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닭
손택수
1
옻나무는 지독하다 나무 그늘만 스쳐도
살갗에 소르르 소름이 돋는다
해마다 한 번씩 자신을 스쳐간 폭염과 홍수
팔을 뚝뚝 부러뜨리던 폭설의 기억을 비벼 꼬아
제 속을 치잉칭 결박하는 나무
속을 쥐어짜 잎잎이 푸르디푸른 신음을 뱉어낸다
허나 독기라면 닭도 지지 않는다
한평생을 옥살이로 보내온 그가 아닌가
톱날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벼슬과 부리,
쇠창살 사이로 모가지만 간신히 빼내어
댕강 참수를 당하는 그 순간까지
제 것이 아닌 몸뚱이를 키우며 살아온 그가 아닌가
지독에 이른 동물과 식물이 한 몸이 되기 위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
2
독기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나를 무심코 집어삼킨 세상에
우둘투둘한 옻독을 옮기리라
뚝배기 국그릇 속에 코를 쥐어박고
아버지와 함께 옻닭을 먹는다
두 편에 오만 원 어쩌다 받은 원고료로
삼십 년 지겟꾼살이 주식으로 삼아온
술 담배에 속을 상한 당신
술 담배 보단 서른이 넘도록 빈둥대는 아들놈 때문에 더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당신
알코올과 니코틴의 독성
갈수록 짐만 되는 아들놈의 독성
옻이 올라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르도록
말복 더위에 쏟아져 내리는 땀방울을 섞어가며
목구멍까지 차 오른 가려움을 꾸욱 눌러 참는다
독을 우려낸 진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워 삼킨다
@ 옻닭은 아무나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옻이란 독을 필터링할 수 있는
내성의 소유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겠지만 저처럼 옻나무
근처만 가더라도 두드러기 증세가 나는 치명적인 음식 아닐까요?
- 얼마 전 시골에 갔다가 직접 가꾼 옻순이라고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맛있을 거라며 농사를 짓는 시골형이 건네준 것을 가공하여 먹다가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만... - 1연의 시는 옻닭에 들어가는 옻과 닭이란
재료의 본성을 보여주는 듯독기 어린 식물과 독기 어린 동물의 레시피이니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표현이 결코 과하지는 않습니다.닭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여즉 닭요리를 먹을 줄은알았지 잡아본 경험은
없습니다. 용감하신 저의 모친은 어릴 적닭모가지를 손쉽게 비틀어서는
식칼로 댕강 아아 아주 짜연스럽게닭을 잡으셨죠....ㅎㅎ 닭은 모가지가
잘려나가도 마당을 빙그르르 제멋대로 돌기도 하니까요.닭에겐 안된 일이지만
우린 어머니덕택에 맛난 닭백숙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결국, 옻닭은 독을
부글부글 끓이는 독탕 정도라고 할까요?2연은 서른이 넘도록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한 못난 자식 (아들)과 함께 말복에 옻닭을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아마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자식덕 좀 보자고 열심히
공부시켜놨던 아들이 돈은 벌기는커녕 빈둥거리며 돈도 안 되는 시나부랭이나
붙들고 앉아 끙끙되는 모습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는가 보네요.삼십 년 지겟꾼살이
주식으로 삼아온술 담배에 속을 상한 아버지술 담배 보단 서른이 넘도록 빈둥대는
아들놈 때문에 더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간 아버지알코올과 니코틴의 독성(과)갈수록
짐만 되는 아들놈의 독성.... 어찌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르지 않을쏘냐.
독이란 독 우려낸 그 진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워 삼키는당신,
혹은 나
세상의 아버지시여!
불초소생 못난 자식을 용서하옵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