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직장인 이모(여·31·부산 동래구 안락동) 씨는 퇴근 후 해운대에 있는 한 모텔로 이동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색 송년 모임을 보내고자 모텔에 있는 파티룸을 예약했다. 해운대 A 모텔은 객실 내 스파가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노래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이 씨와 친구들은 각종 조명과 풍선으로 장식된 모텔방 안에서 파자마 파티를 즐겼다. 밖에서 사 온 와인과 치즈도 곁들였다. 이 씨는 "예전에는 빈 술집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사람끼리 편하게 송년 모임을 하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모텔은 도서관을 대신한 공부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장모(여·27·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스터디룸을 대신해 모텔 대실 서비스를 애용한다. 서면이나 대연동 등에는 학원가가 밀집돼 있어 스터디룸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스터디원 4명이 2만 원 선의 대실 요금을 지불하면 1인당 5000원 정도 하는 스터디룸 대여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 씨는 "토론이나 발표 등 소리를 내는 일이 많은 스터디 모임의 성격상 도서관이나 커피숍보다 훨씬 낫다"며 "스터디 모임뿐만 아니라 기말고사나 조 모임을 할 때도 모텔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러브모텔 등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모텔이 최근 20, 30대 젊은이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장소와 공부방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모텔은 주차장 차양을 없애고, 프런트 데스크도 대부분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팝콘과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 커피숍에서 주로 사용하는 진동벨이 울리면 입장하는 대기실을 갖춘 곳도 있다. 여기에 당구대 노래방 스파뿐만 아니라 글램핑 시설을 갖춘 모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파티 등 각종 송년모임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젊은층 사이에서 모텔이 더는 부끄러운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숙박 예약·서비스 업체 '야놀자'가 20~34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모텔 대실 이용 형태 분석 결과(중복 응답) '모텔을 파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9.4%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스터디 등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0.4%나 됐다.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실내 디자인에 중점을 두며 건립된 부티크모텔은 기본적으로 파티룸을 2~4개 보유한다. 최대 8명까지 입장 가능한 파티룸의 대여료는 주중 하루 7만~15만 원, 주말 10만~20만 원 선이다. 성수기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호텔 이용 비용과 비교했을 때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기 좋다.
야놀자 관계자는 "1개 층을 통틀어 파티룸으로 꾸미거나 객실과 복도에 미술작품을 전시한 모텔도 생겼다"며 "특히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에는 파티룸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