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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현종, 정찬헌. |
2009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 회의에 참석한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오랜 기간 눈여겨봤던 유망 신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펼쳤다.
올해는 눈에 번쩍 띄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도 들렸다. 꼭 지명하고 싶은 유망주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2009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의 경향과 지명 선수들을 분석했다. 8월 18일 2009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 회의가 열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거문고홀은 유례없이 썰렁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물론 참관자도 몇 없었다. 2차 지명일은 야구 규약 108조에 의해 8월 16일로 고정돼 있다. 올해는 주말이 겹쳐 이틀 연기됐다.
스카우트들은 8월 10일 수원구장에서 개막한 제38회 봉황대기대회에서 하루 더 지명후보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스카우트들의 얼굴은 해마다 그렇듯 비장하기까지 했다. 스카우트들은 2차 지명 회의를 한 해 농사에 비유하곤 한다.
2차 지명에서는 8개 구단이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ㄹ’자 형태로 선수 이름을 부른다. 올해 2차 지명 전체 1순위는 지난해 최하위인 KIA 타이거즈다.
KIA에 이어 롯데 자이언츠, 우리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순서로 홀수 라운드가 진행됐다. 짝수 라운드는 반대 순서로 지명했다.
운명의 1라운드오후 2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회의 시작을 알렸다. “8개 구단 스카우트 여러분,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무쪼록 2차 지명에서 만
족스러운 성과를 내시기 바랍니다. 그럼 KIA 타이거즈가 먼저 지명하겠습니다.”
“서울고 유격수 안치홍.”KIA 강태원 스카우트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KIA가 안치홍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해 청소년대표로 뽑힌 안치홍은 타격 실력이 뛰어나다.
KIA 김진철 스카우트부장은 “홍세완이 제대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어 유격수 문제가 급했다”고 털어놨다.
홍세완은 한때 대형유격수로기대를모았지만2006년66경기, 지난 해 59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올해는 오른쪽 무릎 슬개건 파열로 재활을 하는 바람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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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진철 스카우트부장은 올해 서울, 경기 지역의 유망주를 눈여겨봤다. KIA는 2차 지명에서 3라운드까지 모두 서울 출신 선수들을 지명했다. |
수비력이 좋은 광주일고 유격수 허경민과 저울질을 하던 KIA 스카우트팀은 공격력이 뛰어난 안치홍을 택했다.
김부장은“안치홍은 수비가 다소 거칠지만 앞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타격 능력을 높이 샀다. 타격을 할 때 손목을 잘 쓰는 고교 선수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안치홍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던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차장은 “서울 지역 내야수 가운데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야수가 지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98년 신인인 손인호 이후 10년 동안 전체 1순위는 투수였다.
1999년 롯데 김사율, 2000년 쌍방울 마일영(히어로즈), 2001년 SK 김희걸(상무), 2002년 SK 제춘모, 2003년 롯데 김대우, 2004년 롯데 김수화, 2005년 롯데 조정훈, 2006년 롯데 나승현, 2007년 KIA 양현종, 2008년 LG 정찬헌이 그동안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투수들이다.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도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롯데 스카우트팀은 투수를 지명할 계획이었지만 대상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연고지 선수인 경남고 왼손 투수 박민규와 유급을 한 군산상고 오른손 투수 한희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최종 낙점된 선수는 순천효천고의 오른손 투수 진명호였다.
진명호는 올해 봉황대기대회에서 시속 145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이름을 알렸다. 그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과장은 “인지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스카우트라면 누구나 눈여겨본 선수”라고 말했다. 진명호는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했고 올해 3월부터 정상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직구 시속이 140km까지 나왔다. 롯데 스카우트팀은 7월 들어 최고 시속 147km를 던진 진명호를 유심히 지켜봤다.
