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익숙해지기까지
엄세연
잘못된 행복함
나는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길 바랐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으며,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이가 멀어지면 그 사람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나는 상대방의 반응이나 행동을 보고 나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했다. 내 자신이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것보다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은 살면서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그다지 나한테 와닿지는 않았다. 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사랑받는 게 더 좋았고,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보여주기보단 자존심을 내세웠다
16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내가 친구들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느껴지길 바랬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나는 쉽게 불안해졌다. 타인의 사소한 반응이나 말투에 나는 쉽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럴수록 나와 십육기의 관계는 불안해졌고, 나는 더 초조해졌다. 내 안에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 컸고, 그 욕구가 내 내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나의 아픈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자존심을 세우고 더 괜찮아 보이려는 모습만 보였다. 내 아픈 마음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보여주면 그게 나의 약점이 될 것 같았다. 내 약한 부분이 사람들에게 보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떠날 것 같았고 나는 혼자가 될 것 같았다. 나는 친구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약한 사람이 되기 싫었다. 잘나 보이고 싶었고, 완벽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야 친구들이 내 옆에 있어주고 나를 사랑해줄 것 같았다.
공허함을 짊어지기에는 버거웠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혼자 있는 것이었다. 가끔 관계가 어긋날 때면 나는 공허함을 느꼈다. 그 공허함이 내가 짊어지기에 너무 버거워서 다시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했다. 그렇게 계속 사람들에게 의존하면서 사니 나는 어느새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통쌤께서 사람들에게 의존하려고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통쌤의 이야기를 들은 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계속 이렇게 사람들에게 의존하면, 관계 속에서만 나의 가치를 찾으려고 하면 결국 나에게 남는 건 불안감뿐이라는 걸.
관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만 나의 가치를 찾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기도 했고, 괜히 불필요한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일까?" 같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다. 기숙사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있기도 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내 고민들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하나둘 쌓아가다 보니 점점 혼자 있는 게 예전처럼 무섭거나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그 시간들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지면서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졌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반응이나 행동을 보고 내 가치를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나 자신이 나를 인정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사랑이나 인정도 결국 나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니 관계 문제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가장 큰 변화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물론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내 가치를 결정짓지는 않는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를 더 깊이 알아가게 된 것 같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여러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알게 되었다. 혼자가 두렵지 않은 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