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낚시
나는 낚시를 좋아했다. 우리집이 거랑에서 가까워서 걸핏하면 '구계댁'집 정자 넝끝에서 강을 내려다 보곤 했다. 지금은 정자를 허물고 그 자리에 비석을 세워 옛 정자가 있었던 터라는 표식으로 비석을 세웠지만 참으로 애석하다.
어릴 적에는 거랑에서 빨래를 했다. 당나무 옆길을 지나 예내댁(지금은 영암사 절집 임) 바로 아래에 동네 빨래터가 있었다.거랑물이 너래 청석바우 앞으로 휘돌아 흐르다 보니 빨래터로는 멋진 곳이다. 빨래 땟국물에 고기들이 먹을 것이 있나 싶어 쌔까맣게 때서리로 모여든다. 나도 누나를 따라 뻘래터에 따라가니 고기들이 수두룩 삑삑하게 몰려다는 것이 신기해서 잡고 싶었다. 두 손을 퍼떡 오마서 물고기를 잡아 보았으나 다부로 다 도망을 쳐 잘 잡히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던 누나가 아까전에 내가 갈케준 것 맨치로 고무신에 물고기가 들어 가면 날래 들세라고 한번 더 갈케 주었다. 서울에서 우리마실로 시집온 새댁은 무신 말인지 몰라 고개를 수구린채로 빨래만 열심히 빨고 있었다.
내가 서너살 때다. 새끼고기보다 쪼매 더 큰 물고기를 잡고 싶어서 집에서 실과 보리밥풀을 가져갔다. 실 끝에 보리밥풀을 묶어 물 속에 넣어서 고기가 삼키면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빨래터 청석 끝에 앉아 '밥풀낚시'를 했다.
고기들이 서로 밥풀을 뜯어 먹을려고 때서리로 모여 들어 야단들이다. 고기가 밥풀을 먹을 때 얼른 실을 땡기면 밥풀만 쏙 빼 먹고 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잡힐듯 말듯 하면서도 안 잡혔다. 누나가 빨래를 끝냈을 때 까지 밥풀낚시를 했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고기들은 우글우글 한대 왜 잡히지않을까?
다음날 누나가 빨래를 하는데 또 따라 갔다. 벌써 옆집 누나들도 빨래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꼭 고기를 잡아야지 하고 실과 바늘을 준비해 갔다. 바늘에 실을 꿰어 물속에 넣었다. 물고기가 헤엄치며 다니다가 뾰족한 바늘 끝에 찔리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늘낚시를 물 속에 넣고 물고기가 바늘에 찔릴 때를 기다렸다. 혹시 한 눈 파는 사이에 바늘에 찔린 물고기가 빠져 나갈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늘낚시를 뚫어지게만 보고 있었다.
빨래를 하고 있던 누나가
"원아 뭐하노"
하고 물어도 대답이 없자
빨래하던 옆집 숙히 누나가 급하게 말했다.
"원이가
물에 빠져 저기 떠내려 간다."
약 10미터나 '담부랑 담부랑' 거리며 沼소쪽으로 떠내려 가고 있었다. 숙희누나와 우리 누나가 빨래를 하다 말고 급히 물로 뛰어 들어가 나를 물에서 건져냈다. 조금만 더 떠내려 갔더라면 깊은 소로 들어 갈 뻔했다. 누나가 제빨리 내 등을 두드리자 물을 코와 입으로 토하고 숨을 크게 쉬면서 내가 울더란다. 동생이 물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은 큰형님이 급히 거랑으로 달려오셨다. 이미 누나가 나를 건져서 안고 집으로 가는 중이 였다. 형이 나를 보더니 때렸다. 왜 때렸는지는 그 때는 몰랐다. 아마 디게도 고맙고 기쁘면 서로 때리듯이 나를 때렸제 싶다.
아부지와 어매는 신발도 신지 않으채 맨발로 달려 오셨다.
"원아! 원아! 라고 불렀다."
나는 울기만 했다.
어매는 누나를 꾸중을 했다.
"니는 원이가 물에 빠진 줄도 모르고 뭐했노.,"
"그만하이 천만다행아지 쪼매만 늦었으면 아! 잃어버릴 뻔 했다." 며 나를 받아 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이 터구야, 바늘로 고기잡을 생각을 다 했노,"
"다시는 그 딴 짖 하지마라."
어부지께서는 담배만 연신 피우시더니 '헛그참, 고놈이 희얀한 생각을 다 했네. 우애보면 똑똑한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터구같고'.
어매가 나에게 물었다
"원아! 우애다가 물에 빠졌노."
바늘 끝이 뾰족하잖아요. 고기가 헤미쳐 댕기다가 바늘 끝에 찔리면 잡을 려고 뚫어지게 물 속 바늘만을 바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물에 빠졌다고 했다.
내이야기를 듣고 있던 형님이
"야아야, 바늘로 물고기 잡는 놈이 이 세상에 어디있노."
"너, 숙맥이 아이가!"
"앞으로 물가에는 얼씬도 하지마라!" 며 꾸중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바늘로 고기잡기를 하지 않았다.
네살 때 애린 생각 ,
'밥풀낚시'와 '바늘낚시' 이야기이다.
지금도 누님께서 나를 놀리면서 이야기 하신다. 내가 아니였으면 너는 이 세상 베랬다.
"人命在天(인명재천)"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님에게 있다.
누님이 곧 하늘이다. 한정없이 고맙다.
우 ㅓㄴ 이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