조과장은“봉황대기대회에서 던지는 걸 보고 재활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판단했다. 구속이 빨라진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진명호는 근력을 키우고 경기 감각을 익히면 대형 투수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진명호를 노린 구단은 롯데만이 아니었다. 지명이 끝난 뒤 뒷 순번의 LG와 삼성도 진명호를 영입 후보로 올려 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3순위의 히어로즈는 부천고 오른손 투수 장영석을, 4순위 LG는 군산상고 한희를 지명했다. 5순위의 삼성은 잠시 ‘타임’을 요청하더니 경남고 박민규의 이름을 불렀다.
지명 전략이 틀어지거나 논의가 필요할 경우 2분정도의 타임을 부를 수 있다.대어급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긴장감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삼성에 뒤이어 한화는 원광대 오른손 투수 구본범, 두산은 광주일고 내야수
허경민, SK는 경희대 오른손 투수 박현준을 잇따라 지명했다. 그렇게 1라운드는 지나갔다.
선택 받은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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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09년 신인 2차 지명 결과 |
2라운드는 1라운드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전체 12순위에서 16순위의 지명권을 가진 삼성, LG, 히어로즈, 롯데, KIA가 모두 타임을 불렀기 때문이다.
상위 순번의 지명에서 치열한 머리 싸움이 이어졌다는 증거다. 이후에도 타임은 9번이나 나왔다. 지난해 8개 구단은 16번의 타임을 불렀다. 올해도 이
와 비슷한 15번의 타임 신청이 있었다.
9라운드까지 8개 구단은 65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KIA, 히어로즈, LG, 삼성은 9라운드까지 지명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9라운드까지 지명한 구단은 삼성뿐이었다.
롯데와 두산은 8라운드, SK는 7라운드, 한화는 6라운드에서 지명을 마쳤다. 750명의 지명 신청자 가운데 8.7%만이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그래도 지난 2년보다는 나은 편이다.
2007년 신인 지명에서는 8.3%(59명/715명), 2008년에는 6.9%(55명/794명)에 그쳤다.
2003년부터 2차지명에서 최다 9명을 뽑기 시작한 이후 올해보다 많은 선수가 호명된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2003년 72명, 2006년 66명의 2차 지명자가 나왔다.
이번 2차 지명에서 비교적 많은 선수가 지명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량의 하향 평준화가 거론된다.
한 아마추어야구팀 감독은“학생야구가 전체적으로 많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선수들에게 과거와 같은 근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근성이 없으면 기량이 늘기 어렵다” 면서 “그러나 시대가 바뀐 이상 그에 맞는 지도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눈에 띄는 선수들보다는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LG 유지홍 스카우트팀장은 “하향 평준화라는 표현은 조금 지나친 것 같다. 당장 프로 1군에 기용할 즉시전력감이 줄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하지는 않았다. 유팀장은 “요즘 선수들이 예전 선수들보다 더 귀하게 자라는 건 사실 아니겠느냐. 그래서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선수를 보고 있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스카우트들이 선수 평가 항목 가운데 중요하게 여기는 게 근성과 인성이다. LG가 1차 지명한 경기고 내야수 오지환에 대해 스카우트팀은 ‘근성과 집념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내렸다.
KIA 김진철 스카우트부장은“올해는 봉황대기대회 무렵 기량이 급성장한 선수들이 적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과장은“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별로 없다 보니 오히려 각 구단이 소신껏 지명한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학 선수 선호 경향이 두드러졌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 동안 2차지명에서 대학 선수가 20명을 넘긴 적이 없다.
2003년은 72명의 지명자 가운데 64명이 고졸선수일 정도로 대학 선수들이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25명, 24명의 대학 지명 선수가 나왔다. 4~6라운드 사이에 15명의 대학 선수가 지명됐고 한화는 6명 가운데 5명을 대학 선수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LG 웃다 LG는 이번 2차 지명에서 가장 지명을 잘한 구단으로 평가 받고 있다. 4순위의 LG는 다른 구단의 지명을 지켜보며 눈치 작전을 펼쳤다.
LG 염경엽 스카우트과장은 “원래부터 투수 위주의 지명을 할 계획이었다. 마침 다른 구단들이 1, 2라운드에서 내야수와 외야수를 지명해 여유가 있었다. 선수 스카우트는 적어도 2~3년 이후에 평가해야 하지만 운이 많이 따랐다”고말했다.
