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산문집/ 흡연 여성 잔혹사/ 2022
예전에 직장에서 짤린 적이 있다. 명목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나를 껄끄럽게 여긴 후배 여직원이 사장과 작당해서 나를 밀어낸 것이다.
나는 잘렸으면서도 아내와 지인들에게는 내 스스로 그만 둔 거라고 했다. 잘려도 금방 다시 재취업하는 재주가 있어선지 한 달도 안 되어 다른 직장에 출근할 수 있었다.
그 직장에서 면접을 볼 때 사장이 그랬다. "외모에 비해 나이가 많네요?" 전 직장에서 나이 많다고 잘린 상처가 있던 터라 가슴이 철렁했으나 얼른 방어막을 쳤다.
"그래도 아주 건강합니다. 얼마 전에 제주도 올레길도 완주했어요." 나는 6개월 넘게 투자해서 몇 번에 나눠 제주 올레길을 완주했다. 대단한 힐링이었고 추억이었다.
그 길을 개척한 사람이 이 책을 쓴 서명숙이다. 예전에 나왔다가 절판된 책인데 최근 다시 재출간 되면서 나와 인연이 닿았다. 그녀는 내 누이와 동갑인 1957년 생이다.
내가 사회 생활을 일찍 한 탓에 주로 선배들과 놀았는데 유독 57년생과 58년생들과 인연이 많다. 어쨌든 이 책은 지독한 골초였던 서명숙의 흡연 찬사가 아니다.
오히려 책 말미에 금연에 성공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나 또한 20년 전부터 금연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골초로 살았기에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읽혔다.
그녀는 왜 여자가 담배를 피우면 색안경을 쓰고 보느냐는 여성 편견에 맞서며 살았다. 세상은 혹독했다. 연속극 모래시계에도 담배 피는 여학생을 욕하는 장면이 있다.
"계집년이 어디서 담배질이야?" 단지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그녀는 남학생한테 싸대기를 맞고 넘어진다.
지식인이랄 수 있는 대학생이 이 정도니 사회는 오죽할까.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당당하게 피는 여자는 술집 종사자나 창녀들 뿐이었다. 나는 지금도 비교적 흡연자에게 관대한 편이다.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이나 담배 연기가 싫었다가도 '아! 나도 옛날에 담배를 피웠지'라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다만 에티켓을 지켜 가능한 민폐를 덜 끼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담배를 피면서 했던 혼잣말도 생각난다.
"먹고 살기 참 힘드네." 노름꾼과 경찰 사이에서 늘 위태위태했던 그녀의 삶은 한 모금의 담배가 큰 위로였을 것이다.
내가 처음 담배 피우는 여자가 멋져 보였을 때는 화가 천경자의 수필을 읽으면서다. 그녀는 그림도 좋지만 글도 참 잘 썼다.
맛깔스런 글에서 창작의 기쁨보다 담배 맛을 더 실감나게 표현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은 담배를 피웠다. 아는가. 전원일기에서 국민 엄마로 불렸던 김혜자가 오랜 기간 골초였다는 것을,,
나는 실망 대신 유명 배우로 살아야 하는 뒷면에 스민 고독을 담배로 달랬음을 공감했다. 그녀도 지금은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은 이 책의 추천사 제목을 <담배는 슬프다>로 정했다. 김훈이 서명숙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와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이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내가 세상을 워낙 험하게 살았기 때문일까. 주변에 유독 담배 피우는 여자가 많았다. 스스럼없이 맞담배를 피는 여자가 건방지기보다 당당해 보여 되레 섹시했다.
나는 지금도 현모양처 유형의 얌전한 여자보다 험한 세상 잘 헤쳐 온 팔자 드센 여자가 더 좋다.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숭보다 솔직함이 더 앞선다.
어떤 여배우가 골초라는 소리를 듣고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다.
흡연 예찬이 아니라 그녀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몰래 담배를 피웠을까 안쓰러워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도 여성을 억압하는 못된 풍속을 담고 있다.
