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품이나 고장의 이름에는 저마다 숨겨진 결이 있게 마련이다. 경상남도 의령(宜寧)이라는 땅 이름을 가만히 입안에 굴려보면, 마땅할 의(宜)에 편안할 령(寧) 자가 어우러져 마음의 앙금이 스르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마땅히 편안해야 할 곳. 그 이름의 다정함이 가장 밀도 있게 축적된 장소를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남산 자락과 의령천이 조화롭게 만나는 의령군민공원을 떠올린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處暑)가 이틀 전 지났다. 올해로 5회째 의령 리치리치 축제가 의령군민공원 일원에서는 개최되는데, 이곳은 지금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파란 잔디가 의령군민 모두에게 가을을 맞이하는 시원한 마음을 안겨 준다. 8월 마지막 주를 보내며, 곧 다가올 10월 축제가 푸른 잔디 위에서 성황리 개최되길 바라며, 2026년 열여섯 꼭지째 칼럼으로 공원(公園: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가 공중의 보건·휴양·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어보고자 한다.
공원(公園)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거니는 장소를 뜻하지만, 그 한자의 기원을 설문해자(說文解字)와 금문(金文)을 통해 살펴보면 깊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평할 공(公)은 나눌 팔(八)과 사사로울 사(厶=私)자가 결합 된 한자이다. 고대 금문에서 厶(사)는 자신만을 향해 사물이나 마음을 끌어안는 개인 혹은 사사로움을 의미했다. 그 위에 배치된 八(팔)은 물건이 두 갈래로 갈라지거나 펼쳐지는 모양, 즉 나눔과 배분을 나타낸다. 따라서 공평할 공(公)은 자신만의 사사로운 울타리(厶)를 등지거나 나눔(八)으로써,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닌 모두가 등등하게 나누어 누리는 상태를 뜻한다. 나를 비워 타인과 나누는 공평함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동산 원(園)은 에워쌀 위(囗)에 옷 길 원(袁)자로 파자해 볼 수 있다. 에워쌀 위(囗)는 외부의 거친 바람과 침입을 막아주는 일정한 경계나 울타리를 의미한다. 그 안의 옷 길 원(袁)은 옷(衣)이 길게 치렁치렁 몸을 따스하게 감싸듯 도드라진 언덕이나 아름다운 뜰을 표현한다. 따라서 원(園)은 단순한 구획이 아니라, 거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으며 꽃과 나무, 사람의 온기가 안락하게 피어나는 풍요로운 공간을 뜻한다.
공원(公園)이 품은 본질을 종합하면 공원이란 누군가의 독점(厶)을 풀어헤쳐(八) 만든 경계(囗) 안에서, 세상의 모든 지친 이들이 차별 없이 거닐며 위로받는 쉼터(袁)이다. 나를 내려놓고 자연과 타인을 마주하는 상생의 장소가 바로 공원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사로운 마음(厶)을 등지고 너그럽게 나누며(八), 세상의 모진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囗) 안에서 따스하게 품어주는 정원(袁). 세상의 모든 경계와 소유욕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문이 열리는 장소가 바로 공원이다. 의령군민공원은 그 어원적 정의에 가장 충실하게 부합하는 삶의 안식처이다.
계절이 고운 가을옷으로 갈아입는 날, 의령천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붉은빛의 구름다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만나는 그 다리는 마치 일상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경쾌한 쉼표처럼 보인다. 다리 위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길이 눈에 담기고, 건너편 남산의 울창한 숲이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이곳에서는 사사로운 경쟁도, 도시의 가파른 속도도 힘을 잃는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의 거문고 줄을 느슨하게 풀어주듯, 공원의 푸른 잔디 옆 산책로는 나지막하고 편안하게 이어져 있다. 유모차를 밀며 한가로이 거니는 젊은 부부의 옅은 미소, 벤치에 앉아 세월의 깊이를 도란도란 나누는 노부부의 나지막한 목소리, 잔디밭 위를 활기차게 내닫는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공원의 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문득 공원의 '公' 자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내 것과 네 것을 엄격히 가르고, 높고 낮은 담장을 쌓아 올리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라지만, 이 의령군민공원 안에서만큼은 모든 정원과 나무, 푸른 하늘이 온전히 모두의 것이 된다.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은 자리에 비로소 스며드는 자연의 평화. 그것이야말로 이 고장이 군민들과 찾아오는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숭고한 보살핌이 아닐까.
의령천의 물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를 스친다. 자굴산에서 발원하여 의병의 역사가 숨 쉬는 이 땅을 적시며 흘러온 물길은, 공원의 품에 이르러 더욱 온화하고 다정하게 숨을 고른다. 의병탑이 건네는 기백이 굳건한 역사라면, 이 의령군민공원이 전하는 푸르름은 삶을 보듬는 부드러운 온기다. 해가 기울면 공원의 나무들은 제 그늘을 더 넓게 펼쳐 들고, 산책로의 조명들은 하나둘 주황빛 불을 밝힌다. 차별 없이 모두를 품어주는 이 아늑한 울타리 속에서, 필자는 오늘 하루의 피로를 순하게 씻어낸다. 마땅히 편안해야 할 땅, 의령. 그곳의 의령군민공원은 오늘도 사사로운 마음을 내려놓은 모든 이들에게 너른 품을 내어주며, 더 넓은 잔디밭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쉼표를 그려내고 있다.
| 公 | = | 八 | + | 厶=私 |
| 공평할 공 |
| 나눌 팔 |
| 사사로울 사 |
| 園 | = | 口 | + | 袁 |
| 동산 원 |
| 에워쌀 위 |
| 옷 길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