LG 스카우트팀은 팀장을 포함해 5명으로 다른 구단보다 많은 편이다.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팀처럼 2차 지명에 대한 준비를 충실히 했다.
염과장은 “스카우트 팀원끼리 각자 구단을 맡아 모의 지명을 하루에 세 번은 했다. 보다 더 완벽한 작전을 짜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LG 스카우트팀은 이번 지명에 대해 90% 정도 만족해 하고 있다. 팀의 약점인 투수와 내야수를 수준급 선수로 채웠다.
1순위 한희, 2순위 최동환, 3순위 강지광은 모두 시속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다. 4순위 최성민은 장래성이 돋보인다. 왼손 투수로 직구 최고 시속이 140km까지 나온다.
5순위 정주현은 빠른 발을 자랑하는 내야수이고 7순위 문선재는 힘이 좋은 내야수다. 올해 기량이 부쩍 는 8순위의 사이드암 투수 안우주는 더 빠른 순번으로 뽑힐 수 있는 선수였다고 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2차 지명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1순위에서 광주일고 정찬헌, 2순위에서 성남서고 이범준을 건졌다. 오른손 투수인 정찬헌과 이범준은 올해 나란히 1군 무대에서 뛰었다.
고졸 신인이 첫해부터 1군 무대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림픽 휴식기 이전 정찬헌은 88⅔이닝, 이범준은 67⅓이닝을 던졌다.
팀 내 투구이닝 3, 4위였다. 정찬헌은 33경기에 선발, 중간을 오가며 12패나 했지만 경험을 쌓고 있다. 한때 5점대 후반에 머물렀던 이범준의방어율은4.81로 떨어졌다.
염과장은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구단 관계자들 모두 사기가 떨어져 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신인 선수들이 활약하면 성공이라고 본다. 이번 2차 지명을 계기로 LG 스카우트팀에 대한 좋은 평가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면 드래프트와 해외 진출올해는 고교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많았다. 3월 이학주(시카고 컵스)를 시작으로 7월에 강인균(미네소타 트윈스)과 하재훈(컵스), 8월에 정수민(컵스)과 안태경(텍사스 레인저스)이 각각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다.
같은 해외 진출이라도 조금씩 차이는 있다. 이학주는 컵스의 끈질긴 구애 끝에 115만 달러(약 11억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미네소타와 10만 달러(약 1억 원)에 계약한 강인균은 본인의 해외 진출의지가 강했다.
정수민의 계약금은 둘의 중간 수준인 51만 달러다. 역대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 가운데 정수민의 계약금을 넘지 못한 선수는 18명이나 된다.
정수민은 186cm, 86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정통파 오른손 투수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과장은 “1차 지명 선수로 검토했던 좋은 선수다. 신체 조건이 좋고 시속 144km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던진다. 가다듬어야 할 선수지만 커브의 각이 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부산고 김민호 감독도 “2차 지명에 나왔다면 1라운드에서 지명됐을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정수민의 어머니 장기분(40) 씨는 “해외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민의 해외 진출에는 하재훈의 컵스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정수민은 김해 내동중을 나와 마산 용마고의 하재훈과 친분이 있다. 정수민의 에이전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치훈씨다.
지난해에도 4명의 고교 선수가 해외로 나갔다. 신일고 출신 투수 이대은은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고 출신 포수 장재형, 군산상고 출신 내야수 최형록과 최현욱은 미네소타로 갔다.
미네소타에 입단한 세 명의 선수는 지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계약금도10만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명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택했다. LG 유지홍 스카우트팀장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2차 지명 상위 순번에서 지명될 수 있는 선수들도 해외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인균은 LG가 지명하려고 했다.
유지홍 팀장은“스카우트 시장의 분위기가 얼어붙다 보니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 신인 선수들의 계약금은 과거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기준이되기때문에 시장분위기 때문에 큰차이가 나지는않는다”고말했다.
내년부터 1, 2차 지명 제도가 없어지고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된다. KIA는 올해 초 경인 지역 스카우트로 김진철 스카우트를 영입하면서 이에 대비했다.
