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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가고
그날 힘겹게 붙들고 있던 끈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끊어 버렸다
이른 아침 자가용으로 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장계천과 금강이 만나는 GS 칼텍스 주유소 인근에 주차를 하고 택시로 금, 호남길에 만날 수 있는 백두대간 영취산 아래 무룡고개에 도착한다.
그늘진 곳에 서게 되니 바람은 차갑고...
가을이 우리들 곁에 언제 왔다 갔는지 형형 색색의 단풍이 남아있을 줄 알았더니 바람 따라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스산한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무룡고개에서 20여 분간 천천히 올라오면 백두대간 영취산에 도착한다.
이 자리에 서면 다시금 이 길을 걸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데 이 길에 출렁다리도 없고, 절벽에 아찔한 잔도길이나 영남 알프스처럼 억새나, 하천가로 화려한 게 치장한 꽃도 없으며 돈 들여 가꾸지도 않음에도 산객에게 있어 최고의 길이며 아름다운 곳이다
한때 진부령에서 비 맞으며 고생고생 내려왔던 대간길 심호흡 크게 한번 하며 내가 흘렸던 땀방울을 느껴본다
천 고지가 넘는 곳이기에 사방팔방 조망이 보이면 좋겠지만 조망은 없고 백두대간을 걷는 산객도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오늘 내려가야 할 초입 부분에 잡목이 빼곡하지만 몇 발짝 내려가면 잡목대신 작은 바위돌들이 올망졸망 기다린다.
장수 장계천 방향으로
안개가 짙게 깔려 있고
영취산에서 내려온 곳으로 작은 바위돌이 많이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서며
내려갈 길에 낙엽은 모두 떨어지고
잠시 동안 산죽이 길게 이어지는데 이쯤 어디선가 물이 졸졸졸 흘러나올 것 같아 이끼 낀 바위 아래를 살펴가며 찾아봐도 물길 흔적은 없고
영취산에서 내려온 곳으로
"나 자빠졌다"
예전 무룡고개에 벽계쉼터가 있었으나 밥벌이가 신통찮았던지 손님이 없어 "아랫마을로 이사 간다며 찾아오라"는 글이 있는 쉼터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샘터 안내판 자빠져 있다
샘터를 알리는 걸 봐서 어딘가에 분명히 샘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 서있던걸 끌고 와서 여기에 버린 건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쓰러질 때 앞으로 쓰러진 건지, 옆으로 꼬꾸라 졌는지, 뒤로 자빠졌는지, 어디로 어떻게 넘어졌는지 화살표 방향은 달라질 것 같다.
쉼터 인근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샘터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나온 경로 하천 256개 진행
왔다 갔다 한 거리가 있어 실거리 20km로 보시면 될 것 같음
영취산에서 발원하는 장계천이 금, 호남길에 만나는 장수군 신무산 북쪽 계곡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과 만나기까지 몇 km정도 차이가 나는데 말 그대로 몇 km만 길었어도 역사가 달라질뻔한 하천이다.
설마 이건 아니겠지.
산비탈에 반쯤 박혀 있는 파이프가 샘터?
옆에 안내문에"본 시설은 수질 검사 결과 부적합 하므로 음용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그리고 파이프 입구에 녹색의 이끼가 묻어 있는 걸 봐선 먹지 못할 물로 보인다.
어쨌거나 물맛은 보고 여기가 장계면으로 흐르는 맑은 장계천 발원지로 보인다. 이제 물도 찾았고 하니 도로길로 살금살금 뛰다가 걷다가, 걷다가 뛰다가 한다.
예전 장수군에서 남원 땅으로 넘어가던 도로길
도둑길 양쪽으로는 아기 손을 닮은 붉은 단풍이 가득하고
이 정도면 늦가을을 즐기기에 좋고
도로 따라 진행하다 잠시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시원하게 내려와
장계천은 20km의 물길 여행을 시작하는데 물은 전체적으로 아주 깨끗하게 흘러서 금강품에 안긴다
덕유산에도 지리산에서 넘어온 곰이 여러 마리 산다며 현수막을 내 걸었는데 사고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다음에 가야 할 산이 지리산 인근의 함양의 구룡천으로 투구봉(1032m) 북쪽 골짜기로 내려와야 하는데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곰이 있다면 어린아이 침대 머리맡을 지키던 곰인형이라면 좋겠다
하천 옆으로 나무 울타리가 쳐진 길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울타리는 한여름에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막고자 울타리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울타리를 넘어서 안으로 들어와 보니 텐트 몇 동을 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비닐로 움막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주위로 찢어진 텐트가 널브러져 있다.
