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회장님, 그간 연락은 전에 비해 못드렸지만 잘지내시리라 믿습니다.
자주 연락을 주고 받지 못함은 저나 회장님이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황들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4월 중순즈음이면 녹색성장기본법이 한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중략…..
지난 주에 벤처캐피털의 임원으로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벤처캐피털업계의 동향은 추정한대로 역시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처해있더군요. 투자를 하고 싶은 기업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투자를 받고 싶은 기업에는 투자를 하고 싶지 않은 거죠. 기업들 입장에서는 안타깝겠지만 제가 벤처캐피털사 임원이라도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겁니다. 저 역시 몇년 전부터 지금은 아무것도 해선 안된다는 전략관을 가졌었고 현재도 저 전략관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회장님과 00과 글로벌 동향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이번 경제위기는 한 두해로 끝나지 않을 거 같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벤처캐피털사에 있는 친구가 업체소개해주면 수수료 챙겨주겠다고 전부터 얘기했지만 오히려 내보기에 소개해줄만 업체가 없다고 했더니 공감한다면서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저 친구는 한국 벤처캐피털업계에 산 증인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난 뒤에 현장이라는 게 꼭 현장에 가야만 그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 한 셈입니다. 얼마 전에도 업체 한 두군데를 알아봤지만 제가 판단컨대 철판 깔지 않고는 소개를 해줄만한 업체가 못되어서 아예 검토도 안했습니다. 자기 시장의 (국내외)시장전망도 제대로 못하는 기업들(오너)이 한 두군데가 아니더군요. 어떻게 이 세파를 헤쳐나갈려고. 내 좋자고 친구에게 부담주는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종종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돈 잃고 사람잃는 넘이 제일 바보라 아닙니까^^.
00동 사무실에 있는 저의 동료들 역시도 사업추진을 돌다리 두드려가면서 하고 있는 지가 오래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자본에 의존할 수 없고 어떻게든 자기자본으로 사업추진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단순한 위기로 끝나지 않을겁니다. 100여년 이상 지속되었던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모든 국가, 모든 경제주체들(가계, 기업, 정부)들에게 혼란과 도전이란 과제를 던져줄 거라고 봅니다. 갈수록....
2000년대 초반 제가 겪었던 IT벤처버블의 후유증을 저는 아직 잊고 있지 않습니다.
그 후유증이 제게 시련과 고통을 주었고 현재도 주고 있지만 저런 시련과 고통이 없었더라면 넓은 시야와 올바른 시각을 가질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겠죠. 굳이 잘난 척하자면 개인적으로도 현재도 범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버블의 유탄에 맞지 않았으니까요.
새삼 IT벤처버블 때 얘기가 나오니 웃음이 나옵니다. 다 해봤습니다. 홍보만 하더라도 PR 하고플때 때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신문/ TV에 다 해봤고, 나중에는 우리회사를 갈구는 진짜 기자정신 가진 기자에게 文武를 총동원해서 입막음을 했었었고, 당시의 든든한 가방을 무기삼아 훨씬 나이많고 높은 분 앞에서 다리 꼬고 앉아서 담배 뽀금 뽀금 피우기도 했었고. 대통령다음으로 높다는 분들 전시장에 오시게 해봤고...하여튼 한국은 그너므 인간관계가 종종 문제죠^^. 선후배, 과거 동지...
지금 저 당시를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Jjok팔립니다. 이래서 씨건방이 재발안하게 저는 꼭 한번씩 복기를 해야하나 봅니다ㅎㅎ.