내 어릴 적 뻑하면 아내를 때렸던 동네 아저씨도 여자와 북어는 맞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100년 전, 암탉이 울어서 나라가 망했던가? 수탉이 울지 않아서 일본에 나라를 뺐길 때 앞장 선 사람은 전부 남자였다.
금연 예찬론자인 나는 흡연자보다 비흡연자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차별이나 혐오는 단호히 거부한다. 서명숙도 재출간 서문에서 히잡을 안 썼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아랍의 한 여성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다. 존중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첫댓글 작가에게서도 평자에게서도 자유의 함의를 읽게됩니다.
건강에 좋다 나쁘다는 다른이야기일 테고
가능한 한 자유스런 삶이어야겠지요.
60년대에 걸출한 영화인 두 커플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홍성기와 김지미
또 하나는 신상옥과 최은희
공주 공산성을 무대로
전자는 춘향전을, 후자는 성춘향을 로케했지요.
저는 춘향전 로케현장을 목격한 죄로 춘향전을 미사했는데
결과는 흥행에서 성춘향이 압도했지만
로케 당시 쉬는시간 마다 담배를 빨아대는 김지미에게서 묘한 끼의 열정을 보았네요.
저는 춘항전 영화는 봤으나 영화 촬영 현장을 보진 못했네요.
봤던 영화가 성춘향인지 춘향전이었는도 잘 모르겠구요.
그래도 김지미의 예술끼는 잘 안답니다.
오일장에서 정력제 파는 약장수도
김지미를 말하곤 했지요.^^
석촌님은 타고난 감성 때문인지
예술계 근황에 대해 밝으신 분이네요.
나중 글로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ㅎ
옳소 맞소! 좋은 글 환영합니다
못난 글을 이렇게 격하게 반기시다니,,
운선님의 댓글을 환영합니다.ㅎ
시대가 바뀌고 요즘은 여자의 흡연을 전보다는 눈살 찌푸리게는 보지 않는듯해요
다만 건강을 위해서 금연은 권하고 싶답니다
담배뿐 아니라 남녀 차별이 줄어 들고 있습니다.
바지 입은 비행기 여승무원이 참 편해 보이더군요.
흡연이 남성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갈수록 여성 흡연율이 높아져서 걱정입니다.
그들도 철들면 끊겠지만 말이죠.ㅎ
담배는 조선시대 사대부 마님들도 피웠고요
한국전쟁 이전 출생 어머니들 많이 피웠어요 시름을 달래며 ...
대 격변기가 오면서 건강과 사회운동 차원에서 담배 유해론이 대두
담배세도 물리고 담개값도 더세졌지요
가풍과도 연관이 있고
체질에 안 맞아 안 피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분위기상 공갈로 피는 사람도 있고 피다 끊는 사람 많고 햐 담배 이야기끝도 없네요 크크
작가의 번떡이는 언어 스토리 창출을 위해 필요도 하고
천경자 인상 깊은 그림과 용모에도 어을리고 김혜자 한국 어머니상에도 어울리고
하하 다 멋 있어 보였죠
냄새 지독해서 저는 인상부터 찌그려 집니다 기관지에 쥐약이죠
이궁
영화 보러 외출 해야 합니다
맘마미아2
전편은 봤기에 이해 쏙쏙 되겠죠
담배론과 문학 좋습니다
좋은 감정들 나누세요🤗
긴 댓글이군요.^^
공작새 님 말씀처럼 옛날에는
사대부 마님들도 담배를 대놓고 피웠답니다.
김홍도나 신윤복 풍속화에도 담배 피는 여자들이 여럿 나오지요.
예전에는 아이 키우던 젊을 적보다
나이 먹고 나서 담배를 피었던 듯해요.
저 어릴 적에도 동네 할머니들 모여 담배 엄청 피웠거든요.
공작새 님은 담배보다
영화를 좋아하니 오래 건강할 겁니다.ㅎ
여성흡연자를 이해할수 있는 분야는 단 한분야예요,
창작활동을한다던가, 작곡등 예술분야지요,
왕회장왈
" 담배를 왜 피워?
