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사암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유대를 다진 백련사 주지 승원스님(오른쪽)과 호국연호사 주지 현혜 권기태 법사(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 4월 수기사 신병교육대 위문 모습. |
‘군포교는 곧 지역포교’ 승원스님 원력
군법당 후원.연합회 실무 도우며 ‘공생’
전방 군부대와 14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찰이 있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가평 백련사. 1999년 주지로 부임한 승원스님(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이 인근의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법당 호국연호사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스님의 주도로 가평군불교사암연합회가 만들어지면서 활동 폭은 더욱 넓어졌다. 회장으로서 회원 스님들을 독려해 신축 법당 2곳을 비롯해 5곳의 군 사찰을 새로 단장했다. 신병교육대 수계법회 역시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챙긴다. 가평은 수기사를 비롯한 예하부대들이 밀집해 있는 고장인 만큼, 군포교는 곧 지역포교다. 군법사와 군 가족들과의 원만한 관계는 백련사가 경기 북부의 대표도량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백련사는 제25교구본사 남양주 봉선사의 말사다.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한 승원스님과는 딱히 관련이 없어 보인다. 절친한 도반인 현 봉선사 주지 정수스님의 추천으로 낯선 객지에 오게 됐다.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무상스님, 총무원 호법부장 정안스님 등과 함께 해인사 승가대학 19기 동문이다. 주지로 부임한 첫해 사찰 중흥불사와 함께 인재불사를 고민했다. 수기사의 별칭은 월남전에 파병돼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맹호부대다. 아울러 가평군민의 절반 이상이 군인이거나 군인 가족이어서, 자연스레 군포교에 관심을 두었다. 사병으로 입대해 7사단 최전방 철책에서 복무했던 경험 때문에 누구보다 군생활의 애환을 잘 알았다.
1999년 당시 가평에는 군 차원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없었다는 게 승원스님의 회고다. 스님은 직접 부대를 찾아가 “내가 힘을 보탤 테니 군민 합동으로 연등축제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사단장이 직접 자리를 함께한 이날의 봉축행사는 오늘날 ‘가평관등문화축제’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군관민(軍官民)이 다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풍등(風燈)을 날리는 군인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작년부터는 군종병 대상 템플스테이를 백련사에서 개최하면서 불교계의 든든한 일꾼으로 키우고 있다.
유명무실했던 불교사암연합회도 일으켜 세웠다. 가평은 휴전선과 가까운 데다 전통적으로 불교세가 약한 지역이어서, 사찰의 살림은 너나없이 빠듯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웃종단 절까지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동참을 호소했다. 스님의 권선(勸善)으로 지역불교계가 결집하면서 군법당도 전성시대를 맞았다. 수기사 호국연호사와 포병여단 호국불심사가 새 법당을 갖게 됐다. 66사단 광명사, 26여단 호국자혜원, 야전수송교육단 안행사 역시 개보수를 마쳤다. 현재 가평군불교사암연합회는 회장 승원스님을 위시해 부회장인 현등사 주지 선우스님, 고문 대원사 주지 성초스님과 감로사 주지 지성스님 등 37개 회원사찰이 활동할 만큼 일취월장했다.
유독 특기할만한 것은 군법사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다. 2010년 호국연호사 주지로 부임한 현혜 권기태 법사는 사암연합회의 실무를 도맡고 있다. 연간 계획수립과 회원사찰들의 경조사 지원, 관등축제 준비까지…실질적인 ‘사무장’인 셈이다. 대신 사암연합회 스님들로부터 군법당 보수와 수계법회 후원을 받으며 상부상조하고 있다. 현혜 법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 임지(任地)인데 호국연호사에서는 혼자서 불사를 해본 적이 없다”며 승원스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무엇보다 스님이 아닌 군인입네 남의 식구입네 내치지 않고 종단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점에 책임감이 절로 생긴다. 큰형 같은 스님과 막내동생 같은 군승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고무적이다. 승원스님은 “군포교란 얼핏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지만 군사지역인 가평과 같은 곳에선 불교라는 동질감으로 사찰이 결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군포교를 통한 공생을 이룬 가평사암연합회가 이를 입증한 모델이다.
[불교신문2921호/2013년6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