거시경제의 큰 틀이 바뀌는 , 산업적으로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모든 업종에서 종전의 생산, 판매 그리고 소비 방식이 변하는 상황에서 누구든 과감한 도전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국내 창업시장만 보더라도 소자본투입과 소비절약패턴으로 떡뽁이 프랜차이즈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떡뽁이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수에서 전년대비 100%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 특히 확실한 수익원이 없는 기업들은 더더욱 설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금융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을 옥죄는 현상들이 이미 발생했다고 하겠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가 대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보다 높아진지가 아마 1분기가 지났을거고 이런 대출금리 역전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거라고 봅니다. 또한 시장에서도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현재도 치열하죠). 시장크기가(수출,내수) 줄어드는 가운데 재고를 줄였지만 다시 재고가 쌓여가니까 밀어내기라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거든요. 밀어내기 벅차면 임금을 줄이든지 직원을 내보내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할겁니다. 아니면 오너개인의 금융,부동산자산을 팔아서 회사에 넣던지, 그것도 하기 싫으면 날려버리든지. 세계최고 부자라는 워렌버핏씨도 자기 회사의 구조조정을 한 지가 언제인데.
이런 상황이니 환경,신재생에너지 등 소위 친환경사업들은 타 업종에 비해 더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을까라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당장 신재생에너지만 하더라도 공급과잉으로 정부도 버블을 빼기위해 규제 또는 지원축소 쪽으로 정책선회를 하는 거 같구요, 장려정책 문서에 날인한 장관의 만년필 잉크가 아직 마르지도 않았을거 같은데말입니다. 멀리 스페인에서는 태양광기업들의 줄도산,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세계최대의 태양광 시장이라고 하더군요. 스페인은 유럽에서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국보다 선진국입니다. 한국사람들 전부는 아니지만 미국,영국, 독일, 일본만 선진국인 줄 착각하는 한국인들이 꽤 많답니다.
금융권의 움직임에 저는 종종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융권이 금융자본주의를 만들어낸 최대 공범이자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금융권에서 돈의 흐름변화는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치잖습니까. 은행이 은행의 고유기능을 수행토록 규제하는 미국의 금융규제개혁법안이 3월에 통과되면서 한국의 금융권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은행권들이 소리없는 구조조정에 나서게 될 거고 그 가운데에 자기시장을 확고하게 갖고 있지 못하거나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먼저 퇴출이 될거라고 봅니다. 당장 은행들의 예대율도 축소되고 있어서 은행들의 수익원이 조금 말라가고 있고 은행에 대한 범세계적인 규제들이 향후 1~2년내에 시행이 될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올해 들어와서 파트너들에게 줄곧 자력갱생을 얘기해왔습니다. 자력갱생하면 떨뜨름해 하지만 뭐 어쩝니까 갈수록 자기살기 바쁠건데^^. 그리고 저도 이제 나이가 청춘이 아니잖습니까. 앞으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력갱생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거라고 보는데 저를 포함한 우리파트너들도 역시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겠죠.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면서 좋은 소식들을 전해야는데 GOOD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듣기 좋은 말이라도 해드려야하는데 그렇치 못한 점 양해바라구요. 용기내세요. 저는 앞으로 돈은 넓은 시야와 올바른 시각을 갖고 있는 기업에게로 흘러들어 올거라고 봅니다. 담보나 겉치레가 화려한 기업이나 개인일수록 폭풍을 헤쳐나가는 역량은 떨어진다고 錢主(금융권 등)들이 보고 있을겁니다. 그래서 신용평가역량이나 분석역량을 금융권들이 더 강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구요.
회장님과 00를 종전처럼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들어서서 세계적인 현인들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요, 최제우/이익/정약용/이중환, 토마스모어/뉴턴/갈릴레이/찰스다윈/조지프슘페터 등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서 우리가 겪는 시련과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함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시련과 고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가 성공하는 데에 그 자양분임을 확신하였습니다. 또한 낙천적인 인생관이 또다른 성공의 자양분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가지로 힘드시더라도 낙천적인 사고와 삶을 일터에서나 가정에서 실현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시길 빕니다.
4월 한달동안에 회장님과 00에게 지난 달보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빕니다.
추신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기업, 정부)은 악한 사람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겸허하게 읽어보고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뵙니다.
