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90/200218]“친구들아 눈구경 기차여행 어때?”
어제, 소생의 졸문 생활일기 한 편이, 서울 친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글을 심금心 琴을 울린 듯, 기똥차게 잘 써서 그랬을까?(찬샘통신 89/눈 내리는 아침). 그 글을 새벽에 접한 우리의 ‘왕회장’, 이무런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겠다. “전국에 걸쳐 눈이 온다는데, 전북 임실에 폭설이 쏟아져 눈구경이 장관壯觀이라는데, 기차여행 어때? 환타스틱하지 않겠냐?” “좋지 좋아. 나도 근질근질했는데. Let’s go.” ‘오후 3시 30분 SRT 4명 예약. 익산 환승 오수역 무궁화호 6시 6분 도착. 마중 바람’이라는 카톡을 보고 대경실색, “어쩌면 이런 번개팅이?” 이 인간들이 이 눈속을 뚫고 올 생각을 하다니?
더욱 가관인 것은 ‘메추리 숯불구이’가 먹고 싶다고 한다. 메추리 구이, 금시초문이다. 이 눈속에 메추리를 어디서 구한다? 아예 전주 어디에 가면 있을 거란다. 그렇다면, 그거야 못해 주랴? 휘날리는 눈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꾀복쟁이 동네친구와 ‘목숨을 걸고’ 전주를 다녀오다. 참새보다는 두세 배 크고 비둘기보다는 조금 작은 메추리. 구워 먹어도, 조림을 해먹어도 엄청 맛있는 겨울의 별미라 한다. 14마리를 손질하여 냉동보관 1봉지에 2만원, 더 사려고 해도 딱 3봉지뿐이란다. 42마리면 충분할까? 이 친구들, 사람 좋은 전주친구에게 ‘민폐’를 끼쳤다. 환승하는 게 성가시니, 익산으로 마중을 나오면 안될까? 그 친구, 만사를 제치고 오케이. 하여 우리집에 도착한 게 6시. 동네앞 눈밭에서 벌러덩 눕기도 하고, 철없는 아이들처럼 눈싸움도 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대문을 들어선다. 이런? 이런?
마침 순천에서 나홀로 상경한 요양병원 행정실장과 동네 회관마당에서 만났다던가. 기쁨 두 배. 함께 들어선다. 일복 많은 여동생, 마침맞게 광양에서 약속이나 한 듯 올라와, 나의 수고로움을 백퍼100% 덜어주다. 팥칼국수 한 그릇씩로 허기를 약간 때우다. 하얗게 눈 덮인 마당 한구석에 빨간 숯불이 피어오른다. 숯불구이의 달인이 있지 않은가. 인증샷 찰칵찰칵. 메추리는 세꼬시로 제격인 듯, 뼈까지 오독오독 맛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지만, 처음 먹어보는 까칠한 입의 소유자는 아마도 포장마차 참새구이와 정종대포 한잔의 추억이 없는 모양이다. 소주와 맥주, 막걸리가 또다시 난비亂飛한다. 뜨끈뜨끈한 사랑채, Guest room에서. 한쪽에선 셧다판 족보를 적고 있고. 자, 시작이다. 국민오락 고스톱보다는 노름성이 훨 강한 화투 2장 죄기. 장땅을 누르는 삼팔광땅을 보아라! 돈은 잃어도 기분만큼은 째진다.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 육이오때 난리는 저리 가라인가? 그렇게 메추리와 셧다와 함께 겨울 끝자락 밤이 깊어간다.
그런데 이것은 또 웬일인가? 익산에서 오수까지 1차 수송을 책임진 친구가 손자 때문에 또 한번의 걸음을 한 후, 늦은밤에 감성돔 회를 푸짐하게 들고 왔다. 시골 촌구석에서 밤 11시, 감성동 회파티라니? 모두 입 호사豪奢에 싱글벙글, 쓴 소주가 맹물같다니? 7명이 해치운(2명은 아예 입도 안댔는데도) 소주 8병, 막걸리 4병. 새벽 2시까지 그렇게 찌그락짜그락, 화기 갈갈하게, 화투를 죄는 넘, 일찌감치 손 털고 자는 넘, 마지막 노름역사상 처음으로 돈을 딴 넘이 친구들에게 ‘꼬지’ 주는 기쁨으로 ‘친목전쟁親睦戰爭’을 평정했다는 후문이다. 신새벽, 쥐도새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전주친구가 고맙지 아니한가? 무조건 5시면 운동을 나간다는 몸에 밴 습관이 2km여 떨어진 고향집의 손자를 보러 간 거겠지.
여동생이 끓여준 속풀이 황태국으로 해장을 한 후, 사랑방에서 장기 한 판을 두는 넘, 아주까리 씨앗을 일일이 다듬는 넘(잎을 무쳐먹으면 특히 맛있다 한다), 문화영화를 사랑하며 인터넷을 즐기는 넘(아, 이 친구는 효능이 제법 강력하다는 사랑의 묘약을 네 알이나 주고 갔다. 네 번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터이니, 우정의 선물이렷다. 특히 고맙다), 창문으로 바라본 일출日出에 감격하는 넘, 인증샷을 단톡방에 올리는 넘, 빤스만 입고 30여분 새벽 몸푸는 스트레칭에 한창인 넘은 어찌 그리 저팔계를 닮았으랴. 흐흐. 그렇게 화요일의 아침은 밝아오고.
지방 간선로 적설로 오지 못해 못내 안타까워한 친구의 콜이다. 이백면 청국장을 쏠터이니 달려오시라. 순천 친구의 아우디 승용차에 풀로 5명. 나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남원 당구장에서 한 게임을 했다던가. ‘전원주택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벌써 여러 번 보여준 잉꼬부부의 집에서 커피를 우아하게 단체로 마셨다던가. 맛집 추어탕에서 민물새우 튀김까지 맛을 보고 남원역으로 향했다던가. 그리하여 저녁 7시쯤에 모두 그전날 나온 ‘구멍’으로 상큼한 눈 추억을 안고 다시 기어들어갔다던가. 고맙다. 친구들아. 모두 아무 탈없이 귀가歸家를 하였으니, 형수님들로부터 원망들을 일은 없을 터이니. 남원 사매터널에서는 30중 추돌로 4명도 넘게 비명횡사한 불상사가 났다는데 말이다. 죽어도 민폐 아니니, 꽃 피는 봄이 오면 ‘내 곁(우리집)’으로 온다고 말해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환영이다. 사랑한다. 베프들(best friends)이여!
첫댓글 오랜친구들이 날마다 가더라도 지겹지 않은 그곳
나는 이핑계 저 핑계로 못갔다 아직 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실은 별것아닌데 하면서 극복이 인되는 난 언제쯤 훨훨. 날아 볼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