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진 작가(문봄 56회)가 작년에 발간한 소설 같은 수필집 <집이라는 그리운 말>
작품 탄생의 배경이 된 만리동 동네는 내가 자주 강의 다니는 서울역 주변에 있다.
우리 문봄 작가의 작품 속 흔적을 체험하는 일은 언제나 흐뭇한 일이다.
그래서 오전에 얼른 강의 끝내고 작가님의 흔적이 그리워 동네를 더듬고 왔다.
전에 가서 사진 몇 컷 찍었는데 게으름 탓에 이제사 올린다.
'소설 같은 수필'로 표현한 이유는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
박완서는 소설에서 순전히 자신 안의 깊은 곳에서 기억을 짜내고 길어 올려서 썼다고 했다.
미진 작가도 온통 과거 기억을 기반으로 뱉어 낸 작품이라 박완서 '그 많은 싱아~'와 사실상 같은 장르이다.
그래서 작가의 <집이라는 그리운 말>은 '소설 같은 수필', 아니 어쩌면 '수필 같은 넌픽션 소설'인지도~
남대문 옆에서 업무 끝내고 회원역에서 서울역 쪽으로 조금 걸으면 고가도로가 나온다.
옛날 차도를 박원순 시장 시절에 인도 겸 공원으로 조성한 고가도로!
만리동으로 연결되는 고가도로 위로 미진 작가의 흔적을 더듬어가며 걸어간다.
가소롭게 흘러가는 차량을 뒤로하고 고가도로 위에 올라서면 만리동 산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개발되어 거의 아파트촌! 작가의 옛 동네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
고가도로에서 내려 옛 산동네로 올라가는데 온통 빼곡한 아파트 무더기들!
작품에서 거의 꼭대기라고 했으니 저 아파트 너머 작가의 옛동네가 있겠지!
정상에 올라서니 나를 가로 막는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주택'
옛 작가의 동네가 아파트촌과 예술인 마을로 변모한 모양이다.
작가의 슬레이트 집이 만리동 꼭대기라고 했으니 이 근처가 맞겠다.
사랑하는 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주머니 속 먼지까지 털어 비싼 피아노를 사주던 어머니의 집!
부유하지 않았던 만리동 산동네에서 피아노를 사 줄 정도면 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언제나 작가를 반겨주고 작가의 영혼을 성장케하고 포근한 사랑이 가득했던 '집'을 찾아야겠다.
예술인 주택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서니 아담한 공원이 나온다.
일단 푸른색이 잠시 머리를 맑힌다.
이 공원이 끝! 더이상 없다!
이 공원 속에 작가의 '집'에 대한 기억이 쫘악 깔려 있겠지.
공원에서 예술인 주택촌을 바라보니 그 주택촌에 작가의 기억 속 집이 있겠다.
기쁨과 슬픔과 우울과 환희가 온통 비벼지던 집!
작가는 여기서 아현동으로 옮겨 낙엽과 씨름했다는 얘기도 생각난다.
낙엽은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렇게 쓸려 나가면서도 작가를 원망하진 않았겠지.
부산 영도 고갈산 자락의 산동네에 우리집이 있었다.
학교 등하교 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내리던 집!
산에 오르면 솜털 구름과 끝 모를 푸른 하늘과 손잡곤 했는데 그 하늘과 참 많이 닮았다.
푸른 공원이 무척이나 소담스럽다.
가벼운 운동이나 옛이야기 지줄대기에 참 좋은 공간이다.
작가는 저멀리 보이는 북악산(?인왕산?)을 보며 산동네 탈출의 꿈을 꾸엇을까?
아니면 깊은 하늘을 바라보며 스스로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가 되고자 했을까?
마침내 일산에서 아파트를 마련하여 건물주로 우뚝 섰다는 작품 속의 실화가 떠오른다. 축!!
공원에 마련되어 있는 배드민턴장이 무척 시원스레 보인다.
흰 경계선이 뚜렷한 걸 보니 마을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모양이다.
