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승부'를 회피한 바보 대통령과 바보 참모들의 운명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공격에도 그대로 노출
崔普植(최보식의 언론 편집인)
MBC 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나름대로 어렵게 결심했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고 난 그날, 나는 "수세적 답변'에서 그대로 드러난 윤 대통령의 내면...정국 반전 실패"라는 칼럼을 썼다.
예상대로 회견의 효과는 별로 없었고 오히려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만 더 떠들게 만들고 있다.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공격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회견을 준비할 때 비록 사전 질문지가 없었다고 해도 어떤 질문이 나올지는 예상되는 것이다. 최근 핫 이슈들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관련돼 있는데, 당연히 예상 출제 문항을 뽑을 수있다.
그런 질문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내용으로 답변하면 어떻게 뉴스의 제목이 뽑힐지도 예상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어떤 답변에 야당이나 여론의 반응이 어떠할지도 충분히 예상된다. 그걸 예상 못 했거나 그런 시물레이션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할 말 없는 바보 대통령과 바보 참모들이다.
기자회견에서 한상 가득 차려놓아도 어차피 국민들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이슈는 한정돼있다.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한동훈' '의료개혁' 등이다. 언론 속성상 다른 것들은 젓가락이 가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선택과 집중으로 여기에 올인해야 했다.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채상병 특검'을 보자. 이런 문답이 있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조사 보고를 받고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나?
"사고 소식을 듣고, 돌아가신 분의 시신 수습을 위해 무리하게 대민작전을 진행해 인명 사고를 낸 데 대해 국방장관을 질책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현재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진행을 하고 있다. 만약 결과가 나와서 내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우면 내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
세간에서는 윤 대통령의 격노로 '강직한' 해병대 수사단장의 수사보고서가 고쳐줬다고들 믿고 있는데, 대통령의 위와 같은 답변이 과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겠나.
왜 대통령은 이 사건의 수사보고를 받고 격노했는지, 왜 수사보고서는 정정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TV를 보고 있는 가운데 수세적 답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아듣게 설명했어야 했다.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납득을 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재작년 민주당이 개정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내 사망사건 수사 권한은 민간경찰로 넘어갔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에서 사망 사건 관련자들과 혐의까지 특정한 이첩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법에 어긋난 '월권'이었습니다. 이를 지적한 것이 '수사개입'이라고 합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저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놓고 이제 와서 군사경찰(해병대 수사단)의 월권 수사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대민지원 작전 과정에서 해병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도의적 책임은 어떨지 모르나 그 법적 책임을 현장에 없었던 윗선까지 묻는다면, 중대장 대대장 현장 지휘관은 왜 필요합니까. 격류가 흐르는 하천 속에 구명조끼 없이 병사들을 들어보내야 하는지 말지는 그 상황에서 현장지휘관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사안입니다. 현장지휘관들이 이런 작전 판단도 못하고 자신의 부하들을 보호하지 않고 상부에서 걸려온 전화 때문에 어떻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행여 상부에서 그런 전화가 왔으면 '현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겁니다. 현장이 중요한 겁니다. "
윤 대통령이 이렇게 답변해도 물론 시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윤 대통령이 옳은 말 했다'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떠나갔던 마음들이 '한번만 더 기회를 주자'며 돌아왔을지 모른다.
오랜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여론과 거대 야당의 신경을 건드릴까봐 '정면 승부'를 피하고 수세적 혹은 하나마나한 회피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니 얻는 게 아무 것도 없고, 정국을 반전시키지도 못했다. 이대로 계속 끌려가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면, 지금이라도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TV 카메라 앞에서 장시간 토론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꼭 격식을 차려야 할 이유가 없다.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도 국민의 점수를 얻는다.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왜 문제가 있는지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자기 보호'를 위해 그런다는 인상을 주면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말 국민들 마음에 '탄핵'의 주단을 깔아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