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중국문제 전문, <8억인과의 대화> 출간
리영희 평전/[10장] 저술과 인권투쟁, 그리고 필화 2010/06/21 08:00 김삼웅여기서 잠시 소개할 일이 있다.
< 우상과 이성>이 나오기 두 달 전인 1977년 9월 1일자로 창작과 비평사에서 <8억인과의 대화>가 간행되었다. 리영희가 직접 쓴 책이 아니고 편역한 것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전통중국과 공산중국(좌담)'(리티모어 외), '피의 대가'(베르피뜨), '미국인의 중공이해를 위해'(페퍼), '<열매>의 분배'(힌튼), '중공식 자본가 처리'(米澤秀夫), '구지식인의 고뇌'(뻬르피트), '이윤보다 사용을 위주로'(로빈슨), '내가 본 중공경제'(갈브레이스), '모택동도 모르는 중국인구'(올린즈), '소년 소녀들의 생활'(아시아연구위원회), '중공여성의 성도덕'(솔즈베리), '대학과 대학생활'(테릴), '유림 마을과 농민의 생활'(뮈르달), '상해의 어제와 오늘'(맥스웰), '도시민의 생활'(코닉스버리), '노동자의 생활과 공장운영'(크라아), '여가생활과 연예활동'(포르티쉬), '새로운 타입의 지식인'(山田慶兒), '五七 간부학교 방문기'(카셀라/古川万太郞), '언론과 보도기관'(맥파키), '현지에서 보는 문화혁명'(菊池昌典), '내가 아는 모택동'(스노우), 부록: '중국혁명의 배경'등이다.
리영희는 책의 서문에서 “각 분야에서 각기 세계적 권위자이거나 전문가들인 그들의 체험을 통해서 우리도 중국의 남녀노소와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책의 이름을 일컬어 <8억인과의 대화>라고 한 연유이다.”고 전제, 다음과 같이 썼다.
여기에 수록한 24편의 글은, 한 마디로 말해서 중국 민중의 ‘나날을 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데올로기, 권력, ,정치, 혁명, 선전 등에 관한 것이나 특히 ‘이론’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기행문을 읽듯이 가볍게 읽으면 중국의 백성들 속에 들어가 목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그런 것이다.
체제가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천국이 아닌 반면 지옥도 아니다. 우리 반도의 45배 넘는 넓은 땅에 살고 있는 8억이 넘는 인간은,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하는 어느 누구와도 다름없이 인간적인 희비애락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간들일 것이다.(주석 22)
리영희는 이 책을 엮은 데 다섯 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1) 현지의 민중 속에 들어가 직접 보고 듣고 살핀 체험, 견문기록과 비교, 분석만으로 한다.
(2) 체험과 견문의 주체는 반드시 서방세계의, 각 해당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거나 저명한 전문가로서, 우리나라의 제반 실정에 부합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3) 이른바 ‘친중공’적인 편견을 가졌다고 알려진 개인이나 사회주의권의 원전은 일체 배제한다.
(4) 문화혁명이 끝난 이후의 최근 견문을 주로한다.
(5) 이상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원저 속에서도 과찬과 훼손에 치우친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을 되도록 배제한다. 이런 고려는 불가불 편역자의 주관적 판단일 수밖에 없지만 외국에서라면 불필요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배려사항이다. (주석 23)
이렇게 문제가 될 내용과 필자는 제외시켰는데도 우상들은 이 책을 용납하지 않았다.
두 달 사이를 두고 발행된 두 권의 책은 필화를 입게 되고, 산모는 감옥으로 가는 고난으로 이어진다. 먼저 나온 <8억인과의 대화>가 중앙정보부에 의해 판금조처되었다. 8월 26일 서점에 책이 배포되고 나서 9월 10일경 당국의 판매가 허용되었다가 11월 1일 정식으로 중앙정보부 심의 결과에 따라 회수, 판금조처되었다. 정보부가 저들 멋대로 회수하고 판금시키는 등의 짓을 자행했다.
바로 그와 같은 조처가 취해진 11월 1일에 <우상과 이성>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만약에 그의 중형인 <8억인과의 대화>가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나와서 물정을 익히고 철이 들었더라면 동생에게 탄생을 서둘지 말라는 위험 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러질 못해, 형제는 두 달 사이로 거의 동시에 탄생하였다. 그렇게 해서 두 형제는 ‘반공법’이라는, 세상에서도 무서운 형틀에 나란히 묶이게 된 것이다. (주석 24)
‘두 형제’가 형틀에 묶이는데 ‘산모’가 무사할 리 없을 터였다.
우상들은 ‘두 형제’보다 ‘산모’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상’들에게 리영희는 오래 전부터 블랙리스트에 ‘찍힌’ 인물이었다. 그는 불경스럽게도 ‘VIP우상’에게 이성이라는 날카로운 펜으로 도전했던 ‘전력자’였다.
주석
22) 리영희, <8억인과의 대화>, 2~4쪽, 창작과 비평사, 1977.
