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그들이 살아온 자취를 소설로 써낸 「인생 갑자(1924년)생 2권 - 혼란과 전쟁」 (안문현 저 / 보민출판사 펴냄)
남북으로 갈라진 채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
이웃도 적이 되어 살육당하는 뼈저린 삶의 이야기!!
신작 장편 역사소설 「인생 갑자(1924년)생 2 - 혼란과 전쟁」은 1권 「나라 잃은 백성들」에 이어서 쓴 것이다. 이 소설에 쓰인 대부분의 이야기는 지금은 안동댐 물밑으로 사라진 예안 장터와 그 변두리를 비롯해 경북 북부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은 일들로 작가가 듣고 본 이야기에 상상력을 보태어 소설로 쓴 것이다. 이 책에 쓰인 내용들은 한 지역 사람들이 당하고 겪은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해방 후 전국 각 지역 어디에서나 공통으로 일어난 일들이었다.
「인생 갑자(1924년)생 1 - 나라 잃은 백성들」에서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압박과 수탈을 당하며 살아온 생활상과 전쟁터인 만주와 남태평양 정글 속에서 징병과 징용, 위안부로 끌려가 수없이 죽어가며 고난과 치욕을 당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인생 갑자(1924년)생 2 - 혼란과 전쟁」은 일제에서 벗어나 해방되었지만 기쁨도 잠시이고,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진 채 좌우 이념의 갈등과 대립 속에 이웃도 적이 되어 때로 살육하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허덕이며 살아왔던 갑자생들의 이야기이다. 밤이 되면 공비들의 세상이 되고, 낮이 되면 경찰과 군인들의 세상이 되는 혼란한 세태의 한복판에서 그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외줄을 타며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왔다.
전쟁이 일어나자 전 국토는 전쟁터가 되고, 국군에 징집된 형과 인민군으로 잡혀간 동생이 총부리를 겨누며 싸워야 하는 가운데, 불타고 파괴되어 너덜너덜하게 만신창이가 된 강토에는 고아들과 남편 잃은 여인들의 통곡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갑자생, 그 무렵 이 땅에서 태어난 이들은 일본의 수탈과 해방 후의 혼란, 이어지는 전쟁으로 죽어가며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버티며 살아왔지만 대부분 이승을 떠나고, 이제 그때의 시대상과 그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다. 작자는 많은 시간과 공간을 그들과 공유하며 살아온 이로써, 역사의 사초 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떠난 그들의 개인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그들이 살아온 자취를 소설로 써서 후세대에 남긴다.
갑자년, 그 무렵 태어난 이들이 피로 나라를 지키고, 굶주림을 참으며 땀 흘린 노력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바탕이 되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우리 강토에 다시는 나라를 잃은 슬픔과 이념의 분열, 전쟁의 참화와 굶주림이 없기를 바란다. 그 시절 이 땅에 태어나 살다가 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생 갑자(1924년)생 1권 「나라 잃은 백성들」, 2권 「혼란과 전쟁」에 이어 3권 「폐허를 딛고 일어선 번영 속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작가소개>
소설가 안문현(安文鉉)
• 경북 안동 출생
• 경북인터넷고등학교장 역임
• 월간 『문학세계』 시 「지리산」, 「주산지」, 「나부상」으로 등단
• 월간 『문학저널』 소설 「양귀비」로 등단
• 시집 『처용가를 거꾸로 읽다』
• 장편소설 『핏줄』, 중편소설 「메아리」, 「봉달이」, 단편소설 외 다수
• 같이 쓴 책 『무형문화재 자료조사 연구』 국립문화재연구소, 『도동곡 자료조사보고』 영주문화원 외 다수
•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회원
E-mail _ hogolsan@hanmail.net
<이 책의 목차>
01. 코하루의 애환
02. 혼돈의 시대
03. 빨치산의 습격
04. 저승사자 밤손님
05. 밤과 낮이 다른 세상
06. 나를 죽이고 대원들을 돌려보내라
07. 전쟁이 일어나다
08. 붉은 완장 찬 사위
09. 평양에서 출발한 기차
10. 의용군으로 잡혀간 안동철
11.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해병 조태웅
12. 우희의 피난살이
13. 전우의 시체를 넘어서
14. 거제도 포로수용소
15. 후퇴하는 인민군
16. 제주도 신병훈련소
17. 전쟁터로 간 신병들
18. 해병의 고지전투
19. 살기 위해 죽여야 하는 전쟁터
20. 반대 속에 이루어진 휴전
<이 책 본문 中에서>
서로의 교전이 아니라 빨치산의 일방적인 공격에 토벌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대항해 싸울 수도, 물러날 퇴로도 없는 진퇴양난이었다. 지용호 봉화경찰서장은 부하 경찰과 대한청년단 군청 서기로 구성된 대원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용호 경찰서장은 큰소리로 말했다.
