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소싯적에 시장통 먹자골목을 꽤나 들락 거렸었습니다. 유년기 땐 커다란 장바구니를 둘러 매고 어머니의 꽁무니를 쫓아 다니다 혹간 팥죽이라도 한 그릇 얻어 먹는 횡재를 누리곤 했었습니다. 코밑에 수염이 몇 가락 자리를 잡은 후로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추렴을 하러 뻔질나게 드나들었습니다. 용돈을 받아 쓰던 시절이라 주머니사정이 곤궁하기는 피차일반이었기에 푸짐하면서도 저렴한 안줏거리를 찾아 시장골목을 굽이굽이 누볐었습니다. 머릿고기, 족발, 꼬랑지, 껍데기 등 돼지의 정육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가 그나마 가난한 술꾼들의 시장기를 달래줄 수 있는 푸짐한 안줏감이었습니다. (돼지)곱창볶음도 그 시절에 맛을 익혔습니다. 당시 광주에서 상경하여 자취를 하던 친구가 서울에서 생활중인 형한테 용돈을 받으러 가는 길에 술고픈 친구 몇이 함께 동행을 했었습니다. 마침 그 친구의 형님이 야유회를 다녀오면서 이동막걸리 몇 병을 사왔다며 근처에 있는 곱창볶음집으로 친구들을 인도했었습니다. 그 때 맛봤던 이동막걸리와 곱창볶음의 기똥찬 맛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렸합니다. 그 날 갑판장을 비롯한 친구들이 어찌나 염치불구하고 잘 먹고 마셨는지 나중에 그 형님이 친구한테 친구를 가려 사귀라며 크게 꾸짖으셨답니다. (반성합니다.)
돼지곱창볶음
20대의 갑판장이 즐겨 다니던 곱창볶음집은 혜화동 뒷골목에 있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성균관대학교 입구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길에 있던 농심가 뒷골목에 곱창볶음집이 꽤 여러 집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곱창집에 꽂혀 다른 동네에서 놀다가도 친구들을 이끌고 일부러 원정을 다녔었습니다. 푸짐하게 담긴 곱창볶음 한 판이면 두꺼비를 수도 없이 쓰러뜨렸었습니다. 그 땐 그랬었습니다.
부모에게 빨대를 꼽던 학창시절을 지나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 이후로는 저렴한 돼지곱창보다는 값비싼 소곱창을 주로 먹었었습니다. 갑판장이야 돼지든 소든 가리지 않지만 함께 어울리는 인물들이 소곱창을 더 원했기에 그리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판장은 입맛이 허접해서 그런지 고소한 소곱창을 먹을 때 마다 한편으론 돼지곱창볶음을 떠 올리곤 했었습니다. 깻잎과 당면, 들깨가루 등을 푸짐하게 넣고 맵콤하게 볶아낸 돼지곱창볶음을 말입니다. 곱창볶음을 적당히 남겨 밥을 볶아 먹는 맛도 짭쫄한데 그걸 내 마음대로 먹지를 못하니 억울하단 마음이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요.
종로곱창/시흥동 현대시장
장사를 하다보면 잘 되는 날도 있지만 혹간에 잘 안 되는 날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날엔 멍하니 가게를 지키기 보단 운동삼아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곤 합니다. 나름 시장조사요, 상권분석이라고 주장합니다만 함께 일을 하는 선장님과 이모님들은 곧이 곧대로 믿지를 않는 눈칩니다. 암튼 걸어서 2시간 이내로 갔다 올 수 있는 코스를 잡는데 며칠 전에는 곱창볶음이 먹고 싶어서 '강구막회-독산동 맛있는거리-시흥사거리 현대시장'으로 코스를 짰습니다.
늘 손님이 줄을 서는 종로곱창/시흥동 현대시장
시흥동 현대시장 한복판에 자리잡은 '종로곱창'은 2년 쯤 전에 우연히 알게 된 곳입니다. 시흥사거리에는 현대시장 말고도 찻길 건너편에 대명시장도 있는데 거기 먹자골목에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곱창볶음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강구막회가 한가한 날(쪽박인 날)에 찾아 갔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명시장이 공사를 하는 바람에 사방이 공사판이라 어수선하여 찾지를 못했었습니다. 되돌아 가는 길에 현대시장에도 들리게 됐는데 시장통에서 우연히 완전 대박분위기인 곱창볶음집을 찾아 낸 것이 종로곱창입니다. 당시에는 종로곱창도 헌가게를 정리하고 새가게를 신축공사중이라 공사장 앞에 작은 리어카 한 대를 놓고 포장판매를 하던 때였는데 손님의 줄이 끊이질 않고 연신 대기줄이 생기는 것이 신기해서 갑판장도 포장을 해 왔더랬습니다. 맛이야 뭐 그냥 돼지곱창볶음 맛입니다. 살짝 돼지꼬린내도 풍기는...하지만 푸짐하여 1인분으로 둘이서 안주겸 식사로 먹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고, 밥까지 볶는다면 셋이서도 나눠 먹을 수 있는...그런 짭쪼롬한 맛의 시장통 곱창볶음입니다.
(돼지)곱창볶음 1인분/종로곱창/시흥동 현대시장
종로곱창에는 곱창볶음 외에도 닭갈비볶음, 닭발볶음, 막창구이, 막창볶음이 1인분에 7천원~1만원(2013년 7월 기준)입니다. 포장은 1인분씩도 가능한데 가게에서 먹을 때는 2인분 이상 주문을 하여야 한답니다. 갑판장은 여지껏은 한 번도 가게에서 먹은 적은 없고 모두 곱창볶음을 포장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포장을 하는 경우가 더 푸짐하지 싶습니다.
집
포장해 온 것은 대개 요렇게 먹습니다.
혼자서...
<갑판장>
첫댓글 파닥파닥
플레이어 1이 떡밥을 물었습니다.
조원동 펭귄시장의 종로곱창도 땡기는구만요.
자네 금호동 곱창 먹으러 오겠나? 연탄에 구워서 맛이 죽인다네...ㅎㅎㅎ
하나도 안 웃기는데...ㅍㅍㅍ
양이 적은듯 해도 신림 중앙시장 (펭귄시장) 종로곱창 연탄 막창이 술안주로 좋습니다 ^^;;
걸어서 5분 거리의 벙개막창이냐 택시 탈 거리의 종로곱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