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갔었던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을 다시한번 걸어보았는데, 노선을 좀 달리하여 가지 않았던 길도 새로 탐색하며 제주도 특유의 지질을 깊이 감상. 오늘 '튜물러스'라는 용어를 새로 배웠는데 튜물러스는 내부에 있던 용암의 굳은 표면이 부푼 빵 모양으로 들어올려서 솟아오른 화산지형을 말한답니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그래서 산책로에 용암을 자주 밟을수 있습니다.
거의 기온이 13도나 올랐으니 행군하기 딱 좋은 날인데 바닷가로 가면 그래도 그 바람이 꽤 매섭습니다. 성산일출봉 앞 주차장에 차가 꽤 많이 몰리는 것은 주차장 옆 가득 심어놓은 유채꽃이 만개에 가까와졌기 때문입니다.
봄같고, 가을같고, 겨울모습이 확실히 다른 제주도의 겨울, 얼마 전 육지의 혹독한 추위에도 제주도는 살짝 영하로 내려간 정도였으니 겨울동안의 야외활동도 이 정도면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성산일출봉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길 옆의 바닷가는 한창 썰물이라 너럭바위들이 길게 드러나 있습니다. 여기서의 잠깐 휴식에도 완이는 잠시도 쉬질 않으니 드러난 바위 끝까지 좇아가보는 수 밖에... 점점 멀리가는 모습을 태균이가 사진으로 남겨주었네요. 태균이 덕에 엄마사진이 넘쳐납니다.
오늘은 좀 새로운 노선도 탐색하며 걸어보았더니 멋진 호수같은 바다풍경을 영접! 철새들이 자리잡고 있으니 그 풍경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오늘 배운 지질용어 튜물러스 지대가 바로 성산오조 트레일입니다. 앞에 흘러 굳어진 화산용맘을 뒤에 오는 용암이 밀어올려 빵처럼 부푼 용암지댁를 일컫는 용어랍니다. 여기 트레일은 그래서 곳곳이 용암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다 위에 놓인 돌길따라 건너기. 족히 200미터는 될 듯한 이 돌길은 오조리 한 쪽에 있는 대형 양어장을 구획해 놓은 길인 셈인데, 다른 구획로들은 해수 순환을 위해 중간을 터놓아 바다를 가로지를 수 없지만 이 돌길은 중간 끊어진 부분 위쪽으로 콘크리트길을 해놓았습니다. 한 발 디딜 정도의 돌들을 꿰어맞추어 길을 만든지라 울퉁불퉁 건너는데 균형감이 꽤 필요합니다.
날렵한 완이는 여러번 왔다갔다하지만 준이와 태균이는 비틀비틀, 길 중간에 무너진 곳도 있으니 건너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잽싸게 건너와서 끝부분에 있는 시멘트길에 앉아서 끝까지 오도록 기다리는데 그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영상으로 찍어보니 해볼만한 행보입니다.
그렇게 지질트레일답게 재미있는 구간들을 열심히 다녔으나 겨우 8500보! 그래도 내일 배타야하니 이 쯤에서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데 태균이가 엄마 단골 귤판매상점을 들리라고 가리킵니다. 엄마 계획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배타러가기 전날에는 엄마가 귤 몇박스 사가지고 간다는 사실을 다 알고있습니다.
그러고는 저녁먹자마자 보충제상자 들고와서는 며칠간의 준이와 자기 보충제 챙기라고 재촉합니다. 보충제는 태균이에게 보물입니다. 여러 날 분에서 내일 배에서 먹어야 하는 두개는 별도 보관하고... 많이 치밀해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준이! 요새 급격히 순해지고 아니야는 외치지만 요구하는대로 순순히 따르는 것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듯 한데, 저도 처음본 광경! TV애니메이션을 늘 보지만 뽀로로나 타요, 코코몽, 핑크퐁이 다였는데 글쎄 구구단과 곱하기 학습 프로그램을 미친 듯 몰입해서 봅니다.
너 참 오래간만이네 하는 폼새로 푹 빠져서... 처음보는 장면이라서 신기할 따름인데, 경기발작을 잘 마무리하고 긴시간이 걸려도 버티고나서 인성적, 행동적으로 훨씬 좋아졌던 태균이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빨리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 말이 되나? 다행히 경기약이 한병 있어서 빠른 조치를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나?
항상 호사다마이니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준이의 확 바뀐 태도와 TV시청장면은 충격일 정도로 기쁘긴 합니다. 오늘 아침, 잘 성장한다 싶었는데 사춘기가 되자 돌발행동으로 인해 마음끓이고 있는 행자카페의 오래된 두 회원부모님의 사연을 들으며, 용기와 확신을 주고 싶습니다. 그 시기를 지켜보고 대처하는 것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잘 이겨냈을 때는 큰 보답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싶습니다.
첫댓글 사진도 글도 즐감하며 세 친구의 안녕과 발전을 기도하게 됩니다. 육지 볼일 무탈하게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