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서초동 정치검찰]
모순 아닌 게 거의 없다시피한 게 인생이다. 우리 인생이란 게 대개가 그렇다. 그래서 모순투성이인 인생에서 법이란 그물에 걸려들게 되면 그간의 온갖 모순된 말과 행동들이 밖으로 드러난다.
법을 관리하고 시행하는 검사나 법관은 물론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설사 상당한 도덕심을 지닌 사람들도 법의 그물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법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게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유죄 추정의 수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유죄를 의심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시작할 수는 없기에 말이다.
그런데 수사를 광범위하게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서 집요하게 하는 경우, 그 성패에 따라 수사 검찰에게는 자존심과 능력 유무의 평판이 내려지게 되고, 수사 결과의 실패는 곧 자기 무덤이 되고 만다.
그러기에 검찰은 사생결단의 사활을 걸고 덤벼들며 없는 죄까지 만들어내려는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모순투성이로서 살아 온 사람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겁박과 수모를 겪게 됨은 물론이다.
법이란 그물 속에 걸러진 수많은 과거의 모순된 선택, 판단, 결정, 말, 행위들은 모두 약점으로 잡혀지게 되고, 의기소침하게 되며, 피해망상으로까지 나아가, 결국엔 "나는 참 나쁜 놈으로 살았구나!", "나는 정말 파렴치한 짐승이었구나!"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죄의 유무'를 가려내는 게 검찰이지만, 실상으로는 '사람 자체를 단죄'하려 든다.
하물며 도박꾼들조차도 "돈만 따가. 사람까지 잡아먹으려 하지 말고."라고 하는데 말이다.
"검찰은 죄를 벌하는 것이지, 사람 자체를 벌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도덕과 비도덕을 가리는 게 아니라, 합법과 불법을 다루어야 한다. 만일 검사가 불법이 아닌 비도덕을 추궁한다면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이 되는 것이고, 또 이를 언론에 흘리는 행위는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내던지는 행위임과 동시에 완전한 불법이 된다.
그러므로 수사를 개시할 때, 검찰은 수사의 목적과 수사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하고, 그밖의 것들은 '여죄'로서 달리 처리해야 한다. 사건의 본말이 전도되는 수사는 이미 '인권 유린'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래서 A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면, A부터 뒤지고 나서 필요에 따라 A와 인과관계로 연결된 B, C, D를 조사하지, A라는 살인 사건 현장은 살피지 않은 채, 전혀 A와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B, C, D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서 A와 엮으려는 시도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이다.
그래서 "가족 인질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현직 부장검사의 입에서도 "명백한 과잉수사", "창피한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수사 목적은 알겠는데, 수사 방향은 엉뚱하고, 수사 범위는 무한대고, 동원된 수사 인원은 과도하고,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법 밖의 일들을 언론에 흘리고, 경중을 가리지 않고, 불법을 드러내는 대신 비도덕성을 부각시키고, 때로는 피의자의 진술 내용조차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도대체 지금 검찰이 무엇을 하려는 지 아무도 모른 채, 검찰의 입만 바라보는 이런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 수사를 시작할 때, 검찰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론 분열을 조장하면서도, 선명한 결과 하나 못 내놓는 현재의 검찰은 진정 '정치 검찰'을 자임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정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윤석열 검찰은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지 진짜 모르겠다.
여태껏 우리가 검찰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은, "~일지도 모른다."였을 뿐, "~이다."라는 걸 듣도 보도 못 했다.
kjm / 201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