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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동향은 글로벌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정치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지만, 미국경제의 동향은 중장기적이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당초 예상보다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는 2024년 1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지난해 2∼3분기 월평균 증가 폭인 15만 명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한편 미국의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2.7% 상승하였고,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하였는데, 두 수치 모두 시장전망치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상당한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은 2025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고 있으나, 올해 인플레이션은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인플레이션 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0.5%p, 0.25%p 각각 인하함으로써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완화기조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인플레이션 상승폭이 계속 예상보다 커질 경우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금리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대 경제지표이다. 연준의 정책금리 목표는 ‘물가안정(price stability)’과 ‘최대고용(maximum employment)’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50bp(1bp=0.01%포인트) 정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오는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연될 경우 올해 9월경에 한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마저 가속화된다면 연준으로서는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도 좋고, 물가마저 상승하는 여건에서 기준금리를 더 내린다면 올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과는 매우 이질적인 경제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물가안정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이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올해 경제성장율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인하가 주춤하거나 연기된다면 한국은행으로서는 금리정책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다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 자금 이탈이 가속화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환율상승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잠재성장률 수준 이하로 추락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금융완화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달성해야할 책무가 있는 만큼,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부동산가격 급등이 초래되지 않도록 정부 소관부처와 협력하여 미시적인 보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제거하여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