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새로운 풍경 앞에서 감동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문밖을 나서는 일 자체가 큰 결심이다. 용기를 그러모아 찾아간 관광지에서 높은 계단, 냉소적인 시선을 마주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을 때의 절망은 다음번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장애인이 마음 놓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지는 없을까? 그 답이 인천에 있다. 열린 관광지에 선정되어 무장애 편의시설을 살뜰히 정비한 연안부두 해양광장, 경사로를 따라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옥토끼우주센터를 소개한다.
부두의 낭만이 밀려오는 열린 관광지, 연안부두 해양광장
[무장애 관광 point!] 휠체어 승선이 가능한 팔미도 유람선휠체어 이용자도 팔미도 유람선을 타고 선상 유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유람선에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사로와 휠체어 고정 장치를 설치한 것. 팔미도는 연안부두에서 편도 50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 등대로 유명하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1979년에 발표된 김트리오의 ‘연안부두’는 인천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의 응원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노래이기도 하다. 노래의 배경인 연안부두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있는 부두이자 해양광장, 인천종합어시장 등이 모여 있는 해양 관광지다. 그런데 연안부두 해양광장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22년 열린 관광지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대는 본 사업을 통해 무장애 편의시설을 정비했고, 그 결과 누구나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연안부두 해양광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할 일은 7층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점자를 표기한 층별 안내도를 보며 7층에 내리자마자, 통창으로 인천 앞바다 풍경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부두에 정박한 어선부터 서해의 크고 작은 섬으로 출항하는 여객선, 더 먼 바다로 흩어져 점점이 보이는 배들까지, 부두의 낭만이 물밀듯 밀려온다.
수려한 풍경만큼 무장애 편의시설 종류도 짜임새 있다. 우선,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망대의 안전 난간 높이를 낮추고 키 낮은 망원경을 두었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부두 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전망대 안내판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해 풍경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연안부두와 인천항을 소개하는 영상 하단에도 농인을 위한 수어가 나온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도 편안하다. 지하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구역이 엘리베이터와 곧장 이어진다. 건물 밖에는 장애인 화장실과 수유실이 있고, 그 앞에 휠체어·유아차 대여소가 있으니, 동선도 제법 효율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걸음은 해양광장으로 이어진다. 광장 한편에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 조형물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러일전쟁 100주년을 맞아 인천 앞바다에서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이다.
[무장애 관광 point!] 유아차·휠체어 대여유아차와 반려견 케이지를 우주과학박물관 1층 입구에서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유아차 3,000원, 반려견 케이지 5,000원) 휠체어는 안내데스크에서 무료로 대여해주고, 약이나 휴식이 필요하면 1층 의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용 주차장과 화장실, 엘리베이터 앞 점자블록 등 기본 편의시설도 완비했다.
우주, 행성, 로켓.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주제를 콘텐츠로 꾸민 체험형 테마파크가 있다. 초지대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옥토끼우주센터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우주과학을 소개하고, 각종 체험기구로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유이용권으로 모든 시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옥토끼우주센터는 크게 우주과학박물관과 야외테마공원으로 나뉜다. 실내외 시설을 고루 둘러볼 경우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리고, 어린아이가 있다면 넉넉히 반나절을 잡아야 한다. 장애인은 실내 전시관인 우주과학박물관 위주의 관람을 추천한다. 야외테마공원이 완만한 산기슭에 있다 보니 경사진 구간에서 동행인의 도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내 위주로 둘러보아도 볼거리가 넘친다. 4층 규모의 우주과학박물관은 690여 종 전시물과 6종의 우주체험기구를 갖췄다. 장애인의 입장에선 구경거리가 아무리 많아도 접근이 어려우면 말짱 도루묵인 법. 그런 점에서 옥토끼우주센터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전시관 내 관람 동선이 모두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휠체어가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로 층과 층 사이를 오갈 수도 있다.
전시는 1층에서 시작한다. 태양계 여행관에서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항공·로켓 발전사관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화성탐험관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화성 탐사선을 만난다. 우주생활관은 무중력 상태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생활을 알아보는 공간. 우주인들이 어떻게 먹고 자고 화장실을 가는지 생활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다. 3층 소유즈관에선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탑승한 소유즈 캡슐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 우주에서 먹은 음식 등 우주 관련 물품을 전시한 스페이스 사이언스 존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