“나는 봉화 경찰서장 지용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다른 사람들을 돌려보내라.”
총지휘를 맡은 청량산 빨치산 대장 권정봉은 봉화경찰서장의 협상 제의 소리를 듣고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는 무기를 획득하고 봉화경찰서장만 제거하면 되지 일반 경찰이나 동원되어 나온 민간인들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좋다. 경찰서장은 손들고 앞으로 나오라.”
“나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돌려보낸다는 약속부터 해라.”
“그래, 좋다. 남로당 제8지구당 위원장 권정봉 이름으로 약속한다.”
지용호 봉화경찰서장은 손을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경찰 마크가 달린 검은 제모에 번쩍거리는 금테와 모자챙에 금실로 장식된 경찰서장 모자가 하늘에 뜬 반달 빛을 받아 번쩍였다. 공비들은 총과 죽창을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지용호 서장이 들고 있던 권총과 허리에 찬 권총집을 빼앗아 무장해제를 시키고, 포승줄로 서장의 손을 묶었다. 토벌대 대원들은 자신들을 살리고 스스로 빨치산의 포로가 되는 경찰서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용호 경찰서장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포승줄에 손이 묶이면서도 빨치산의 두목 권정봉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렇게 추격하며 잡으려고 애쓰던 빨치산 대장 권정봉의 얼굴을 처음 대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지용호 경찰서장에게 밤낮 쫓기기만 하던 빨치산 권정봉 대장이 바로 앞에 있었다. 운명이 참 얄궂었다. 잡으려고 밤낮 쫓던 빨치산 대장 권정봉의 포로가 되다니? 지용호 경찰서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추천사>
신작 장편 역사소설 「인생 갑자(1924년)생 2 - 혼란과 전쟁」은 해방 후 6.25전쟁과 휴전까지의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화법으로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이번 2권 역시 1권과 같이 갑자생 예안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당시 민주주의가 뭔지, 공산주의가 뭔지도 알 수 없이 갑자기 시작된 6.25전쟁은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고,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지게 했다.
우혁과 그의 친구들이 시대의 상황에 따라 같은 편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적이 되어 서로를 향해 총을 쏴야만 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되어 나라를 찾고, 이름을 찾은 기쁨은 후에 불어닥칠 시련의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었음을 예고하고, 이야기 전반에 걸쳐 전쟁의 참상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준 전쟁은 너무나 끔찍하고 무섭고 가혹했다. 전쟁터에 납치당하듯 끌려가는 어린 학생의 두려움 속에서, 아들의 무사함을 기도하며 소를 팔며 평생을 지켜온 정직함까지 팔아야 했던 아버지들에게서,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온 남편을 보는 젊은 아낙의 절규들에서, 그리고 언제 다가올지 모를 죽음의 공포, 그 공포 사이에서도 살아있는 뜨거운 사랑과 슬그머니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가 의도한 모든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대로 전해진다.
작가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이데올로기의 대립 사이에서 스스로는 죽음과 삶조차 선택할 수도 없었던 그 시대를 견디어 온 예안 사람들의 한과 눈물 그리고 극복해 나가는 의지를 후대를 사는 우리에게 보여주어 작금의 시대와 같이 개인 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우리의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안문현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32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