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 교회 쥐락펴락 안돼… 집사·여성·청년에게 발언권을”
한지터·목데연 설문 결과 보니 “의사결정구조 개선” 목소리 분출
박용미 2024. 9. 10. 03:05
게티이미지뱅크
부산에서 사역하는 A목사는 현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당회로부터 ‘목사님은 다른 것 신경 쓰지 마시고 설교만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재정 관리 등 교회 운영은 장로들에게 맡기라는 뜻이었다.
A목사는 “교회를 꾸려나가는 것은 목사와 장로가 잘 협력해야 하는데 이런 통보가 당황스러웠다. 지금처럼 서로 격려하는 당회를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B목사는 30대 후반 서울에서 처음 담임목회를 시작했을 때 교회 한 장로로부터 자동차와 법인카드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B목사는 “그 장로님이 이전 담임목사에게도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빌미로 교회를 마음대로 이끌어갔다고 한다. 제안을 거절했더니 사사건건 목회 방향에 반대를 내비쳐 결국 교회를 사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우리 교회 장로님들은 맡은 부서 전체의 의견을 종합해서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금도 젊은 목사님이 부임하거나 혹은 장로의 역할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은 일부 교회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세대가 모인 교회에서 공정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로 등 주요 중직자들에 의한 교회 운영이 아니라 전 세대가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교회지도자센터(한지터·이사장 박종순 목사)가 9일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개최한 ‘제20회 바른신학 균형목회 세미나’에서도 교인들의 이 같은 열망이 드러났다.
한지터가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함께 목회자 500명과 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인 절반 정도(53.5%)만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 만족하고 있었다.
교인들이 불만족 하는 첫째 이유로는 ‘소수의 사람이 결정을 좌우한다’(52.3%)는 점을 꼽았다. ‘담임목사 의도대로 결정된다’(46.9%) ‘성도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형식적이다’(31.1%)라는 응답도 나왔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인 회의 혹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49.0%)를 꼽았다. ‘의견수렴 과정이 형식적이지 않아야 한다’(45.7%) ‘나이 든 세대가 주도하지 않고 전 세대가 참여해야 한다’(38.1%) ‘장로 등 중직자들이 성도들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31.9%)가 그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은 “많은 교인이 교회다운 체계적인 의사소통 문화와 투명하고 참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대부분 시간을 교회 안에서 지내며 교회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목회자들의 관심은 교인들과 괴리가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전 총장은 또 “한국 장로교회는 목회자와 장로를 중심으로 한 위계 구조와 권위주의로 인해 평신도와 집사의 역할이 축소됐다”며 “집사 권사 여성 청년에게 발언권을 주는 ‘열린 당회’ 등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와 대안 마련은 교회의 소통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권위주의에 따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 장로 임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청년 남·여전도회 안수집사회 등의 대표를 당연직 당회원으로 세워 모든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는 “장로제도는 현 대의제도의 모체이며 모든 대의제도는 연한이 있다.
한국교회 초창기는 장로가 집도 팔고 감옥도 가고 헌신이 컸기에 지원자가 없어 70세까지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직분이 계급이 되지 않고 모든 교인이 제사장이 되는 평등한 교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4091003053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