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
단체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에는 창설자의 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개인 성화와 사도직 활동을 통해 성모님과 교회 사업을 도움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바치는 것이다.
교본 본문에는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聖化)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다 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를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레지오 마리애의 가까운 목적은 개인 성화이고, 궁극 목적은 하느님의 영광이다. 여기서 하느님의 영광은 무엇을 뜻하는가? 단원 자신이 개인 성화를 통하여 구원을 받고, 성모님과 교회 사업에 협력하여 타인도 구원을 받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온 인류의 구원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이다. 성 이레네오 주교(순교자, 130-200년)는 살아있는 인간이 하느님의 영광이라고 하였다. 죽은 인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 구원받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인간이 하느님의 영광이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을 믿고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교본의 다른 부분에서는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이 하느님과 신앙을 모든 영혼들에게 가져다주는 일(12장 4항, 123쪽)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성모님과 교회 사업이란 무엇인가? 복음화 활동과 봉사활동으로써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것이다. 뱀의 머리를 바순다는 말은 창세기 3장 15절에서 알 수 있듯이 악의 세력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님의 발현 모습과 프랑스 파리의 성모 발현 모습은 창세기 3장 15절의 내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뱀의 머리를 짓밟고 서계시는 프랑스 파리의 성모 발현 모습에 대해서는 교본 제5장 3항 원죄 없으신 마리아(39-40쪽)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과달루페의 성모님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하자.
성모님은 멕시코 시티 외곽의 이교신전이 있던 테페야크(Tepeyac) 언덕에서 1531년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원주민 후안 디에고(Juan Diego 1474-1548)에게 발현하시어, 그곳에 성당을 세우도록 주교에게 가서 전하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성모님은 그곳 주교의 요청대로 발현을 입증할 표적을 보여주셨다. 추운 겨울 산에 피어있는 장미꽃을 담아간 후안 디에고의 망토(틸마)에 성모님께서 발현 모습을 새겨 주신 것이다. 그 발현 모습에는 태양을 입은 성모님이 검은 달을 밟고 계신데, 그 검은 달은 인디언들에게 악마를 상징한다. 따라서 이 발현은 악마인 뱀의 머리를 짓밟을 하와의 후손에 대한 예언이 성모님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것과 성모님이 원죄 없으신 분임을 알려준다. 멕시코에 발현한 성모님은 과달루페의 성모라고 불리길 원하셨는데 과달루페(Guadalupe)란 돌뱀을 쳐부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과달루페의 성모님의 공식 명칭은 과달루페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이다. 그곳에 성모님의 발현이 있은 후 7년 만에 약 800만 명의 멕시코계 인디언 원주민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함으로써 우상숭배가 심하던 멕시코에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의 우선 목적은 단원들의 개인 성화이다. 개인 성화는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일 뿐만 아니라 으뜸가는 실천 방법이다(교본 11장 1항, 108쪽 참조). 타인을 구원하려면 먼저 자신이 구원을 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26: 마르 8,36-37 : 루카 9,25 참조)라고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루카 12,16-21 참조)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부유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이 세상의 부귀영화는 아무 소용이 없다.
개인 성화로써 자신부터 구원받으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단체 기념사진을 받았을 때 남의 얼굴부터 찾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맨 먼저 자신의 얼굴부터 찾는다. 예수님께서도 남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다. 이웃 사랑에 앞서 자기 자신부터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 성화의 요소에는 기도만이 아니라 활동도 포함된다. 하느님의 은총(기도)과 자신의 노력(활동)으로 개인 성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도와 활동은 레지오 마리애의 필수 요소이다. 믿음에는 반드시 실천과 활동이 따라야 한다(야고 2,26 참조).
레지오의 주 활동은 선교활동이다. 레지오 단원들은 자신의 구원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타인의 구원에도 관심을 갖고 그들이 구원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 예비신자 교리서로 320개의 문답으로 구성된 천주교 요리문답을 사용했었는데, 그 첫 문답에 다음과 같은 인생의 목적이 담겨 있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여기서 아쉬운 점은 타인의 영혼은 제쳐두고 자기 영혼을 구하려고 세상에 났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타인에 대해 불친절하고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을 나무에 비유해 보면, 자신의 구원을 위한 개인 성화는 뿌리이고, 활동을 통한 이웃 구원은 줄기이며, 하느님의 영광은 열매이다. 창설자가 설정한 이러한 목적은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세 가지 지상명령에도 부합한다. 첫째,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는 말씀은 개인 성화에 해당된다. 둘째,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은 선교활동에 해당된다. 셋째,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는 말씀은 봉사활동에 해당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 교본 본문의 말대로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원들에게 알맞고 교회 복지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형태의 사회봉사와 가톨릭 활동을 전개한다. 다만 레지오 마리애는 중앙 평의회인 꼰칠리움(Concilium)의 승인과 그 공인 교본에 명시된 규정의 범위 안에서, 해당 교구의 교구장과 본당 주임 사제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단원들은 본당 주임 사제나 교구장의 승인 없이는 그와 같은 봉사활동이 어떤 것이든 그 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교황 비오 12세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영적 지도자의 현명한 지도를 받아 참된 사도직 정신을 튼튼히 하고,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통해 교황 성하의 가르침에 순응하며, 현지 교구장의 지시를 충성스럽게 따르는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교본 부록 1, 499-500쪽)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교황 바오로 6세는 레지오 마리애가 신심 깊은 목적을 지니고 수많은 사업을 매우 슬기롭게 창안하고 발전시켜, 가톨릭 사도직 활동에 크게 이바지하였고, 이로써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 확장하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조직체임이 입증되었다(교본 부록 1, 502쪽)라고 치하하셨다.
교본 본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발췌하여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목적과 교계제도와의 협력에 대해 가르친다. 이러한 가르침은 특히 레지오 마리애에 해당된다.
이런 조직체들의 직접 목적은 역시 교회의 사도적 목적이다. 즉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성화하며 그들의 양심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육성하고 여러 단체와 여러 환경에 복음의 정신을 침투시키는 것이다. 성직 사도직과 직접 협력하며 활동하도록 권유를 받았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헌신한 평신도들이 주교를 최고 지도자로 모시고 활동한다. 주교는 이런 협력 단체를 공식적으로 인준할 수도 있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20항; 교본 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