가을이 소리 없이 땅으로 떨어지고
"나는 니가 밟아도 아프지 않다"며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계곡으로 돌탑이 몇 기 보이고
단풍은 역시나 계곡이라며
산정으로 없던 단풍을 계곡에서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 당분간 아래동네의 산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계곡옆으로 첫 마을 겸 하늘아래 펜션
내려가야 할 곳으로
논개 생가 방향으로
주촌마을
논개 생가마을은 400여 년 전 범바위골 사는 논개 아버지 주달문이라는 학자가 새터를 잡아 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하늘천,따지,애들 가르치고자 할때 몇몇 말안듣는 학동(學童)들은 그저 싸리나무 빗자루로 먼지나도록 패는게최고다
의암 주논개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1986년에 대곡 저수지를 만들면서 이 마을 전체가 수몰되어 옮긴 마을이다.
주촌마을의 판석 기와지붕 처마아래
껍질 곱게 깎고 바람을 맞고 있는 감이 부드러운 옷을 벗고
한구석에는 붉은 고추가 자리 잡았고
처마 아래는 선홍빛의 감이 누구입에 들어가려고
매달려있는지
마을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의 지붕은 대부분 얇은 시루떡을 조금씩 떼어낸 넓이의 판석(板石)으로 충북 옥천에서 생산되는 돌이라고 한다.
옥천 판석(板石)으로 용의 비늘을 닮은 지붕 위에 올려놓았는데 주촌마을 10 여가구 중 일부는 기와집이고 남머지 집은 대부분이 판석지붕을 하고 있는데 장수군에서 문화마을로 선정해서 관리하는 것 같다
지붕에는 판석이고 마을 안길에는 돌담장길이고
돌마을이다
이제 마을을 벗어나 조금 내려오면
논개 생가지 복원한곳이 나오겠다
논개 생가지로 와서
팔짝 지붕의 정면 3칸의 의암루를 만난다
누각 아래로 들어가서
의암 주논게 생가지
주천 마을에 원래 생가는 1986년 대곡 저수지 축조에 따라 소멸되었으며 논개는 이곳 주천면에서 주달문과 밀양 박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593년 음력 6월 논개의 남편인 병마절도사로 제수된 최경회는 1593년 2차 진주성 싸움에서 10만 왜구에 의해 진주성이 함락되자 몇몇 장수들과 함께 남강물이 흐르는 진주성 아래 의암에서 투신한다.
이후 주논개는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한 왜군의 잔칫날 음력 6월( 7월 7일) 기녀로 꾸며 참석하여
왜장 "게아무라 로구스케"를 안고 남강에 투신한다.
7월 7일 주논개가 왜장을 안고 투신하는 날 논개의 시신은 장마에 떠내려가 수습할 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와 먼저 남강에 투신한 남편 최경회의 시신은 왜구가 목을 본국으로 가져가 도요토미에게 보내져서 교토에 효시되어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생가지를 둘러보고 나와 의암루각 옆 식당으로 들어와 "혼자인데 밥 먹을 수 있냐"하니 "웃으면서 앉으라" 한다
아침 겸 점심으로 한 끼 해결하고
망향비와 정자
마을이 수몰되어 실제 논개의 생가지는 물속에 있으며 무덤은 함양군 서상면 방지리에 있어 장수군에서 실제적인 논개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이곳이 수몰되기 전 살던 친한 친구가 있어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릴 적에도 논개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전한다.
친구가 노총각일 때 제가 후배를 소개해줘서 지금은 저의 고향땅 의성에서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잘 살고 있는데
망향비 앞에서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옛 생각 많이 나고 눈감으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난나고...
대곡저수지에서 본 백두대간길
논개의 생가가 있던 곳은 수몰되어 물속으로 사라졌고 무심한 저수지에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결이 일렁인다.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원오동 마을
내려가야 할 길
물은 아주 깨끗하고
하노평마을앞 하천 가운데 암반이 많고 물빛이 맑고 피라미가 놀고 있는 아름다운 곳
노평마을을 지나며
자락정과 우람하게 보이는 느티나무
뭐 하시는 걸까 하고 인사드리고
마늘을 심어 놓고 볏단을 이불 삼아 깔아주신다고
살아서 곡식을
죽어서 이불이 되어주는 볏단
몇 백 년 된 나무와 국가문화유산인 자락정(自樂亭)이 있는데 정면 두 칸, 측면 두 칸으로 만들어졌다
잠시 정자에 올라 옛 선인들께 서 뭐 하고 하루를 보냈을지 생각해 보니 들판에서 책 읽을 일은 만고 없었을 것 같고 삼돌이가 잡아온 피라미로 도리뱅뱅 해서 드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천가로 축사가 몇 곳 있었으나 물은 깨끗하게
침령산성과 장계천 그리고 장계면이 보이고
백두대간 구시봉으로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면 육십령 나오겠다.