그 돈가지고 우동이나 사먹지,"
굳이 애연가하고 시비를 다룰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담배자체보는
꽁초 주변에 침을 퇫,퇫 뱁어논것이
더 불결하고 냄새가 싫습니다
직업상 피운다는 댓글에 공감합니다
옆에 경찰지구대가
있는데 경찰치고 담배 안 피우는사람 못봤어요
그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니까 이해해요
공감합니다.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차이가 열 받았을 때
미국 경찰은 권총을 꺼내는데
한국 경찰은 담배를 꺼낸다지요.^^
애연가였던 저도 예전에는 이렇게 말했지요.
술은 끊어도 담배는 절대 못 끊겠다구요.
그랬는데 지금은 담배는 끊었지만
술은 못 끊겠다로 바꼈답니다.ㅎ
일단 그 냄새를 싫어하는 비흡연자로써 창작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해야 할 예인들에겐 필요한 담배 일지는 모르나 단지 멋지다는 이유로 담배피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울아부지 폐암의 원인은 담배였다고 의사진단 받았었습니다.사십대 부터 마작을 즐기시면서 배운 담배가 건강하신 아버지의 목숨을 재촉한거죠.
김혜자님은 어느날 구수하던 담배가 쓰더라고 딸에게 그말 했더니,딸이 엄마금연하게 해달라고 작정새벽기도를 한다고.
그래서 담배 끊을수 있었다는 이야길 티비에서 들었어요.
'존중에는 남녀가 따로없다.'
정답입니다.^^
담배가 폐암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 만병의 원인이라고 하죠.
그래도 흡연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냄새는 싫어도 사람은 차별하지 말자.
그들 또한 담배라는 기호품을 좋아하는 부류라 저는 생각합니다.
건물 전체가 금연이라서 추운 날 덜덜 떨면서
밖에 나가 담배 피우고 오는 후배가 딱해서
그럴 바엔 끊어라.
이 정도가 저의 최선이랍니다.
독일에선 이젠 남자가 웃통벗고 다니는데선 여자도 웃통 벗고다녀도 된다고 얼마전에 발표한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가슴을 드러냈다?
난리난리 나겠죠 경찰도 올까요?
남자가슴이나 여자가슴이나 같은 가슴아닐까요? 여자가슴이 더 섹스어필한가요?
저도 골초였다가 끊은지 딱20년됐네요 옛날에 담배피우는 여자애랑 사귄적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부자지간에 술은 같이 마셔도 담배는 맞담배피우면 바로 호로자식이 되어버리죠
요즘 여자들 둘이 앉아서도 예사로 소주 두병씩 마시더군요 여자가 술마시는건 많이 관대해졌지만 담배는 여전히 못된ㄴ인가요?
제딸이 올해 38살인데 만약에 담배를 피운다면 저는 못피우게 할거 같아요 애는 다낳았지만 제가 피워봤기에 정말 몸에 해롭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담배가 주는 장점 한가지는 진정제 역할을 한다는겁니다
열불날때 한대 피우면 반분이나 풀리죠
여자나 남자나 같은 인간인데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된다는 좀 아닌거 같아요 임신한 여자만 아니라면
담배 술이 태아에게는 정말 안좋죠?
잘쓴글에 댓글이 구질구질한거 같아서 미안해요 이해하세요^^
골초였다가 저와 비슷한 시기에 담배를 끊은 동지로군요.^^
이 책에 나온 한 대목을 언급하자면요.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간 저자가 아버지에게 담배 피는 것을 들킵니다.
아버지는 알고도 모른 척 넘어 가고
대신 아내에게 말했는지
다음 날 펄쩍 뛰면서 엄마가 담배 피냐고 묻습니다.
변비에 담배가 좋단 말에 폈다고 둘러댄 딸을 위해
엄마는 변비약을 잔뜩 사다 주면서 다시는 피지 말라고 충고했답니다.
저는 서명숙 작가 아버지를 주목합니다.
그렇게 이뻐했던 딸이 담배를 피운 배신감에
즉석에서 철썩 뺨을 올려 붙였을 법한데도
행여 딸이 상처라도 받을까 봐
모른 척 해주고 아내에게 담배 못피우게 단속하라고 말합니다.