스카우트들은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면 우수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스카우트는“메이저리그 구단과 돈 전쟁을 하면 이길 재간이 없을 것”이라면서“올해 꼴찌 팀이 전체 1순위 지명을 했는데 해당 선수가 해외로 진출하면 전체 16순위 지명이 실질적인 첫 번째 지명이 된다. 내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푸념했다.
야구 규약 제106조 2항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외국 프로야구구단에서 뛴 선수는 2년 동안 국내 프로야구 구단과 입단 계약을 맺을 수 없다.
국내로 복귀하려면 2년을 기다린 뒤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국내로 돌아올 때 2년의 유예 기간이 있는데도 해외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자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수 선수들이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염경엽 스카우트 과장은 “100만 달러 이상의 좋은 대우를 받고 가는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헐값에 빠져나가는 선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국내 야구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좋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위 라운드 지명자의 반란
프로야구에서 2차 지명의 중요성이 커진 해는 1991년이다. 그해부터 1차 지명이 1명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상급 기량을 지닌 선수들은 대부분 1차 지명에서 선택됐고 2차 지명으로 밀린 몇몇 우수 선수들은 1, 2라운드에서 각 구단이 잽싸게 뽑았다.
2차 지명에서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프로에서 대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5라운드 이후에 뽑힌 선수들은 프로에서 이름을 날리기는커녕 1군 무대도 밟지 못한 선수가 대다수다.
그러나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되고도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남긴 선수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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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차 지명은 하위 라운드로 갈수록 소신껏 지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6라운드 이후 타임은 세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
제주도 출신의 오봉옥은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영남대 1학년 때 중퇴한 뒤 1992년 2차 지명 6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돼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오봉옥은 1992년 4월 28일 쌍방울 레이더스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던지고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오봉옥은 4월 30일 다시 쌍방울전에 나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행운의
2승째를 거뒀다. 오봉옥은 이런 식으로 전반기에만 6승을 쓸어 담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운 오봉옥은 연이은 행운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삼성 불펜진의 핵심 전력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오봉옥에게 승률왕 타이틀을 안겨 주기 위해 오봉옥을 선발로도 내보냈다.
당시 승률왕은 규정 이닝을 채우고 10승 이상을 거둬야 했다. 오봉옥은 규정 이닝 126이닝보다 ⅔이닝을 더 던지고 13승 2세이브를 올려 승률왕에 올랐다. 전무후무한 100% 승률이었다.
오봉옥은 이후 한 번도 데뷔 시즌만큼 빛나진 않았지만 쌍방울과 해태, 한화를 거치며 15년이나 더 선수 생활을 했고 프로 통산 63승을 올렸다.
선린상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4년 2차 지명 6라운드에서 LG에 지명된 서용빈이 입단하기 전 LG 1루의 주인은 MBC 시절부터 활약한 김상훈이었다.
그러나 김상훈이 해태로 트레이드되면서 LG 1루는 무주공산이 됐다. 당시 1루수 후보는 유격수에서 전향한 김선진과 국가대표 출신 대졸 신인 허문회였다.
서용빈은 계약금 1,800만 원을 받은 제3의 후보였다. 서용빈은 “낮은 지명 순위에 오기가 생겨 죽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서용빈이 입단한 뒤 LG는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장훈이 왼손 타자들의 타격 지도를 위해 특별 초빙됐다. 장훈은 선수들에게 일일이 고쳐야 할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신인 서용빈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서용빈은 “왜 내게만 가르쳐 주지 않을까. 저 분도 나를 무시하나 보다 생각하고 ‘왜 저에게는 아무 말씀
이 없으시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넌 고칠 게 없다’고 하셨다.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회상했다.
서용빈은 이후 훈련에 매진했고 이광환 감독도 그런 서용빈에게 기회를 줬다. 서용빈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 사이클링히트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최고의 해를 보내며 LG 1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서용빈은 “1차 지명 선수라고 해서 꼭 잘하고 연습생이라고 해서 못하라는 법은 없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프로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