이곳은 골목대장 작가가 마음껏 소리치며 뛰놀던 곳이겠지!
앗! 만리배수지! 기억난다! 작품에 나오는 바로 그곳!
그러면 내가 작가의 만리동 동네를 제대로 찾아왔다는 확신이 더욱 또렷해진다.
배수지는 작가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중!
작가의 만리동 동네에서 애오개역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결국 다시 서울역쪽으로 내려온다.
애오개쪽으로 가면 작가의 아현동 골목집이 있는 곳!
손기정 체육공원이 있는 길! 작가가 서대문 학교 등하교 때 오르내린 길이 아닐까!?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자주 마주치던 남자를 천생배필로 맞아들인 신비스런 장면이 기억난다.
작품 속 이야기에 문득 박수치며 읽은 재미!
어떻게 그런 인연으로 결혼할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집'은 언제나 인간의 귀소본능과 맞닿아 있다.
포근하고 편안하게 안길 수 있는 곳!
문득 우리집에 가고 싶다. 고향 영도의 우리 빈집에도~
천미진 작가님, 어쩜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지~
다음 명작도 기대합니다!
첫댓글 마포와 서부역(서울역 뒤)을 넘나들던
만리동 고개
걸어서 몇 번 다닌적이 있었지요
청춘때...ㅍㅎㅎㅎ
청파동인가요?
동네 이름이 가물가물 하는데요
소화아동병원 있던 자리
뒷편
시장통에서 순대국에
소주 무진장 마셨더랬지요
청춘때...ㅍㅎㅎㅎ
그런데 회장님
딴지 거는 건
아니고요
본문 내용에
테니스장이 아니고
배드민턴장이 아닌지~~~?
저도
나름 추억이 있는 동네라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 맞아요! 배드민턴장!
역시 디카 사진을 통해 만물을 섬세하게 보시더니 딱 걸렸어요.
덕분에 오류 수정 완료!^^
저는 그 동네 직접 가본 적은 없어요.
멀리서 바라보거나 서울역 후문에서 훑어봤을 뿐이어서 청파동 사실 몰라요~
미진 작가 덕분에 만리동 처음 가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폭염 조금만 더 극복하시구요~♡
문학기행을 혼자 다녀 왔군.
이렇게 곳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기도 하지.
유명 작가 문학관 기행도 좋지만 우리 작가 작품 속의 문학기행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문봄 시인의 지하철 당선시를 감상하고 낭송한 후 저녁에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구요~ㅎㅎ
감사합니다. 폭염 및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 건강 잘 챙기시구요.
저도 그 책을 읽고 있는데 만리동의 현재 모습은 이렇군요~ 저도 네이버 지도로 만리동을 찾아보긴 했는데 직접 다녀오시다니! 역시 회장님이세요~ 고맙습니다~^^
시간 보아 안 작가님의 '엄마도~' 속의 흔적도 음미하고 싶어요~ㅎ
미진 작가님 스타일을 일부 닮기도 해서요~
감사합니다.
슈퍼우먼님! 체력, 건강, 행복 웃음 모두 함께하시구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제가 부주의했습니다.ㅠ 다녀오셨다는 말씀은 들은 기억이 나는데 글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히 제가 살던 곳이에요. 예술인 마을이 집이고 친구와 누워 하늘을 바라본 곳이 베드민턴장이고요. 손기정기념관 앞을 지나 광화문 학교까지 걸으며 문학의 꿈을 키운 듯합니다. 오롯이 기억의 장을 넘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8월 중순 허리 디스크 파열로 시술 후 2달 정도 누워있었어요. 작은 사고였는데 소설책 한 권 못 남기고 끝인가 싶어 우울했어요. 지금은 조금씩 책상 앞에 앉아 다시 끄적이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시작하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격려를 담은 글을 읽으니 다시 힘이 납니다. 문봄 모임에 참석해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작가님😊
그러셨군요. 제가 바로 찾았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허리 쾌유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玄光/윤성식 감사합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다시 한번 수상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