한두 번 피워본 솜씨가 아니더라면서,,
딸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었던 아버지와
한동안 소원했던 것을 작가는 많이 후회합니다.
제 답글이 길어진 것은 님의 댓글이 그만큼 반짝반짝하기 때문이네요.ㅎ
담배는 ᆢ
남녀가 모두다
하지 말아야 한것중에
한가지가 아닐까요 ᆢㅎ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운동 좋아하면서 애연가인 70 넘은 선배한테도 늘 말하지요.
운동은 좋으나 담배는 끊어라.
대답이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담배 없으면 못 산다.ㅎ
흡연뿐 아니라
여성 잔혹사는 헤일수도 없죠ㅠ.ㅠ
오래전 일본에서
문화쇼크하나가
여성흡연이었습니다
주부들 모임에
자리앉으며 가방에서
담배 라이터를
요즘 폰 올리듯 탁자위로 척척
너무나 자연스럽게요
그때 저의시각이 여성 흡연자에 대한 편견이 심했었는데ㅠ.ㅠ
지구에 똑 같이 온
성만 다른 남과여
모든것에 똑같이 존중받아 마땅함이죠
저도 정아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공자님 고향인 중국이나 대만도
흡연 여성에 대한 시각이 한국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글구 이 책에는 흡연에 관한 글도 있지만
많은 부분이 성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글이더라요.
싱글맘, 이혼녀, 여성연상커플 등,,
저도 예전에 꽤 피웠었죠.
공식적으로는 끊었다고 하지만..
요즘도 가끔 불 규칙적으로 핍니다.
핀다고 해봐야 한 갑 사면 한 달도 갑니다.
작가들을 비롯하여 스트레스가 많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에는 담배가 늘 따라다니는 것 같으네요.
건강을 위해 끊는 건 맞지만 개인 취향이라고 봅니다.
냄새 때문에 공공 장소에서는 삼가하는게 예의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흡연도 인정하시고
김포인 님 솔직한 분이군요.^^
저도 지인들 중 흡연하는 사람이 여럿 있어선지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밥보다 식후에 피는 담배 한 모금이
더 맛있다는 사람이 있듯이
술이든 담배든 적절하게만 절제하면
인정해 줄 기호품이라 생각하네요.
어릴때 할머님이 긴 장죽물고 , 놋쇠 재떨이에 땅땅 뚜드리며 담배재 털던 모습이 아직도 영화장면 처럼 눈에 선합니다 ㆍ
나중 아버님 얘기에 할머님이 16살에 시집와서 , 하인들한테 위엄부릴려고. 물떠다놓고. 담배배웠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ᆢ
제 어릴 적 기억을 추소리 님이 소환해 주셨습니다.
마루에 모여 앉아 긴 담뱃대에 담배잎을 넣고
연기를 내뿜던 동네 할머니들이 있었습니다.
박장대소하며 환하게 웃던 웃음소리도요.ㅎ
오래 전 신촌 산울림 소극장에서 1인극 담배 피는 여자 주인공 손숙님의 연극 관람했던 생각이 납니다.
주인공이던 손숙님의 독백으로 시작되던 연극이 끝날 무렵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
오매,
산울림이 우리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디?^^
이 책에는 담배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글도 잘 쓰지만 차별에 맞서는 작가의 당당함이 마음에 듭니다.
이번 개정판 표지 그림도
<조안나 브레이스웨이트>라는 화가의 작품이지요.
연극 좋아하는 분 만나서 반가워유,,ㅎ
저는 담배를 싫어요.
네, 그런 분도 있지요.ㅎ
57 정유생 닭띠라
내는 57 윤팔월 생인디......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그녀가 쓴 글이.~
제 누이가 정유생 2월 생이랍니다.
석우 님의 귀한 윤팔월 생이 다정하게 느껴지네요.
서명숙 선생의 글은 아주 감동적입니다.
읽으면 공부가 절로 되어 행복해지는 글입니다.ㅎ