문화유산과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등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과 기관들이 집중돼 있는 매우 특별한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경적으로 크게 낙후되어 아예 누더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단성사를 기점으로 종각에서 동대문까지 종로가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종로, 살기 좋은 종로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물론 종로구와 서울시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가 그동안 조용하게 지내 왔던 것도 이런 계획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인 백성학 회장(오른쪽)과 남강우 주얼리신문 발행인
-귀금속 업계에 전하고 싶은 회장님의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종로 귀금속 단지를 돌아보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경을 개선하려면 장사가 잘 돼야 하고 장사가 잘 되려면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해야 합니다. 저는 단성사 주변을, 종로를 꼭 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단성사를 시작으로 종로 일대의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과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깨끗한 환경 조성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들을 통해서 단성사가 진정한 종로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회장님을 가리켜 모자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모자왕이라고 합니다. 회장님이 운영하는 영안모자는 과연 어떤 회사입니까?
영안모자는 모자전문기업입니다. 지난 1959년 노점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전 세계를 무대로 연간 1억 개 이상의 모자를 판매하는 세계 제일의 모자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한국전쟁 당시 홀로 월남해 가진 것 하나 없는 전쟁고아였습니다. 그런 제가 모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6살 되던 해 모자상점의 점원으로 일하면서입니다.
1966년 일본에 첫 수출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활동 무대를 넓혀 온 결과 현재 모자사업은 9개국에 16개 법인과 10개의 해외 생산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1995년 중미의 마우코벤츠를 통해 버스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2003년 대우버스와 미국의 클라크지게차(CMHC) 인수를 통해 상용차 사업을 폭넓게 확대했습니다. 이 외에도 전자사업(전화기 제조)에 진출했고 관광, 목장업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09년 창업 50주년을 기념해 설립한 백학재단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200명 규모 아동 보육시설을 갖춘 백학마을을 건립했습니다. 고아,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시설인 백학마을을 한국 홍천(1986년), 중국(1993년), 스리랑카(1993년), 코스타리카(1994년), 베트남(2004) 등 사업장이 있는 지역 위주로 총 6곳을 건립하고 이를 해당 국가나 가톨릭 단체에 기증한 뒤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안모자의 계열사로는 클라크지게차, 자일대우버스, 호명목장, 다보컴 등이 있으며, 숭의학원(숭의여자대학교, 숭의여자고등학교, 숭의여자중학교, 숭의초등학교), 백학재단, OBS경인TV 등을 통해 사회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담 : 남강우 주얼리신문 발행인.
정리 : 정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