저도 아직 겸허하지 못해서 가끔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100여년 이상 지속되었던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모든 국가, 모든 경제주체들(가계, 기업, 정부)들에게 혼란과 도전이란 과제를 던져줄 거라고 봅니다. 갈수록...." 이 부분을 꼽씹어 보렵니다.
저도 더 열심히 꼽씹어 보겠습니다^^. 근데 참 쉽지 않네요.
유익한 정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했던 실수들이 다른 분에게 유익했으면 합니다 ㅎㅎ.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기업, 정부)은 악한 사람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저는 이부분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저도 갈수록 어리석은 사람이 안될려고 노력중인데 더 두고봐야 할 거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그러다 보면 더욱 발전이 있으시겠죠.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 인간이 발전한다는 게 참 힘드네요. 훌륭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깨치던데^^.
어리석은 사람이 설상가상으로 용감무쌍가지 하다면 그가 저지르는 사고를 막을 자 없릉 것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지요.
더 어렵군요. 어리석지 않으려면...
저도 다시 어리석지 않을려고 쓰본 글입니다. 근데 노력하면 덜 어리석어 지지 않겠습니까.
요즘에 모습을 통 못 보겠습니다...자주 나와 주세요...~~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진짜 오랜만입니다. 재작년 초인가 신촌에서 소장님 강연할때 뵈었었죠. 자주 못나가서 죄송합니다만 또 뵐날이 있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다가 남이 두드려 걷는거 보고 건너려고 해서야.. 그게 벤처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은행이지요... 구글이 있기 전에 100개, 1000개, 10000개의 사라진 구글like들이 있었는데.. 구글 하나의 성공 사례만 보고 그런 모델을 찾아다녀서는 벤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라진 9999개 중에서 그들의 기술과 경험이 다른 분야에서 혹은 시차를 두고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오랜, 많은 이들의 기술과 경험의 축적이 구글과 애플을 만드는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혹은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이 이런 리스크를 담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초기 벤처가 성공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그 성공여부는 산술적인 수익성 예측과 계산보다는 직관에 더 가깝다고 보는데..) 벤쳐 캐피탈도 기업이니 자신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잘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생경한, 지금 봐서는 대단한 수익과 바로 연결되는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지만 뭔가 막연하게 그냥''와~ 훌룡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게 세상을 바꿀거야!' 이런데다 쓸 돈도 10%는 되야하지 않을런지...
글케 말입니다. 애시당초 국내에 모험자본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벤처캐피털이 언제부터 고리대금업자와 비슷해지는 거 같습니다. 물론 벤처캐피털업계 계신분들(월급쟁이 임직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참... 이거 제 돈을 쏟아 부을 수도 없고 ㅎㅎ. 모험자본이 꼬리를 내리면 다른 자본은 어쩌라고. 생각날때 마다 많이 아쉽네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혁신이 필요하고 도전정신이 있어야 하는 때 같은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자력갱생이 중요합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아도... 저의 요즘 목표는 빨리 돈벌어서 4만위안짜리 "빵차"를 뽑는 것입니다. 최고 8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섬유원단도 운송할 수 있거든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용성있는 다목적 차니까요...ㅎㅎ
ㅎㅎㅎ 행민님 반갑습니다. 아니 일찍 주무셔야지 야심한 시간에^^. 얼마전에 동료들에게 행민님 소식 전했구요.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 또 합니다만 김00 소장님 같은 분을 벤치마킹하시면 나중에 뭘해도 될겁니다. 건강하시고 좀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저처럼 옹졸하지 마시고 넓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섬뜩하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yu님은 우리세대보다 잘 하실겁니다. 선배들 고령화되면 연금 펑크 난거 잘 좀 메꾸어주세용^^.
기초 기초를 생각합니다... 지금 부모님께서 농사를 하고 계시지만 우리나라의 한 기초라고 봅니다... 가끔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어볼까도 하는데.. 우리나라 특성 영세농업를 탈피할 여력이 없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