23) 앞의 책, 4쪽.
24) <우리시대 출판운동과 오늘의 사상신서>, 97쪽.
< 우상과 이성>이 나오기 두 달 전인 1977년 9월 1일자로 창작과 비평사에서 <8억인과의 대화>가 간행되었다. 리영희가 직접 쓴 책이 아니고 편역한 것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전통중국과 공산중국(좌담)'(리티모어 외), '피의 대가'(베르피뜨), '미국인의 중공이해를 위해'(페퍼), '<열매>의 분배'(힌튼), '중공식 자본가 처리'(米澤秀夫), '구지식인의 고뇌'(뻬르피트), '이윤보다 사용을 위주로'(로빈슨), '내가 본 중공경제'(갈브레이스), '모택동도 모르는 중국인구'(올린즈), '소년 소녀들의 생활'(아시아연구위원회), '중공여성의 성도덕'(솔즈베리), '대학과 대학생활'(테릴), '유림 마을과 농민의 생활'(뮈르달), '상해의 어제와 오늘'(맥스웰), '도시민의 생활'(코닉스버리), '노동자의 생활과 공장운영'(크라아), '여가생활과 연예활동'(포르티쉬), '새로운 타입의 지식인'(山田慶兒), '五七 간부학교 방문기'(카셀라/古川万太郞), '언론과 보도기관'(맥파키), '현지에서 보는 문화혁명'(菊池昌典), '내가 아는 모택동'(스노우), 부록: '중국혁명의 배경'등이다.
리영희는 책의 서문에서 “각 분야에서 각기 세계적 권위자이거나 전문가들인 그들의 체험을 통해서 우리도 중국의 남녀노소와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책의 이름을 일컬어 <8억인과의 대화>라고 한 연유이다.”고 전제, 다음과 같이 썼다.
여기에 수록한 24편의 글은, 한 마디로 말해서 중국 민중의 ‘나날을 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데올로기, 권력, ,정치, 혁명, 선전 등에 관한 것이나 특히 ‘이론’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기행문을 읽듯이 가볍게 읽으면 중국의 백성들 속에 들어가 목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그런 것이다.
체제가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천국이 아닌 반면 지옥도 아니다. 우리 반도의 45배 넘는 넓은 땅에 살고 있는 8억이 넘는 인간은,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하는 어느 누구와도 다름없이 인간적인 희비애락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간들일 것이다.(주석 22)
리영희는 이 책을 엮은 데 다섯 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1) 현지의 민중 속에 들어가 직접 보고 듣고 살핀 체험, 견문기록과 비교, 분석만으로 한다.
(2) 체험과 견문의 주체는 반드시 서방세계의, 각 해당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거나 저명한 전문가로서, 우리나라의 제반 실정에 부합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3) 이른바 ‘친중공’적인 편견을 가졌다고 알려진 개인이나 사회주의권의 원전은 일체 배제한다.
(4) 문화혁명이 끝난 이후의 최근 견문을 주로한다.
(5) 이상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원저 속에서도 과찬과 훼손에 치우친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을 되도록 배제한다. 이런 고려는 불가불 편역자의 주관적 판단일 수밖에 없지만 외국에서라면 불필요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배려사항이다. (주석 23)
이렇게 문제가 될 내용과 필자는 제외시켰는데도 우상들은 이 책을 용납하지 않았다.
두 달 사이를 두고 발행된 두 권의 책은 필화를 입게 되고, 산모는 감옥으로 가는 고난으로 이어진다. 먼저 나온 <8억인과의 대화>가 중앙정보부에 의해 판금조처되었다. 8월 26일 서점에 책이 배포되고 나서 9월 10일경 당국의 판매가 허용되었다가 11월 1일 정식으로 중앙정보부 심의 결과에 따라 회수, 판금조처되었다. 정보부가 저들 멋대로 회수하고 판금시키는 등의 짓을 자행했다.
바로 그와 같은 조처가 취해진 11월 1일에 <우상과 이성>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만약에 그의 중형인 <8억인과의 대화>가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나와서 물정을 익히고 철이 들었더라면 동생에게 탄생을 서둘지 말라는 위험 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러질 못해, 형제는 두 달 사이로 거의 동시에 탄생하였다. 그렇게 해서 두 형제는 ‘반공법’이라는, 세상에서도 무서운 형틀에 나란히 묶이게 된 것이다. (주석 24)
‘두 형제’가 형틀에 묶이는데 ‘산모’가 무사할 리 없을 터였다.
우상들은 ‘두 형제’보다 ‘산모’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상’들에게 리영희는 오래 전부터 블랙리스트에 ‘찍힌’ 인물이었다. 그는 불경스럽게도 ‘VIP우상’에게 이성이라는 날카로운 펜으로 도전했던 ‘전력자’였다.
주석
22) 리영희, <8억인과의 대화>, 2~4쪽, 창작과 비평사, 1977.
23) 앞의 책, 4쪽.
24) <우리시대 출판운동과 오늘의 사상신서>, 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