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대한민국 훈장도 일본 허락받고 줘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그 입 다물라! |
안타깝게도 우리는 국가 위신이 한 순간에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윤석열 정권 반년 만에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을 구실로 적반하장 태도를 취해 온 일본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도리어 대법원에 계류중인 강제 매각 최종 판결에 개입해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마저 가로 막았던 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일본을 의식해 스스로 양금덕 할머니의 인권상과 훈장마저 손목에서 잡아채는 치졸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일본 허락 없이는 대한민국 훈장도 마음대로 수여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러고도 제대로 된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강제동원 피해자의 입을 막고 팔을 비틀어 얻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진정한 관계 개선이라는 말인가?
윤석열 정부가 대법원 배상 판결을 4년 넘도록 무시하는 일본을 오히려 상전 모시듯 할 때, 일본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라.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각의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을 공식 결정했다. '반격 능력' 보유라는 명분으로 적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것을 명기하고, 방위력을 대폭 강화해 5년 뒤에는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가, 전쟁 수행이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전범국 일본이 반성은커녕 군사대국화로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용기를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윤석열 정권의 빈약한 역사의식, 저자세 굴욕외교가 그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수상을 두고 벌어진 사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아래와 같이 윤석열 정부, 외교부에 묻고자 한다.
1)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과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도 모자라, 외교부가 태연자약하게 연일 거짓 해명까지 내놓고 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 수상과 서훈 추서에 대해 “상 자체를 주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치도록 한 절차적 문제 때문에 빚어진 문제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는 해명이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이 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은 아니고, 저희는 아니지만 타 부처(의 경우) 이견 제시해 진행이 정지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거짓이다. 정부 서훈을 주관하고 있는 행전안전부가 국회 민주당 김철민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에 의하면, 최소한 2007년 국정관리시스템이 전산화 된 이후 현재까지 국무회의 안건 상정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이견’으로 서훈이 무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외교부의 설명대로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로 이견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양금덕 할머니의 수상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있지도 않는 사실을 꺼내 상황을 호도한다면 이것은 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교부가 다른 부처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 외교부는 그 근거가 있다면 당장 제시해 달라.
2)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다급한 나머지 15일 대법원 확정판결 생존 피해자 3명을 언급하며, “지금 세 분이 생존해 계신데, 조금 더 고민해서 검토해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있다”며 “형평성 측면을 고려해 (행안부에) 입장을 전달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외교부의 해명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양금덕 할머니의 수상을 좌초시켜야 할 이유로는 납득될 수 없다. 왜냐면 만약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분들도 추가로 추천하면 될 일이지, 양금덕 할머니의 수상을 굳이 중지시켜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외교부의 주장대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외교부가 양금덕 할머니를 포함해 확정 판결 생존 피해자 3명 모두 인권상 및 국민훈장 포상자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추천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외교부의 해명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양금덕 할머니의 상을 막을 것이 아니라, 외교부가 다른 분들을 추가로 추천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외교부는 그럴 의사가 있는가?
3) 사실 외교부가 난데없이 다른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형평성’을 언급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점에서 외교부는 다른 2명(김성주, 이춘식)의 확정 판결 생존 피해자들이 양금덕 할머니에 필적할만한 어떤 공적이 있는지, 먼저 제시해 주기 바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양금덕 할머니가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포상 대상자로 최종 추천된 것은 단순히 피해자의 한 사람이거나, 처지가 딱해서가 아니다. 양금덕 할머니는 ▲1992년 광주천인소송 원고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1994년 관부재판(3차 원고) ▲1999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등 일본에서만 3차례나 소송에 참여한 한일 과거사 투쟁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 뿐만 아니라 ▲2012년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마침내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얻어 낸, 말 그대로 30년 동안 일본의 반인륜범죄를 고발하며 인권회복을 위해 한 길을 걸어 온 끈기와 의지의 상징이다.
대법원 승소 판결을 얻고도 배상은커녕 심지어 한일 양국 정부에 치어 놀림감 취급을 받고 있는 생존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추천하는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이 경로잔치 ‘사은품’ 나눠주듯 아무한테나 적당히 나눠주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과 훈장 추천 문제가 다른 피해자들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 외교부가 속 시원하게 밝혀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강조하지만, 궁지에 몰린 외교부가 느닷없이 ‘형평성’ 얘기를 꺼내는 것은 30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한 길을 걸어온 양금덕 할머니의 공적 활동을 깎아 내리는 불순한 의도이자, ‘대한민국 인권상’의 권위를 모독하는 것이다. 외교부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난데없이 다른 피해자들을 끌어 들여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불순할 뿐 아니라 비열한 짓이 아닐 수 없다.
4)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5일 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내년도에 관계부처 협의 거쳐서 진지하게 잘 추진하자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내년도에 재차 추진될 경우 진지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기왕에 외교부도 ‘상 자체에 반대할 생각이 없는’데다 ‘내년에 잘 추진하자’는 뜻이라면, 굳이 내년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즉 지금이라도 당장 관련 협의 절차를 진행해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시키면 될 일이다. 따라서 외교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분명하게 밝혀 달라.
5) 아울러 만약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연내 추진이 어렵다면, 외교부가 직접 내년에 양금덕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포상 대상자로 추천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타당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데 대한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외교부가 나서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 피해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광주에 계신 양금덕 할머니 댁을 찾아뵙고, 할머니로부터 ‘편지’와 인생 역정이 담긴 ‘자서전’을 직접 전달받은 박진 장관은 양금덕 할머니의 삶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에 묻는다. 외교부는 내년에 양금덕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포상 대상자로 직접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
- 피해자의 팔을 비트는 것이 관계 개선인가? 굴욕외교 규탄한다!
- 대한민국 훈장도 일본 허락받고 줘야 하나?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 쪽팔려서 못살겠다. 저자세 굴욕외교 당장 중단하라!
2022년 12월 19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