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리액션해야 하나요?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53
일시 : 2020년 12월 18일
장소 : 새빛센터
1.
아니나 다를까.
먹먹하다.
그냥 가만히 어깨를 감싸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토닥해 주거나, 눈물을 글썽이거나, 말을 잇지 못하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뭐 그러는 것 외에 나로서는 달리 할 게 없다.
아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어떻게 리액션해야 하나?
2.
1) 퇴소 날짜가 머지않은 ‘김동’은 자서전은 쓰지 않기로 했고, 책도 못 읽어서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썼다. 다음 주에 다른 아이들도 이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다. ‘김동’은 “지금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2) 작년에 있었던 사고친 스토리를 쓴 ‘김재’는 비행이 몸에 밴 습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순간 놀라서 숨을 멈추어야 했다. 작년 이맘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날이 자기 생일이었고, 그날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느라고 아버지의 운명은커녕 장례도 가지 못했고, 운명한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정신 없이 놀던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흰 봉투를 건넨다. 용돈인 줄 알고 좋아서 열어보았는데.......
아버지의 편지이다.
편지 내용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충격과 함께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몸에 밴 습관으로 또 다시 놀고, 놀다가 사고 치고 여기에 들어왔다. “이런 글을 쓰게 하고, 저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며 저를 돌아볼 수 있게 해 해주신 김기현목사님께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3) ‘조민’의 글이다. 초등 6학년 때 폭력으로 재판 받고 1년 정도 지나서 다시 비행을 저질러서 들어왔다. 이 아이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문장 마다, 문단 마다 박아 넣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 것이 마지막이 아니고, 끝을 못 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미리 경험’한 것이라 여기고 효도하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4) ‘김태’의 글. 역시 낙천적인 성격의 친구다. 문신한 이야기, 사고친 이야기와 함께 먼 훗날 오늘의 나를 바라보며, 추억처럼 회고할 것이라고 썼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그렇게 할 날 올거야. 잘 지내자!
5) ‘김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글을 썼다. 다 읽지 못했다. 줄거리를 요약했는데, 책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6) ‘조류’는 자신의 열 아홉 삶을 담담하게 적었다. 3살에 이혼한 부모님. 기억도, 추억도 없는 어머니. 그러나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마음.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그것이 점차 반항으로 표출되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왜 아버지라고 함부로 개입하느냐고 길길이 날뛰던 녀석인데, 지금은 잘못을 인정하고, 무엇 보다도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에게 죄송하고 꼭 효도하고 싶단다. 이 글의 마지막 말은 “제 주위 사람 가족 친구를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7)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고 ‘김태’는 글을 썼다. 줄거리 요약은 얼추 했는데,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듯 하다.
8) “나의 과거 기억”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것은 ‘임승’이다. 초등과 중등 때부터 한 달에 자그마치 100원 가량을 피시방에 썼단다. 그리고 게임하고 잠도 안 자고, 밥도 건너 뛰는 아이가 미워서 아버지는 죽을 정도로, 죽지 않을 정도로 때리고 또 때린다. 낭떠러지에서 발로 찼을 정도니 아이는 생명의 위협 마저 느꼈을 터. 그 아버지가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개월 후에 비극적으로 운명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전 정신을 차린 것입니다.”
“아버지가 지금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
옮겨 적는 내 눈에 눈물이 맺힌다. 울먹하는 표정으로 다가가서 살짝 안아주고, 잘 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밖에 못했다. 힘 내라고,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했지 싶다.
3.
그냥, 선한 목자께서 이 아이들을 지켜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