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달구는 '서울 연탄은행'…"배달 봉사인력 부족 아쉬워"
서현경 인턴기자·서강대 3년·loca21@daum.net
입력 : 2004.11.13 09:46 15' / 수정 : 2004.11.13 09:56 50'
빈곤층 자활지원 봉사단체인 원주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 목사) 연탄은행이 지난 8일 서울 중계본동에 문을 연 서울연탄은행. ‘은행’자를 달고 있다지만 서울연탄은행을 찾는 것은 그리 녹록치않았다. 중계동 방향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산동네를 향해 꼬불꼬불한 오르막 길을 한참 걸어야한다.
서울연탄은행은 2평 남짓한 공간에 간신히 비만 피할정도로 얼기설기 판자를 엮어놓아 외관이 시골 재래식 화장실같았다. 입구에 써있는 ‘서울연탄은행 제6호점 중계본동’이란 글씨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런데 대답이 없다. 재차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 문을 슬그머니 열어더니 그 안에는 연탄만 한가득. 어안이벙벙해있는데 뒤에서 한 아주머니가 어깨를 치면서 “연탄은행은 말그대로 연탄만 있는 곳이에요. 사무실을 찾아오셨으면 맞은 편 백성세탁소로 오셔야죠”라고 하며 웃었다.
백성세탁소 주인인 전병종(51), 유동님(48) 부부가 둘뿐인 서울연탄은행 상주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세탁소 한 구석에 서울연탄은행 사무실을 차려 각종 업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세탁소가 쉬는 일요일엔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연탄배달 봉사도 한다.
12일로 활동개시 5일째인데 전씨는 “200세대가 등록하고 1000여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한 세대당 하루 최대 5장씩 지급하는데 어제만 200장이 나갔다”고 말했다. 중계본동 산동네는 1967년에 용산, 남대문, 동대문 등지에서 철거민들이 몰려와서 천막을 짓고 자리를 잡은 곳. 개발제한구역인 이곳은 300세대 정도가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
전씨부부는 “이런 서비스를 처음 받아보는 주민들이 좋아한다. 처음이라서 그런지 연탄을 한장이라도 더 받으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집 문을 두드린다”며 “솔직히 세탁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연탄은행은 올 겨울용으로 모두 5만장의 연탄을 원주밥상공동체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며, 물량은 서울의 삼천리연탄공장으로부터 직접 조달한다.
전씨부부는 “언론에서 연탄은행을 보고 후원과 격려가 끊이지 않아 매우 감사한다”며 그러나 “육체로 하는 봉사는 서울지역에서 겨우 한 명이 신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씨부부는 “연탄배달을 할 때 리어카가 들어갈 수 없는 난지역은 직접 지게로 배달해야 하는데 봉사인력이 턱부족하다”며 “12월 4일 연탄배달봉사도 원주에서 30명정도의 봉사자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에서 봉사동아리가 왔는데, 여대생들이 하기엔 아무래도 무리”라며 “건장한 청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때마침 전씨부부 격려를 위해 들린 허목사는 “보통 연탄은행을 믿을만한 자원봉사단체에 위탁운영을 하는데, 서울의 경우 단체들의 지원이 미진해 결국 전씨부부가 맡게됐다”며 “전씨부부가 세탁소일도 제치고 연탄은행 일을 봐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