그리고 덕유산 서봉 서쪽 계곡에서 발원하는 명덕천이 오동 1교에서 장계천에 합류하는데 길이는 200미터 차이로 짧다
다리 위에서 본 하천 풍경
징검다리 건너며 본 피라미 가족들
내려 갈길
장안산 북쪽계곡에서 흘러온 유천
하천길을 걸으며 만난 촌로 말씀을 덧붙이면
상류에 도축장이 있어 10년 전만 하더라도 장마철이 되면 더러운 폐수와 핏물을 무단으로 방류해 하천이 엉망이었다는 말씀과 도축장에서 장계면 전체 세금보다 더 많이 내는 곳이어서 어지간한 폐수는 눈감아 줬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전국 어느 하천이나 다 그렇겠지만 한때는 피라미는 잡아서 튀겨 먹었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음~~~ 붕어는 잡아서 시래기 깔고 찜을 해서 먹었을 하천
지금은 붕어빵에 밀려 잡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유천이 흘러와 장계천에 안기는 곳 두물이 만나면서 하천의 폭은 조금 더 커진다
언제쯤 낙하산 타고 날아가려나
두물이 만나면서 물은 조금 흐려진 모습이고
장계면 금곡리에서 본 하천
좌측의 산은 백두대간 구시봉 가운데 백화산으로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듯하다.
두물이 만나면서 조금 흐리더니 아래로 흘러와 많이 맑아져 있다
아스길에 죽은 오소리를 주워가는 아저씨
기름이 많아서 약하려고 가지고 가신단다
이제 다 와 가고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발원하는 장계천이 금, 호남정맥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해 25km가량 흘러온 금강에 안기는 곳
만약에 장계천이 5km 정도 더 길었어도 역사가 바뀔뻔했는데...
예전 한겨울에 금강 걸을 때 맨발로 지나왔던 장계천
한겨울에 금강길을 걸으며 맨발로 건너던 장계천
금강 발원지 뜬봉샘
금강은 장수군, 진안군, 무주군 영동을 거처 옥천군, 신탄진, 공주시, 청양군, 부여 시, 익산시, 군산까지 400km 천리를 흐르며
이름 있는 하천으로 장계천, 무주 남대천, 초강, 보청천, 미호천, 병천천, 유구천, 지천, 유구천, 갑천, 논산천등 크고 작은 지류 467개를 거느린 남한에서 낙동강. 한강에 이어 3번째 긴 중부지부의 속살을 깊이 파고드는 어머니의 강이며 한 많은 백제 700년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며 주유소 한 곳에 주차해 둔 자가용 고삐 잡고 대구로 향한다.
모처럼 대간길에서 흘러온 맑은 하천 구경했으며
다음 하천은 함양읍으로 흐르는 구룡천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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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피리들 보니 매운탕이.......생각납니다 물이 정말 맑네요...
오소리 기름은 민간요법으로 피부·관절 등에 사용돼 왔지만, 사람에게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약은 아닙니다.
요즘은 붕어빵이 대세랍니다.
피라미 잡으시면 안되요
@배병만
다음 하천이 구룡천을 가시는 군요..
이미 다녀왔으려나요?
담담주 구룡천환종주 갈건 데
투구봉에 그 향취가 남아 있으려나 ㅎㅎㅎ
장계천 발원지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하루되세요
두달안에 최소 10개는 해야해서 시간날때마다 하천길 이어갈까 하는데
짧은 구룡천 다음주에 갈것 같습니다.
계곡으로 내려오다가 곰돌이는 안 만나야 할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글 감사합니다.
방장님의 글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하천이
정말로 많이 깨끗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실제로 지맥길을 걸어봐도 눈으로 느껴지구요.
다양한 시골 풍경과 그 길에 얽힌 사연들이
저절로 이 아침을 풍요롭게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서해안으로 흐르는 하천들을 제하고 나면 늦가을에는 전국 어디나 물이 깨끗한 편입니다.
지맥길이나 하천길이나 능선하나 차이니 합수점에서 물을 눈여겨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